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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아이 필 프리티’ 자신감이 자기대상을 만들 수도 있다

발행일 : 2018-06-13 10:47:46

에비 콘, 마크 실버스테인 감독의 <아이 필 프리티(I Feel PRETTY)>에서 뛰어난 패션 센스에 매력적인 성격이지만 통통한 몸매가 불만인 르네 베넷(에이미 슈머 분)은 예뻐지기만 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로 자기심리학을 발전시킨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의 개념을 적용하면, 르네의 자신감을 생성하고 몰락시킨 내면 심리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아이 필 프리티’ 스틸사진, 사진=퍼스트런 제공 <‘아이 필 프리티’ 스틸사진, 사진=퍼스트런 제공>

영화에서는 르네가 머리의 충격으로 인해 자신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지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반응도 달라지는데, 자기대상의 개념을 알면 억지 설정처럼 느껴지는 두뇌의 충격이 없더라도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 하인즈 코헛의 ‘자기대상’
 
심리학 이론 중 대상관계이론은 대상(사람) 사이의 관계, 즉 관계성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그중에서도 하인즈 코헛은 자기의 내부 세계보다 다른 사람을 포함한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아이 필 프리티’ 스틸사진, 사진=퍼스트런 제공 <‘아이 필 프리티’ 스틸사진, 사진=퍼스트런 제공>

자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와 연결된 외적 대상이 필요하고, 그 대상들과의 지속적인 자기대상 경험 속에서 자기가 강화되고 유지된다고 봤다. 즉, ‘자기대상’은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쉽게 표현하면, 내가 나를 바라봄으로써 나의 가치와 매력을 인지하고 발전시키기보다는, 나의 가치와 의미, 매력을 인정하는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바라봄으로써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게 되는 것을 말한다.

‘아이 필 프리티’ 스틸사진, 사진=퍼스트런 제공 <‘아이 필 프리티’ 스틸사진, 사진=퍼스트런 제공>

다른 사람이 인정해줘야 자신의 존재 가치가 결정되는 것은 수동적인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는데, 스스로 굉장히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자기대상이 없을 경우 누구보다도 심한 공허함과 허무함을 느낄 수도 있다.
 
자기대상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거울 자기대상(mirroring self object), 힘없는 자기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힘이 있고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와 융합하려고 찾는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ing self object), 부모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는 느끼길 원하는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 object)이다.

‘아이 필 프리티’ 스틸사진, 사진=퍼스트런 제공 <‘아이 필 프리티’ 스틸사진, 사진=퍼스트런 제공>

◇ 나에게 자기대상이 있으면 나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진다. 그런데 <아이 필 프리티>의 르네는 충격과 착오로 인해 생긴 자신감으로 인해 자기대상을 만드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든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없는 사람에게 누군가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반영해준다면, 즉 자기대상이 돼 준다면 그 사람의 자신감과 자존감은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이다.
 
그런데 <아이 필 프리티>에서 르네는 예뻐지기 위해 헬스클럽에서 스피닝을 과도하게 하다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머리를 부딪힌 후 자신이 이전보다 예뻐졌다는 착각을 하게 되는데, 그 착각으로 인한 자신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르네를 매력적으로 보게 만든다.

‘아이 필 프리티’ 스틸사진, 사진=퍼스트런 제공 <‘아이 필 프리티’ 스틸사진, 사진=퍼스트런 제공>

당당한 르네를 매력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르네에게 좋은 반응을 보내면서 르네에게 자기대상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자기대상의 개념을 모른 채 보면 저런 건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자기대상의 개념을 알면 현실에서도 누구에게나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자신감이 있을 만할 때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의지의 표현으로 미리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지나친 겸손함보다는 때로는 뻔뻔하거나 멘탈이 강할 필요가 있다.

‘아이 필 프리티’ 스틸사진, 사진=퍼스트런 제공 <‘아이 필 프리티’ 스틸사진, 사진=퍼스트런 제공>

자기대상의 개념은 남이 평가하는 나의 모습이 아니다. 나의 모습을 다른 사람을 통해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르네처럼 내가 먼저 자신감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이 자신감을 드러낼 때 다른 사람들이 처음부터 자신감이라고 인정해줄까?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저 사람이 뭐 때문에 자신감을 가진 거야?”라는 궁금증과 호기심은 생길 것이고, 그러면서 진지하게 바라보면서 원래 가졌던 매력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 내가 자신감이 넘치면, 내가 기꺼이 다른 사람의 자기대상이 될 수 있다
 
<아이 필 프리티>의 르네를 보면 내가 자신감이 넘치면 나에게 자기대상이 생기기도 하지만, 내가 기꺼이 다른 사람의 자기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사람을 칭찬하고 인정하고 격려하는데 거리낌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충분히 칭찬할 자격이 있다는 자신감과 다른 사람을 칭찬해도 내가 초라해지지 않는다는 자존감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 필 프리티’ 스틸사진, 사진=퍼스트런 제공 <‘아이 필 프리티’ 스틸사진, 사진=퍼스트런 제공>

다른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목소리에 자신이 없는 에이버리 클레어(미셸 윌리엄스 분)는 결핍을 전혀 겪지 않고 자라나서 경제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의 마음과 입장을 잘 모르지만 목소리 때문에 누구보다도 콤플렉스가 있는 상류층 여자이다.
 
목소리 빼고 완벽한 에이버리에게 감히 칭찬을 할 만큼 용기가 있는 사람도 드물고, 그녀의 콤플렉스가 별거 아니라며 위로해줄 용기가 있는 사람도 드물기 때문에 그녀는 화려함 속 공허함이 있었을 것이다. 회사의 대표이사, 학교의 교수님과 선생님, 고위직 공무원과 정치인 등에게 아부를 하는 사람은 많아도 진정한 칭찬과 인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아이 필 프리티’ 스틸사진, 사진=퍼스트런 제공 <‘아이 필 프리티’ 스틸사진, 사진=퍼스트런 제공>

자신감으로 인해 자기대상이 생겨 더 자신감이 생긴 르네는 감히(!) 에이버리를 칭찬하고 격려한다. 르네는 에이버리의 거울 자기대상이 돼 주는데, 에이버리의 최대 결핍을 르네가 채워준 것이다. 에이버리가 자신의 퍼스널 영역에 르네를 불러들일 충분한 이유가 만들어진 것이다.
 
르네와 에이버리를 보면 자기대상이 되어줌으로써 라포르(rapport)를 형성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라포르는 상호신뢰관계를 나타내는 심리학 용어이다. 이전의 르네는 공감능력이 없던 사람인데, 다른 사람이 자신을 공감하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은 자신감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르네의 이런 자신감이 주는 선순환의 긍정적 효과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3자의 시선으로 볼 때 이해를 하면서도 막상 자기의 이야기라고 느끼는 순간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는 점은 안타깝다. 영화를 본 후, 혹은 이 글을 읽고 난 앞으로 한 시간만이라도 무모한(!) 르네가 돼 보는 것은 어떨까?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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