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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뒤집어버려” 쉐보레 이쿼녹스

발행일 : 2018-06-25 12:44:19
[시승기] “뒤집어버려” 쉐보레 이쿼녹스

오랫동안 고대해온 신차였다. 군산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이후에 반전을 노리고 한국GM이 내놓은 차는 쉐보레 이쿼녹스다.

데뷔 무대는 지난 6월 초 열린 부산모터쇼. ‘쉐비 록스’라는 슬로건 아래 쉐보레가 향후 선보일 트래버스, 콜로라도와 함께 첫 선을 보였다.

첫 인상은 근사하다. 최근 쉐보레 패밀리룩과 트렌드를 잘 조화시킨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후측면 모습이 멋지다.

[시승기] “뒤집어버려” 쉐보레 이쿼녹스

이쿼녹스의 휠베이스는 2725㎜로, 현대 투싼(2670㎜)보다 55㎜ 길고, 싼타페(2765㎜)보다 40㎜ 짧다. 이 차이는 앞뒤 좌석 레그룸의 차이로 이어진다. 싼타페가 5인승치고 넉넉한 수준이라면, 이쿼녹스는 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충분한 공간을 보여준다.

대시보드는 최근 쉐보레 라인업에서 보던 모습과 거의 같다. 태블릿 PC 같은 모니터를 중앙에 배치하고, 그 주위를 U자 모양의 가죽 트림으로 감쌌다. 나는 이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조금 올드해 보인다는 의견을 나타내기도 한다.

엔진은 1.6 디젤 한 종류만 얹었다. 최고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2.6㎏·m의 이 엔진은 트랙스에 들어가는 1.6 디젤 엔진(135마력, 32.8㎏·m)과 수치상으로는 비슷하다.

[시승기] “뒤집어버려” 쉐보레 이쿼녹스

그러나 진동과 소음은 큰 차이를 보인다. 트랙스에 얹은 엔진은 다소 거친 반응과 소음이 느껴지는 반면, 이쿼녹스는 상당히 조용하고 부드럽다. 급가속을 하면 소음이 커지긴 하지만, 그 이외의 상황에서는 가솔린 엔진과 별 차이가 없다.

젠3 타입 6단 자동변속기는 엔진과의 궁합이 매끄럽다. 수동 모드는 말리부와 마찬가지로 기어 노브 위에 달린 +, - 버튼으로 조작하는데, 조작성은 떨어진다. 여기에 패들 시프트를 추가하거나 크루즈에 장착했던 것처럼 기어 레버를 조작하는 타입으로 바꾸는 게 나을 듯하지만, 수입 모델의 특성상 쉽지 않다. 동승한 류청희 칼럼니스트는 “D 드라이브에서의 반응이 매끄럽기 때문에 수동 모드를 쓸 일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언급했다.

승차감과 주행안정성은 훌륭하다. 서스펜션은 과속방지턱도 매끄럽게 넘고, 고속 코너링에서 꽤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한다.

[시승기] “뒤집어버려” 쉐보레 이쿼녹스

다만 자잘한 요철의 진동을 걸러내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말리부에서 느껴지던 느낌과 비슷하다.

이쿼녹스의 인증 연비는 2WD 기준으로 도심 12.2㎞/ℓ, 고속도로 14.9㎞/ℓ, 복합 13.3㎞/ℓ다. 반면 싼타페 2.0 디젤 2WD 5인승(19인치)은 복합 13.5㎞/ℓ, 투싼 1.7 디젤 2WD(18인치)는 복합 14.6㎞/ℓ다. 한국GM 관계자는 “실제 주행연비는 더 좋다”고 강조한다. 시승코스가 짧기 때문에 이 부분은 추후 다시 점검해볼 예정이다.

이쿼녹스는 2987만원부터 4040만원까지 다섯 종류의 트림으로 나온다. 최고급형인 프리미어 익스클루시브에 AWD 옵션을 추가하면 4240만원이 된다.

경쟁차를 살펴보면, 현대 투싼 1.7 디젤 2WD 모델은 2350만~3285만원, 싼타페 2.0 디젤은 2985만~4490만원(5인승 기준)이다.

[시승기] “뒤집어버려” 쉐보레 이쿼녹스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이쿼녹스의 차체 크기는 투싼과 싼타페 중간이고, 엔진 배기량과 출력은 투싼과 비슷한데 가격은 싼타페급이기 때문이다. 신차 가격이 공개된 이후 누리꾼들에게 지적받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속칭 ‘깡통 모델’부터 시작해서 트림이 차근차근 올라가는 타입인데, 한국GM은 기본 사양을 충실하게 넣는 타입이어서 출발 가격이 높다. 그러니 대다수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싸다고 느낀다.

한국GM은 그동안 신차를 출시할 때마다 가격 정책에 대해 항상 지적받아왔다. 그럴 때마다 조언을 해주곤 하지만, 한국GM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시승기] “뒤집어버려” 쉐보레 이쿼녹스

미국과 한국 소비자의 특성은 명확히 다르다. 한국에서 차를 팔 때는 한국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의 가격 정책을 고려하면 더욱 치밀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GM은 예전부터 ‘엔지니어의 천국’이었다. 기술자들의 입김이 세다 보니 편의장비나 가격 정책에 신경을 덜 썼다. 하지만 기가 스틸 19.7%를 포함해 고장력/초고장력 강판을 82.4%나 쓸 만큼 차를 튼튼하게 만들어놓고 소소한 것에서 지적을 받는 건 억울한 일이다.

지난 5월 내수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친 점유율은 81.5%였다.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이 높기도 하지만, 한국GM을 비롯한 나머지 회사들의 부진에도 원인이 있다. 한국GM은 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까. 이쿼녹스가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차체의 기본기는 매우 탄탄하다. 마케팅에 사활이 걸렸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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