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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오, 마이 갓스!’ 웃으려고 갔는데 울고 나왔다

발행일 : 2018-10-10 14:21:48

아스트컴퍼니, 극단 광야 제작, 2018 뮤지컬 <오, 마이 갓스!(Oh, my gods!)>가 9월 7일부터 12월 1일까지 작은극장 광야에서 공연 중이다. 대학로 소극장 창작 뮤지컬로 내 안의 우상을 찾아내는 게임 구조를 통해 흥겨움과 교훈, 감동을 모두 주는 작품이다.
 
게임과 사이버 공간을 소재로 재미있게 펼쳐지는 재미있는 이야기와 노래를 즐기며 실컷 웃겠다는 생각으로 관람을 했는데, 마지막 스테이지에서의 강한 메시지에 공감하며 울 수밖에 없었다. 관객석 곳곳에서 울먹이는 소리는 울고 있는 나 자신을 위로하는 소리로 들렸다.

‘오, 마이 갓스!’ 공연사진. 사진=아스트컴퍼니 제공 <‘오, 마이 갓스!’ 공연사진. 사진=아스트컴퍼니 제공>

◇ “우리가 정말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통해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
 
<오, 마이 갓스!>는 2000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웃기는 잡신들과의 게임을 표방하고 있는데, 인간의 영역과 신의 영역을 나눌 때의 신이라기보다는 돈, 일, 아이돌스타, 건강, 불륜, 완벽주의, 그리고 ‘나’라는, 현대인들을 중독에 빠뜨린 온갖 2000년대 잡신들을 의미한다.
 
<오, 마이 갓스!>의 사이버 세계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데, 상황 설정에 모든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근본적인 정서에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은 나날이 발전하기 때문에, 게임의 상황 설정에만 매달렸을 경우 옛날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오, 마이 갓스!’ 공연사진. 사진=아스트컴퍼니 제공 <‘오, 마이 갓스!’ 공연사진. 사진=아스트컴퍼니 제공>

<오, 마이 갓스!>는 “우리가 정말로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통해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지키는 자 샤론과 파괴하려는 자 바벨의 게임 삼세판이 펼쳐지는데, 샤론과 바벨은 선과 악을 대표하는 인물로 볼 수도 있지만 내 안에 있는 나의 양면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
 
게임 삼세판은 STAGE1 ‘떡볶이’, STAGE2 ‘사랑이란?’, STAGE3 ‘Mr. Perfect’로 구성된다. 하루 종일 방 안에서 컴퓨터만 하다가 나가는 가족들의 모습, 대화의 부재, 나만 불쌍하다는 생각하는 것 등은 사이버 세계에서의 모습일 수도 있지만 현실에 더 가까운 모습이라고 생각된다.

‘오, 마이 갓스!’ 공연사진. 사진=아스트컴퍼니 제공 <‘오, 마이 갓스!’ 공연사진. 사진=아스트컴퍼니 제공>

◇ 신나고 밝은 뮤지컬 넘버! 충분히 즐기고 진한 감동과 교훈까지 얻는다
 
<오, 마이 갓스!>는 시원시원한 노래와 음악이 이어지는 뮤지컬이다. 영상도 적절히 사용되는데, 영상은 게임 영상과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이 교차를 이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신나고 밝은 뮤지컬 넘버를 들려주면서도, 본인만이 옳다는 ‘나’라는 감옥에 갇혀있다는 점을 깨닫게 해 입체적인 강약 조절을 하고 있다. 감각적인 내용과 현실적인 교훈이 절묘하게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오, 마이 갓스!’ 공연사진. 사진=아스트컴퍼니 제공 <‘오, 마이 갓스!’ 공연사진. 사진=아스트컴퍼니 제공>

◇ 마지막의 연극적 상황이 이 뮤지컬 속에서 가장 감동적인 시간이라고 느껴진다
 
STAGE3 ‘Mr. Perfect’의 마지막 장면은 강렬한 연극적 연기가 펼쳐지는 시간이다. 음악과 춤이 함께하기 때문에 나눠지고 있던 무게를, 오롯이 대사와 연기로만 채우는 시간인데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되기 때문에 가장 감동적인 시간이다.
 
아버지와 아들, 형과 동생 간의 갈등을 보면서 어느 한 사람에게 마음을 줬던 관객도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공연의 진정성과 디테일이 돋보인다. 서로 간의 갈등의 긍정적 통합은, 각각 개인의 내면에 있던 양가감정을 통합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이런 감정이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오, 마이 갓스!’ 공연사진. 사진=아스트컴퍼니 제공 <‘오, 마이 갓스!’ 공연사진. 사진=아스트컴퍼니 제공>

양가감정은 같은 대상에 대해 서로 상반된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 그런 감정을 뜻한다.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아버지가 그립고, 동생에게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도 동생을 사랑하고 있던 양가감정의 통합은, 강렬한 연극적 상황에서 극적으로 이뤄진다.
 
마지막 에피소드 시간에 관객석 여기저기에서는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등장인물에 공감했기 때문인데, 등장인물로서 공감하는데 그치지 않고 관객은 그들 안에서 ‘나’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작품을 스테디셀러 롱런 작품으로 기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 마이 갓스!’ 공연사진. 사진=아스트컴퍼니 제공 <‘오, 마이 갓스!’ 공연사진. 사진=아스트컴퍼니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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