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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발레] 대한민국발레축제(9)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드라마틱한 정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발행일 : 2018-06-22 10:00:05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는 2018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초청공연으로 6월 22일부터 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원작을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예술감독 크리스티안 수푹이 2014년 발레로 안무한 작품으로, 국립발레단은 2017년 초연 이후 다시 무대에 올린다.
 
<안나 카레니나>는 오페라, 뮤지컬 무대를 연상하게 만드는 발레 작품이다. 발레 군무의 화려함보다는 드라마틱한 정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인데, 미니멀리즘을 통해 내면의 정서에 더욱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주목된다.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 오페라, 뮤지컬 무대를 연상하게 만드는 발레 작품
 
<안나 카레니나>는 관객석의 불이 꺼지기 전 기차 소리로 시작한다. 오케스트라 피트에서는 폴 코널리의 지휘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가 펼쳐지고, 무대 위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피아노 라이브 연주가 진행된다. 국립합창단 조윤정, 최윤정이 무대 위에서 성악을 부르는 시간 또한 눈에 띈다.
 
뮤지컬이나 오페라 무대를 연상하게 만드는 의상과 무대 장치는 인상적인데, 무대 뒷면 스크린의 흑백 영상은 스토리텔링을 이미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커플무의 경우에도 화려함보다는 주고받는 향유와 공유, 공감의 정서가 부각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많은 무용수들이 동시에 등장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은 소극장 내지는 중극장의 창작 발레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오케스트라가 이끄는 시간보다 피아노가 이끄는 시간에 더욱 창작 발레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리프팅 동작을 할 때도 빠르게 올라가고 내려오기보다는 서서히 올라가고 내려와 속도감보다는 과정의 충실함을 느낄 수 있는 안무를 선보인다.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자전거를 타고 무대에 오르기도 하는데, 격정적인 원작의 이야기가 완급 조절돼 서정적인 측면이 부각됐다고 볼 수 있다. 동명의 오페라, 뮤지컬과는 차별된 시야라고 여겨진다.
 
◇ 군무의 화려함보다는 드라마틱한 정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미니멀리즘을 통해 내면에 더욱 초점을 맞추다
 
<안나 카레니나>는 군무가 주는 화려함과 기교보다는 등장인물의 정서에 충실한 안무가 주를 이룬다. 발레 군무의 화려함을 기대했던 관객은 다소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고, 대극장 발레 공연에서 이런 정서적인 안무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관객은 무척 행복할 수도 있다.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전막 프레스콜에서 안나 역을 맡은 발레리나 한나래는 크게 저항하지는 못하지만 싫어하는 현재의 마음을 표정과 몸의 움직임을 통해 실감 나게 표현했다. 한나래의 표정과 움직임을 동시에 보면 더욱 와닿는다.
 
남자 무용수들이 상의를 노출한 장면에서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원작의 스토리텔링을 모르는 관객은 상징적이고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다소 난해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는데, 정서적으로 깊은 사색과 느낌을 좋아하는 관객의 구미에 더욱 알맞은 작품이다.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음악 또한 대극장 발레 공연에서 일반적으로 들을 수 있는 스타일과 다르고, 무대 소품 또한 그러하다. 미니멀리즘의 최소화를 택한 무대 장치는 시각적 화려함보다는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인물의 정서와 감정에 충실하기를 바라는 안무가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생각된다.
 
무용수들의 의상은 대부분 검은색과 흰색 위주로 구성돼 있다. 그렇다고 모든 무용수의 의상이 흑백은 아닌데, 관객은 정해진 색을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 각자의 마음을 투사해 무용수들의 의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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