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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인터뷰] 김선영 조각가, 임민서 패션디자이너! 뉴욕 첼시 초대전(9월 13~19일) ‘몸 MOUM’

발행일 : 2018-09-08 09:32:34

조각가 김선영, 패션디자이너 임민서 모녀가 뉴욕 첼시 K&P gallery(547 W. 27st #518 New York NY 10001) 초대로 9월 13일부터 19일까지 조각과 패션 콜라보전을 갖는다. ‘몸 MOUM’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우리가 보고 알고 있다고 인지하는 것에 대한 질문이다. 김선영은 이화여대에서 학사, 석사를 하고 이탈리아 베니스, 홍콩, 마이애미, LA, 상하이, 북경, 일본, 서울 등에서 19회의 개인전과 220회의 단체전에 참여해왔다.

‘몸 MOUM’ 포스터. 사진=김선영 제공 <‘몸 MOUM’ 포스터. 사진=김선영 제공>

이하 김선영 조각가와의 일문일답
 
Q1. 작가님에게 있어 조각이란 무엇일까요?
 
나에게 있어 조각이란 매일매일 습관처럼 빠져드는 일상이라고 할까요. 아니면 나만의 도피처라고나 할까요?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제가 늘 조각에 빠질 수 있는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일과 놀이지요. 어린이들이 장난감에 빠져들 듯이 내게 있어 조각은 장난감처럼 빠져드는 평생의 놀이입니다.
 
그 시간이 제일 행복하지요. 조각은 저를 담을 수 있는 그릇입니다. 밥그릇처럼 매일 비워지고 채워지는 제 몸을 만드는 도구입니다. 비움과 채움. VESSEL과 같은 존재지요.

김선영 프로필. 사진=김선영 제공 <김선영 프로필. 사진=김선영 제공>

Q2. Vessel의 의미는요?
 
사전적 의미는 선박, 그릇의 뜻입니다. 성경적 의미로는 거룩한 몸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제가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함축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사람들은 각자만이 가지는 고유한 은사가 있습니다. 저는 작가로서 제가 세상에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선박이 필요한 물건을 싣고 목적지를 향해 항해하듯 저는 인생의 항로에서 VESSEL로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Q3. 작품에 있어 소금의 의미가 중요한 것 같은데?
 
소금은 제 작품의 실질적인 근원입니다. 부패를 방지하고 정화하는 기능이 있지요. 그리고 음식의 맛을 냅니다. 이때 소금은 자신을 녹여 존재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며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소금의 마음을 품는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요?

‘VESSEL, digital print on aluminum panel, 60×60×2cm, 2018’. 사진=김선영 제공 <‘VESSEL, digital print on aluminum panel, 60×60×2cm, 2018’. 사진=김선영 제공>

Q4. 다이아몬드 반지 작품을 하게 된 계기는?
 
작가들의 작품은 결국 자신의 삶에서 나옵니다. 제게도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어요. 약속을 생명처럼 소중히 여겼던 저에게 깨어져버렸던 고통의 시간도 있었죠. 그래서 변하지 않는 다이아몬드의 상징성을 작품에 도입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깨어져버린 아픈 시간들이 다이아몬드반지 작업을 통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변하지 않는 다이아몬드 반지의 약속, 젊은 날 어쩌면 찬란한 이상을 꿈꾸었고 비현실적이라 볼 수도 있지만 제 내면에서 잃어버렸던 순수성의 회복을 다이아몬드를 통해 찾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VESSEL, digital print on aluminum panel, 60×60×2cm, 2018’. 사진=김선영 제공 <‘VESSEL, digital print on aluminum panel, 60×60×2cm, 2018’. 사진=김선영 제공>

Q5. 레진을 주재료로 한 이유?
 
사실 조각은 재료의 물성이 중요합니다. 돌이나 브론즈는 천연 재료가 가지는 힘이 있지요. 같은 형태의 작품이더라도 재료가 무엇인가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런 이유로 레진은 천연재료가 가지는 힘은 다소 덜하지만 그래도 레진 작업을 하는 이유는 온전히 저 혼자만의 손으로 할 수 있는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돌이나 브론즈 작업을 하려면 모형을 만들어서 공장에 맡깁니다. 그러다보면 오롯이 혼자 작업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손맛을 기대할 수 없고 남의 손을 빌려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무척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뺏기지요.

