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학시리즈 vol. 2: 말, 같지 않은 말>(안무 이은경)은 9월 6일부터 9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국립현대무용단 픽업스테이지(PICK-UP DANCESTAGE) <스텝업(STEP UP)>의 작품 중의 하나이다. <백지에 가닿기까지>(안무 배효섭), <0g>(안무 정철인)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무용학시리즈 vol. 1: 분리와 분류>에 이어 만들어진 <무용학시리즈 vol. 2: 말, 같지 않은 말>(이하 <말, 같지 않은 말>)은 이은경, 최경훈, 신재희, 이재윤, 김경민이 무용수로 참여했다. 공연에는 많은 글자들이 언급되고, 지속적인 질문이 제시되는데, 안무 또한 쉼 없이 빠르게 펼쳐진다는 점이 주목된다.
◇ 바쁘게 움직이는 무용수들, 바쁘게 출력되는 글자들, 바쁘게 던져지는 질문들
<말, 같지 않은 말>은 A4용지를 들고 있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움직임으로 시작한다. 종이 위에 올라간 무용수들은 잉크젯 프린터 출력하는 소리에 맞춰 약간씩 회전하는 안무를 펼친다.
출력하는 소리와 모습을 안무로 시각화한 것인데, 레이저 프린터가 아닌 잉크젯 프린터 소리를 차용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전달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 청각적으로 명확한 효과를 주고 싶었을 수도 있고, 실제 잉크젯 프린터 소리를 들으며 안무의 영감을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집중”, “하지마”, “버려”, “뭘”, “자기 자신” 등 종이에 적힌 글씨를 읽기도 하고 반복되는 대사로 사용하기도 하면서 무용수들은 안무를 펼친다. 글자와 안무는 별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연결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버리라는 이야기를 공연에서 계속 듣다 보니, 뭘 버려야 할 것인가 궁금해진다. ‘기본기가 가장 탄탄해 보이는 사람’, ‘자신을 잘 드러내고 있는 사람’ 등 출연한 무용수 중 한 명의 특징을 관객에게 질문의 형태로 던져 누구를 지칭한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보는 사람에 따라 동작이 달라진다는 점도 주목되는데, 어떤 의미를 두고 관람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피부에 낙서 같은 그림을 그리고 땀으로 다시 지우는 모습을 보면, 정말 쉬지 않고 무언가 꾸준히 한다는 점에 감탄하게 된다.
◇ 제목에 대한 이중적인 해석
‘말, 같지 않은 말’은 전혀 다른 이중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언어유희를 담고 있다. ‘말’을 강조한 후 같지 않은 남다른 말이라는 의미를 부연할 수도 있고, 붙여서 읽으면 ‘말 같지 않은 말’, ‘말할 가치도 없는 말’처럼 해석할 수도 있다.
안무가는 둘 중 어떤 의미에 더 초점을 두었는지 살펴보기 위해 각각의 의미를 무대에 적용하면, 둘 의미 모두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말’의 위치에 ‘몸’을 넣어 ‘몸, 같지 않은 몸’, ‘안무’를 넣어 ‘안무, 같지 않은 안무’라고 해도 공연의 내용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 느껴져 흥미롭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