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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서울시향 ‘캔디드’(1) 오페라 리딩 공연 형식으로 만들어진 오페레타

발행일 : 2018-10-19 10:05:32

서울시향 2018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 기념 오페레타 <캔디드(CANDIDE)>가 10월 12일과 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됐다. 한국초연으로 공연된 이번 작품은 티에리 피셔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 국립합창단 합창, 마이클 리의 내레이션으로 펼쳐졌다.
 
수많은 양식을 담아내 오페라 리딩 공연 형식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에 대해, 등장인물의 성격(긍정적, 낙천적, 비관적, 부정적)에 따른 행동 패턴의 분석,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 개념을 적용한 관계성 검증 등 총 3회에 걸쳐 리뷰를 공유한다.

‘캔디드’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캔디드’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 유럽적이고 풍자적인 오페레타, 미국적인 뮤지컬, 서양 영화음악 같은 박진감, 재미있는 이야기와 클래식 연주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작품! 다양한 장르가 조합된 오페레타!
 
<캔디드>는 20세기 미국 클래식 아이콘의 대명사인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이 만든 오페레타이다. 오페라단과 오페라극장이 전막 공연으로 올리기도 하고, 오케스트라가 콘서트 버전으로 선보이기도 하는 작품이다.
 
콘서트 버전은 유럽적이고 풍자적인 오페레타를 표방하고 있는데, 미국적인 뮤지컬의 느낌도 있고, 서곡에서의 서양 영화음악 같은 박진감이 있고, 블랙코미디, B급 코드도 들어 있어 재미있는 이야기와 클래식 연주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캔디드’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캔디드’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캔디드> 서곡은 영화음악처럼 박진감 있게 시작한다. 오페라 서곡이 가지는 무게감보다는 밝고 경쾌함을 추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접 보여주고 행동하기보다는 내레이터를 통해 상황을 알려주고 이야기를 이끌기 때문에, 보여주기보다 들려주기가 강조된 낭독극의 느낌, 텔레비전이라기보다는 라디오에 가까운 정서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캔디드>는 오페라 리딩 공연 형식으로 만들어진 오페레타라고 볼 수 있다.
 
◇ 솔직한 표현과 발칙함! 오케스트라와 직접 대화를 시도하기도 하는 등장인물들!
 
<캔디드>는 솔직한 표현과 발칙한 대사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B급 코드와 미국식 성적 유머는 근엄한 오케스트라의 연주 앞에서 색다른 반전을 보여준다. 그런데 어쩌면 작품의 이런 코드는 다른 유명한 오페라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편화가 안 된 이유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캔디드’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캔디드’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본인이 당한 무수히 많은 불행을 이야기하면서 오케스트라를 바라보고 클라리넷을 연주해 달라고 직접 부탁하는 장면은 관객과 직접 대화하는 연극 느낌을 준다. 지휘자가 등장인물에게 공연 중간에 질문을 하기도 한다.
 
관객들이 웃는 장면을 보며 비슷한 경험을 한 특정 관객은 매우 잔인하게 느끼며 힘들 수도 있다. 자신감과 자기애가 넘치는 사람이 결핍이 있는 사람에 대한 디테일한 배려와 공감 없이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뉘앙스 또한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캔디드’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캔디드’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순결을 희생해 원하는 것을 얻고 외모와 풍만함으로 어필하는 캐릭터는 있지만, 걸크러쉬라고 볼 만한 캐릭터는 없다. 원작자와 번스타인 모두 여자를 좋아했지만, 여자를 존중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고 추정되기도 한다. 만약 <캔디드>가 요새 만들어졌으면 캐릭터 설정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사실 남자 캐릭터들도 그리 멋지다고 볼 수는 없다. 찌질한 막시밀리안(바리톤 마크 다이아몬드 분), 무책임한 캔디드(테너 조나단 존슨 분)가 워너비 캐릭터는 아닌 것이다. 그렇지만 만인의 스승이라고 불리는 판글로스 박사(바리톤 허프 러셀 분)는 거의 유일하게 추천할 수 있는 캐릭터라고 봐도 된다. 그렇지만 궤변을 가능성에 대한 의지의 표명이라고 하는 마인드를 보며, 판글로스 박사에게도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캔디드’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캔디드’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판글로스 박사와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는 여자 캐릭터가 <캔디드>에 있었으면 균형을 맞출 수 있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런 보완과 완충이 있었다면 B급 코드처럼 들리는 유머 상황을 관객은 미안한 마음을 덜 가지고 더 편하게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돈과 탐욕을 바라지 않는 존재로 양떼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판글로스 박사와는 위상이 맞지는 않다.
 
◇ 긴장 이완, 완급 조절의 역할을 하는 올드 레이디
 
<캔디드>에서 올드 레이디는 남들보다 강한 슬픔과 아픔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긴장 이완, 완급 조절의 역할을 하는 캐릭터인데 메조소프라노 빅토리아 리벤구드의 연기력이 이런 역할을 가능하게 만든다.

‘캔디드’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캔디드’ 공연사진. 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관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는 애니메이션에는 지루해질만하면 나타나 웃음을 주는 캐릭터가 존재한다. <캔디드>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인물은 올드 레이디이다. 쿠네곤데(소프라노 로렌 스누퍼 분)가 너무 신파조로 빠지지 않게 대화를 통해 케미를 보여주기도 하고, 어렵고 힘든 이야기를 비교적 자연스럽게 펼치기도 한다.
 
<캔디드> 오페라 전막 공연을 직접 보면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오페레타가 아닌 오페라로 표현됐으면 음악보다 이야기에 더 집중했을 것이기 때문에 더 불편해졌을 수도 있다. 조심스럽게 오페레타 공연을 더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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