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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제24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개막공연 ‘사자.who(feat. 민악 솟대)’ 만약 사찰에서 이 공연이 펼쳐진다면?

발행일 : 2018-08-30 11:11:14

이용진 안무 <사자.who(feat. 민악 솟대)>가 8월 27일부터 9월 2일까지 열리고 있는 제24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개막공연으로 27일에 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 야외마당에서 펼쳐졌다.
 
DanceProject EGERO의 대표인 이용진 안무, 강건, 김유성, 이용진이 무용수로 출연했고, 북청사자놀음은 민악 솟대의 정병인, 노병유가 사자춤을 추고 김진형, 서정훈, 이호용, 이하나가 연주했다.

‘사자.who(feat. 민악 솟대)’ 공연사진, 사진=창무국제공연예술제 제공 <‘사자.who(feat. 민악 솟대)’ 공연사진, 사진=창무국제공연예술제 제공>

◇ 한국적 공간에서 펼쳐진 북청사자놀음
 
<사자.who(feat. 민악 솟대)>는 민악 솟대의 북청사자놀음으로 시작했는데, 한국적 공간인 마당에서 둥글게 앉아 관람했다. 전통 공연과 무용 공연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진행됐는데, 서울남산국악당 야외마당은 야외이기는 하지만 국악당 건물과 담으로 둘러싸인 야외이기 때문에 자연친화적 실내 공연장의 천장을 열고 공연하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국악 공연을 위해 만들어진 장소인데, 무용 공연을 꽤 낭만적으로 전달할 수도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관객석으로 들어간 사자는 마치 동물이 친근함을 표시할 때 혀를 핥는 것처럼 관객들에게 다가갔다. 사자는 업바운스 스텝의 밝은 에너지와 귀여움을 동시에 표현했는데, 사자 털색과 무대 가운데 원형 공간의 색감이 조화를 이뤘다.

‘사자.who(feat. 민악 솟대)’ 공연사진, 사진=창무국제공연예술제 제공 <‘사자.who(feat. 민악 솟대)’ 공연사진, 사진=창무국제공연예술제 제공>

사자춤을 보면서 그 안에 있는 두 무용수의 움직임에 집중하다 보니 두 사람의 감정을 상상하게 됐다. 앞사람은 관객의 반응에 맞춰 바로 반응할 수 있지만, 뒤에 있는 사람은 아무리 흥겨워도 자신의 감정을 발산하기보다는 앞사람을 맞춰줘야 하는데, 뒷사람이 흥에 겨워 감정을 발산하면 사자의 형태가 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자는 옆구르기를 하기도 했고, 관객석으로 들어갈 때는 고양이나 강아지 이상의 애교와 귀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일어서는 동작에서는 ‘꽃보다 여러분’이라는 플래카드 이벤트로 관객들의 탄성을 받았는데, 이런 전통 놀이를 접목한 <사자.who(feat. 민악 솟대)>처럼 전통 공연을 현대적으로 계속 승화시켜야 한다.
 
◇ 불경을 차용한 안무! 만약 사찰에서 이 공연이 펼쳐진다면?
 
<사자.who(feat. 민악 솟대)>의 후반부는 3명의 남자 무용수인 강견, 김유성, 이용진이 펼쳤는데, 별개로 구별하지 않고 관객 중 한 명을 무대로 끌고 나오는 퍼포먼스를 통해 두 개의 무용을 연결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안무 초반 옆구르기는 북청사자놀음에서의 옆구르기와 데자뷔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사자.who(feat. 민악 솟대)’ 공연사진, 사진=창무국제공연예술제 제공 <‘사자.who(feat. 민악 솟대)’ 공연사진, 사진=창무국제공연예술제 제공>

음악은 ‘마하반야 바라밀다’로 시작하지만 이내 컨템퍼러리 댄스로 동작이 이어지는데, 불교 음악을 EDM 댄스 음악으로 재창조하면서 사자춤의 특징적 동작을 차용했다. 갑과 을의 관계 표현과 관계의 역전 표현을 정말 알기 쉽게 안무로 녹여냈다.
 
만약 이 공연에 사찰에서 펼쳐진다면 어떨까? 발칙한 공연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지만, 정말 친근한 재해석으로 사랑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성에 대한 너그러움이 어디까지 허용될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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