VESSEL 전시 전경. 사진=김선영 제공 <VESSEL 전시 전경. 사진=김선영 제공>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을 통해 탄생하는 작품은 더 애착이 갑니다. 작업실에서 혼자 레진을 가지고 작업하다보면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혼자 있는 시간이 가장 몰입되는 것 같습니다. 통상적으로 작가들의 성향이 그런 경우가 많아요.
 
첫 번째 개인전에서 신문지를 재료로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아이를 기르고 있는 바쁜 환경애서 제 생각을 표현하고 다루기 가능한 재료는 신문지였어요. 저는 혼자 할 수 있는 재료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레진으로 만든 제 작품은 에디션이 없어요. 콜렉터는 저의 오리지널 작품을 소장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아 아쉬움이 많아요. 저를 아껴주시는 많은 분들이 제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브론즈나 돌로 캐스팅 하는 방법도 고려중입니다.

VESSEL 전시 전경. 사진=김선영 제공 <VESSEL 전시 전경. 사진=김선영 제공>

Q6. 왜 조각을 선택하게 됐나요?
 
사실 조각은 육체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노동을 즐기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과 주위사람들에게 그림을 잘 그리고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미술을 전공하려고 했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지요. 결국 아버지의 고집을 꺾고 고3이 되어서야 미술학원에 등록하게 됐어요.
 
줄리앙, 비너스 조각상을 만드는 시간이 있었는데 만드는 솜씨가 뛰어나니 조각을 전공하는 게 어떠냐는 선생님의 조언이 조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특히 작고하신 조각가 루이스부르주와의 작품을 보고 얼어붙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그녀는 제게 큰 힘을 주는 분입니다. 특별히 무명작가였다가 70세가 되어서야 알려진 그녀의 삶은 조각가로서의 나아갈 길을 제게 제시해 주는 분입니다. 저도 그분처럼 평생 작가로서 묵묵하게 제 길을 지켜내고 싶습니다.

‘The Salt Vessel 201201, Resin, Marble, Bible, Stainless steel’. 사진=김선영 제공 <‘The Salt Vessel 201201, Resin, Marble, Bible, Stainless steel’. 사진=김선영 제공>

Q7. 뉴욕 첼시에서 9월 13일 따님과 함께 전시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기획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뉴욕은 작가로서 제가 활동하고자 하는 무대입니다. 딸의 입장에서도 뉴욕에서의 첫 데뷔지요. 딸아이가 패션의 최고 대학이라 할 수 있는 뉴욕의 FIT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합니다. 졸업을 앞두고 뉴욕 첼시 K&P gallery초대로 조각과 패션으로 꼴라보하는 모녀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가 딸의 앞길에 마중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임민서 프로필. 사진=김선영 제공 <임민서 프로필. 사진=김선영 제공>

Q8. 이번 작업의 테마는?
 
몸입니다 가방과 다이아몬드를 몸에 비유한 주제입니다. 형태가 인체는 아니지만 저는 가방과 몸을 동일시하게 되었어요. 무엇을 담는다는 의미에서요. 가방이 일상의 필요한 것들을 담듯 사람은 머리와 마음에 생각을 담습니다. 그래서 작품의 제목이 ‘VESSEL’입니다 선박이 목적지를 향해 물건을 싣고 항해하듯 삶을 살아내는 인생을 가방의 형태를 통해 표현하였습니다.
 
Q9. 다음 작품의 주제?
 
제가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삶과 죽음의 문제입니다. 이제까지의 작품들이 인간의 몸으로 살아가는 삶을 얘기했다면 다음의 작품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2010년 이후로 제가 가방 작가로 이미지화 된 것 같아요. 이후 작품도 가방의 형태를 몸으로 차용하여 표현됩니다. 가방은 동물의 죽음으로 재탄생하는 것이지요. 다음 전시는 ‘be reborn’, ‘Resurrection’을 주제로 작품을 구상, 제작 중입니다.

‘VESSEL, Mixed media Installatioin, 2015’. 사진=김선영 제공 <‘VESSEL, Mixed media Installatioin, 2015’. 사진=김선영 제공>

Q10. 작가로서 여행의 끝은 어디일까요?
 
이 세상을 소풍이라고 했던 한 시인의 시구가 생각납니다. 귀천이라는 천상병 시인의 시 인데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작업할 수 있었던 삶에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여행을 마칠 수 있길 바랍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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