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영화

[ET-ENT 영화]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자존감 부족의 시대

발행일 : 2018-07-27 10:25:35

사토 유이치 감독의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이하 <블랙회사>)에서 백수 생활 10년 끝에 겨우 입사한 신입사원 마코토(코이케 텟페이 분)가 들어간 곳은 ‘블랙회사’이다.
 
상위권 대학을 나와도 자존감을 가지지 못하는 시대의 시야로 볼 때, 2009년에 만들어진 영화는 마치 그냥 현재의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만화적 구성, 시트콤을 연상하게 만드는 움직임 속 독특한 영상은 자존감 결핍의 시대를 풍자적으로 묘사한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 2009년에 만들어진 일본 영화, 10년이 다 돼 가는데 지금 만든 것 같은 영화
 
<블랙회사>는 2009년에 만들어진 일본 영화이다. 돈을 적게 주고, 야근을 기본으로 시키면서도, 비전은 없는 회사를 뜻하는 ‘블랙회사’의 개념과 자신의 이야기를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묻고 공유하는 설정은, 마치 현재의 이야기를 지금 만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자존감이 부족한 것을 결핍으로 여지기 않고 모든 사람의 공통적인 기본처럼 생각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기 때문에, 마코토의 모습은 안쓰럽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그냥 일상 속 나와 내 주변의 모습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얼마 전에 <블랙회사>를 봤다면 착취당하는 관객은 신입사원의 편에 서서 마음 편하게 응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근로기준법으로 주 40시간 근무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혼란을 겪고 있는 현재는, 블랙회사에 입사한 마코토를 명쾌하게 하나의 시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아이러니 또한 느끼게 된다.
 
<블랙회사>가 1~2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다면 주당 근로시간 축소를 정서적으로 지지하는 영화로 받아들여졌을 수도 있는데, 현재는 단순한 시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 만화적 구성, 시트콤을 연상하게 만드는 움직임 속 독특한 영상
 
<블랙회사>는 만화적 구성, 시트콤을 연상하게 만드는 움직임 속 독특한 영상이 눈에 띄는 영화이다. 일본 영화는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 영화가 전혀 다른 뉘앙스를 전달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작품은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을 준다는 점이 흥미롭다.
 
애니메이션보다는 만화의 정서에 더 가깝다고 느껴지는데, 장면 장면에 쉼표를 사용하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연결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블랙회사>에서 게임 속 배경에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들어가는 감정이입은, 현실의 이야기와 겹쳐 보이게 만들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할 때 너무 불편한 장면을 우회적으로 완충해 전달하게 만든다.
 
◇ 애매하게 변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느껴야 할지 갈등될 수도 있다
 
애매하게 변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블랙회사>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지도, 절절한 대리만족을 선사하지도,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지도 않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즉, 2009년의 일본과 한국에서는 명쾌한 제시로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뉠 수 있는 영화였다면, 2018년의 한국에서는 판단을 보류하게 되는 영화일 수도 있다. 9년 전과 크게 바뀌지 않은 사회 구조 상에서. 제도의 변경으로 인해 영화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블랙회사>를 보면서 돈을 적게 받으며 야근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비전이 없던 회사에 다녔던 과거와, 야근을 하지는 않지만 돈을 더 적게 받으면서 비전을 꿈꿀 수 없는 현재의 차이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씁쓸한 여운으로 남는다.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블랙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나는 한계에 도달했는지도 모른다’ 스틸사진, 사진=엔케이컨텐츠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