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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가을과 노을’ 한울타리 극단 창단공연 낭독극,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발행일 : 2018-10-26 11:59:35

한울타리 극단 창단공연 낭독극 <가을과 노을>이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예술극장 혜화에서 공연 중이다. KBS 공채 탤런트들이 극단을 만들었고, 이번 작품은 이주화(15기)가 연출하고, 고아라(11기), 전경희(14기), 조수진(17기), 이준우(18기), 이칸희(19기)가 출연했다. 원작자는 송정림 작가이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이제 내 인생을 살겠다는 결심이 가족 내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저항에 부딪히는지 알려주는데, 움직임과 조명, 무대장치 등의 도움을 생략한 낭독극에서 디테일을 살리고 몰입감을 선사한 고아라와 조수진의 연기력이 특히 돋보인다.

‘가을과노을’. 사진=한울타리 극단 제공 <‘가을과노을’. 사진=한울타리 극단 제공>

◇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아직도 설레는 마음을 실감 나게 표현한 고아라
 
<가을과 노을>은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의 설렘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어머니(시어머니)는 노인학교 소풍을 가는데 도시락 하나를 더 싸달라고 며느리에게 부탁한다. 노인학교 선생님이 당뇨가 있다는 핑계를 대고 고기는 넣지 않고 만들어달라고 부탁할 때 고아라의 목소리는 인상적이다.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데 들킬 수밖에 없는 마음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말 안 듣는 딸처럼 말 안 듣는 어머니 같은 역할을 잘 소화하는데, 보는 관객의 시야에 따라서 주책과 로맨스, 둘 다 가능하게 보일 수 있도록 고아라는 디테일을 잘 살려 연기했다.

‘가을과노을’. 사진=한울타리 극단 제공 <‘가을과노을’. 사진=한울타리 극단 제공>

◇ 화자인 며느리 역과 지문 낭독을 맡아 전체적인 정서를 이끈 조수진
 
무대에서 보여주면 되는 지문 부분을 낭독극, 리딩 공연에서는 지문을 읽는 배우가 담당해 읽는다. 조수진은 작품에서 화자인 며느리 역과 지문 낭독을 맡았기 때문에, 그녀의 시야와 관점에서 전체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머니를 배려하는 역할을 할 때는 어머니에게는 특별히 티 내지 않고 알아서 배려하면서도 관객을 공감할 수 있도록 조수진은 강약을 조절했다. 작품의 제목에서 ‘가을’과 ‘노을’은 라임의 반복처럼 공통된 정서를 담고 있는데, 조수진은 고아라와 상대편에 서있는 게 아니라 같이 마주보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한다.

‘가을과노을’. 사진=한울타리 극단 제공 <‘가을과노을’. 사진=한울타리 극단 제공>

<가을과 노을>에서 며느리는 어머니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본다. 시아버지와 남편이 공통적으로 가부장적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공감할 수 있으면서도 가장 거리가 먼 시어머니와 며느리, 두 여자의 공감은 인상적이다.
 
어머니가 좋아 보인다는 며느리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조수진은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전달한다. 요즘 젊은 가족은 그렇지 않을 수 있지만, 중장년층 이상의 세대에서는 전형적인 우리 가족의 모습을 <가을과 노을>에서는 그리고 있는데, 사랑을 할 줄 아는 여자의 직감은 시대와 상황을 넘어설 수 있는 공통점일 것이다.

‘가을과노을’. 사진=한울타리 극단 제공 <‘가을과노을’. 사진=한울타리 극단 제공>

◇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이제 내 인생을 살겠다는 결심
 
<가을과 노을>에서 어머니와 며느리의 공통점이 있다. 시대적 상황이나 가부장적 관습에 의해 본인이 스스로 바라는 대로 살지 못한 여자의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바뀐 시대적 상황에 적용하면 바라는 대로 살지 못하는 우리들 모두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아들은 연세가 있으신 어머니를 개념화된 대상으로 바라보는데, 며느리는 현재 있는 그대로 맥락으로서의 대상으로 어머니를 대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들은 자신의 체면을 위해 어머니를 틀에 가두고, 며느리는 어머니의 감정과 의사를 존중해 어머니를 한 명의 인간 자체로 본다는 차이는 큰 의미를 가진다. 계절에 맞는 작품은 계절에 맞는 감동을 준다는 것을 <가을과 노을>을 통해 알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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