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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발레] ‘KNB MOVEMET SERIES 4’(3) 신승원 <시간에 닿다>, 이영철 <오만과 편견>

발행일 : 2018-08-08 11:20:38

8월 4일부터 5일까지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공연된, 국립발레단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 <KNB MOVEMET SERIES 4>에서 신승원 안무가와 이영철 안무가는 각각 <시간에 닿다>와 <오만과 편견>을 통해 수석무용수가 안무가의 시야를 가질 때 어떤 작품이 나올 수 있는지 보여줬다.
 
국립발레단에서 대작의 작품에 주역 무용수로 출연한다는 것 못지않게 본인의 이름으로 만든 신작 작품에 대한 열정, 기대와 희망도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된다. 무용수로서의 능력이야 별도로 언급할 필요조차 없이 훌륭하지만, 스스로의 안무 능력, 창작력, 작품 해석력에 대해서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더라도 본인이 창작한 작품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 신승원 안무 <시간에 닿다>
 
무용수로서의 신승원은 선을 아름답게 구사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얼굴 표정의 변화를 통해 내면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표정의 큰 변화 없이도 팔과 다리, 몸통이 표현하는 아름다운 선으로 정말 아름다운 표정 연기를 하고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게 신승원의 장점이다.

‘KNB MOVEMET SERIES 4’ 신승원 안무 ‘시간에 닿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KNB MOVEMET SERIES 4’ 신승원 안무 ‘시간에 닿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신승원은 이번 <시간에 닿다>에서 그런 자신의 장점을 잘 녹여냈는데, 출연한 세 무용수인 김나연, 구현모, 박종석은 각각 신승원이 전달한 부드러운 선의 정서를 잘 표현하면서 세 명이 마치 하나인 것 같은 선의 연결까지 이뤄냈다는 점이 돋보였다.
 
남녀의 2:1 구도는 대결이나 배틀이라기보다는 연결과 밀착, 공감과 교감이라고 느껴졌는데, 세 명의 호흡이 무척 좋았다는 점이 주목됐다. 조명을 통해 세 개의 그림자인 것처럼 안무가 펼쳐지기도 했다.

‘KNB MOVEMET SERIES 4’ 신승원 안무 ‘시간에 닿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KNB MOVEMET SERIES 4’ 신승원 안무 ‘시간에 닿다’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시간에 닿다>를 비롯해 <KNB MOVEMET SERIES 4>에서는 공통적으로 밀도 있고 촘촘하고 팽팽히 조여진 활처럼 탄력 있는 몸이 빚어낸 동작들 위에 유려하고 미끄러지듯 구르는 음악과 시각을 온통 앗아가는 조명이 모두 인상적이었다.
 
단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발레 공연으로 관객 또한 공연에 몰입하다 보면 숨이 찰지도 모른다. 무용수의 피부를 타고 흐르는 땀방울조차 중력을 거스른 듯 가볍고 대담하다는 점은 흥미로운데, 중력을 이겨내려고 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중력을 통해 땅으로 내려오는 속도를 다시 도약하는 동작으로 이어가면서 중력이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대상이라고 느끼게 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 이영철 안무 <오만과 편견>
 
무용수로서의 이영철은 무척 남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는데, 그의 내면에는 한국 사회의 여성에 대한 오만과 편견의 사고관을 해체하고 본연의 아름다움을 존중하려는 마음이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다. 상남자적 매력을 가진 남자무용수의 반전 매력일 수도 있지만, 상남자적 매력을 가진 남자무용수의 내적 노력일 수도 있다.

‘KNB MOVEMET SERIES 4’ 이영철 안무 ‘오만과 편견’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KNB MOVEMET SERIES 4’ 이영철 안무 ‘오만과 편견’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오만과 편견>에는 배근영, 이하연, 조연재, 류제원, 이근희, 이영철이 출연했다. 작품은 누군가의 복잡하고 바쁘지만 경쾌한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듯 짜릿하고 재미있다. 위트와 해학이 있어 감각적이고, 경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유쾌한 이야기 한 편을 보는 느낌을 준다.
 
즐길 준비가 된 관객과 감동할 준비가 된 관객과 수준 높은 공연에 목마른 관객들의 욕구를 채우고도 남아 환호하고 열광하게 만드는 공연이다. 한때 잘 나갔던 무용수들이 아닌 현재 최고로 잘 나가는 무용수들의 눈부신 전성기를 신작이라는 신선함을 느끼며 함께 할 수 있었기에 신나고 축제 같은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KNB MOVEMET SERIES 4’ 이영철 안무 ‘오만과 편견’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KNB MOVEMET SERIES 4’ 이영철 안무 ‘오만과 편견’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한정된 좌석으로 인해 공연을 관람하지 못한 사람들은 매우 아쉬워했을 것이다. 이영철은 2015년 <빈집>, 2016년 <3.5>, <The Piano>, 2017년 <미운 오리 새끼>에 이어 <오만과 편견>을 안무했는데, 이영철의 안무작만으로 공연이 만들어진다면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라고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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