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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국악] 국립창극단 ‘우주소리’(1) 창극으로 즐기는 머나먼 우주의 이야기

발행일 : 2018-10-23 10:43:27

국립창극단 신창극시리즈2 <우주소리(Sound in the Universe)>가 10월 21일부터 2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김태형 각색/연출, 김혜성 작곡/음악감독이 참여했으며, 21곡의 라이브 연주로 펼쳐졌다.
 
코아티(조유아 분)와 실료빈(장서윤 분)의 관계를 생물학적으로 해석하는데 머물지 않고, 동료와 친구로 표현하고 때로는 내 안에 들어있는 또 다른 나처럼 받아들인다는 점이 주목된다.
 
본지는 창극으로 만들어진 이번 작품에 대한 묘미에 대한 탐구와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 개념을 적용한 관계성 검증으로 2회에 걸쳐 리뷰를 공유한다.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창극이라는 장르의 특징을 잘 살린 작품! 원작의 제목과 창극의 제목이 전달하는 정서의 차이
 
<우주소리>를 직접 관람하면 스토리텔링이 무척 잘 돼 있고, 창극이라는 장르적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주의 영웅들, 별밭의 탐험가가 등장하는, 창극으로 즐기는 머나먼 우주의 이야기이다. 박수치며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작품은 SF문학의 거장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James Tiptree Jr.)의 단편선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The Only Neat Thing to Do)’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의 제목과 창극의 제목은 정서에 있어서 디테일의 차이가 있다. 원작의 제목은 마지막 행동과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창극은 이야기를 펼쳐가는 장소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판타지를 제공한다는 차이가 있다.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제목 선정으로 인해 국립창극단의 신창극시리즈가 고전이 아닌 미래와 우주의 영역, SF의 세계를 직접 파고 들었다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창극의 제목에서 드러내지 않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이라는 개념은 반전의 역할을 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 판소리의 매력에 뮤지컬의 묘미를 가미하다
 
<우주소리>에서 도창의 역할을 하는 소리꾼이 한 명이 아닌 네 명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도창(수창)은 창극에서 노래를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뜻한다. 극중 인물이 아닌 사람이 무대 옆에서 판소리를 하기도 하고, 박과 작, 혹은 장과 장 사이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주소리>에서는 네 명의 소리꾼인 유태평양, 한금채, 최옹석, 최광균이 집단 도창의 역할을 했는데, 더욱 눈에 띄는 점은 도창의 역할과 함께 단역 또한 소화한다는 점이다.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판소리 본연의 음악을 멋지게 들려주면서도 때로는 뮤지컬의 노래인 뮤지컬 넘버 같은 음악이 새로운 등장인물에게 차이점을 부여하기도 한다. 장면의 연결에 소리꾼들이 도창의 역할을 하면서 기여하기도 하고, 뮤지컬 같은 연결을 하기도 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국립창극단은 신창극시리즈를 창작하면서 기본에 충실함과 동시에 다른 장르에서 가져와 활용될 수 있는 요소를 적절히 사용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창극이 정말 오래된 전통 장르 같지만, 실제로는 백 년 남짓 된 아직 발전하고 있는 장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시도는 무척 긍정적이다.
 
◇ 매크로한 우주 + 마이크로한 기생생물! 무대장치 변환 없이 스케일을 넘나드는 재미
 
<우주소리>는 공연 시작부터 스케일이 다른 우주 장난감이 등장한다. 우주선, 우주정류장 등 현대의 시야로 볼 때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거대한 대상이 미래에는 장난감처럼 활용될 수 있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주인공이 소녀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여겨진다.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무대장치는 크게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우주의 느낌을 주고 판타지를 형성한다. 심플한 무대를 만들면서도 대사를 통해 디테일을 채운다는 점이 돋보인다. 우주선 동면 장치에 대한 언급이 반복되면서 시각적인 상상을 자극한다.
 
긴 동면, 외로움, 혼자 견디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우주여행이 스펙터클한 것 같지만 생각보다 지루하다는 점은 실제로 코아티가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은 장면을 상상하게 만든다.
 
놀이터가 아니라 진짜 위험이고 진짜 항해인 우주로 용감하게 나가는 소녀의 모습은, 사회로 나가는 것도 두려운 사람들에게 같이 용기를 가지자고 말하는 것 같다. 우주의 이야기가 지루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되니 정말 작은 존재가 등장하는데 다른 동물의 뇌에 들어가서 사는 뇌 기생충, 기생 생물인 이아 종족(이아 드론 족)은 호기심과 두려움을 관객에게 모두 전달한다.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우주소리’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결국 마지막에 집중한 것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
 
<우주소리>의 전반부가 우주여행을 떠나는 용기와 판타지가 주를 이룬다면, 후반부는 본성, 본능과 의지의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내가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아버지(조영규 분)는 실제로는 알고 있으면서 딸이 걱정돼 모르는 척했는데, 어린 여자아이의 모험을 존중하는 사령관(이시웅 분)의 모습과 대비돼 관객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모험을 원했던 코아티와 실료빈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동료라고 볼 수 있는데, 기생 생물이기 때문에 내 뇌를 지배할 수 있는 위험성은 편안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보면서도 관객들이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우주학부터 생물학, 뇌과학까지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야기는 실료빈에게 “그만 울어, 니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코아티의 마음으로 귀결된다. 매크로한 이야기와 마이크로한 이야기를 거치며 결국 마지막에 집중한 것은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라는 점은 긴 울림과 여운으로 남는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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