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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국악] 한옥콘서트 산조 ‘아쟁 윤서경’ 음향의 도움 없이 듣는 산조의 매력

발행일 : 2018-05-25 17:13:26

서울특별시 주최, 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 주관, 한옥콘서트 산조 <아쟁 윤서경>이 5월 24일 남산골한옥마을 민씨가옥에서 개최됐다. 5월 10일 <해금 김용하>에 이은 공연으로, 6월 7일 <대금 김선호>, 6월 21일 <거문고 김준영>으로 이어진다.
 
<아쟁 윤서경>에는 아쟁 연주자 윤서경과 최혜림이 참여했고, 이영섭이 장구로 함께 했다. 완전한 실내도 실외도 아닌 곳에서 음향의 도움 없이 듣는 산조는 정말 매력적이었는데, 대아쟁과 철아쟁 소리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쟁 윤서경’ 공연사진. 사진=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 제공 <‘아쟁 윤서경’ 공연사진. 사진=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 제공>

◇ 산조의 매력, 음향의 도움 없이 듣는 산조의 매력
 
<아쟁 윤서경>의 첫 곡은 ‘윤윤석류 아쟁산조’였다. 윤서경이 아쟁을 연주하고 이영섭이 장구로 함께 했는데, 서양식으로 따지면 한옥에서 펼쳐지는 국악 하우스콘서트라고 할 수 있다.
 
한옥콘서트 산조의 본공연은 저녁 7시 30분부터인데, 6시부터 신청한 사람에 한해 전통다례체험을 할 수 있었다. 공연장에 일찍 도착하면 차분히 준비하는 맛도 있지만 지루하거나 뻘쭘할 수도 있는데, <아쟁 윤서경>은 일찍 와서 마루에 앉아 기다리는 정취를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6월 7일과 21일 관람 예정인 관객은 일찍 와서 느껴보기를 추천한다.

‘아쟁 윤서경’ 공연사진. 사진=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 제공 <‘아쟁 윤서경’ 공연사진. 사진=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 제공>

‘윤윤석류 아쟁산조’는 전통 국악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음향의 도움 없이 오롯이 전통악기 소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음향의 도움을 받은 연주만 들었던 관객은, 우리 전통악기가 이런 매력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다.
 
7살 때부터 아쟁은 말을 하고 본인은 아쟁의 말을 계속 듣기만 했다는 윤서경의 시적인 표현은 아쟁의 울림을 더욱 와닿게 만들었는데, 정말 생음악, 생소리의 매력은 일품이었다.

‘아쟁 윤서경’ 공연사진. 사진=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 제공 <‘아쟁 윤서경’ 공연사진. 사진=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 제공>

연주 전 조근조근 설명하던 윤서경은 진지한 몰입으로 연주했는데, 아쟁의 울림을 팔 끝에만 놓기도 하고 온몸에 놓기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차분하고 절제한 모습으로 악보도 없이 연주했는데, 첫 곡을 마치고 퇴장하는 윤서경의 얼굴에는 땀이 뻘뻘 흘렀다.
 
그냥 보기에는 부드럽게 유연성만 있으면 될 것 같은 요가가 실제로는 엄청난 운동량을 발휘하는 것처럼, 윤서경의 아쟁은 질주하지 않는 차분한 시간에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쟁 윤서경’ 공연사진. 사진=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 제공 <‘아쟁 윤서경’ 공연사진. 사진=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 제공>

◇ 대아쟁의 새로운 매력을 들려주고 보여준 최혜림
 
노부영 작곡의 ‘못다 쓴 편지’와 김대성 작곡의 ‘소리 석양에 세기고’는 최혜림이 대아쟁만으로 연주했다. 멋쩍은 듯 웃다가 첫 활시위를 당기며 진지한 모습으로 순간 집중도를 보여준 최혜림은 대아쟁을 통해 굵은 울림 속 리듬감을 전달했다.
 
‘못다 쓴 편지’에서 최혜림은 대아쟁을 통해 첼로 같은 굵고 진한 느낌을 전달하기도 하면서, 섬세하면서도 거침없는 연주를 들려줬는데, 관객과 소리로 밀당하는 느낌을 줬다. 관객과 소리로 밀당하는 것은 곡인지 대아쟁인지 최혜림인지 궁금하게 생각됐다.

‘아쟁 윤서경’ 공연사진. 사진=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 제공 <‘아쟁 윤서경’ 공연사진. 사진=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 제공>

공연장인 남산골한옥마을 민씨가옥 안채는 문을 열 경우 앞뒤로 열린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리가 모이지 않고 일정 부분 퍼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혜림은 공간감을 느끼게 하는 연주를 했는데, 마이크를 쓴 것 같은 볼륨감과 리듬감이 전달되는 큰 공간의 실내 연주처럼 느끼게 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소리 석양에 세기고’를 연주할 때는 석양이 지는 순간의 감정과 느낌을 다양한 주법, 다양한 기교로 표현했다. 최혜림의 연주를 눈을 감고 들으면 때로는 여자 연주자의 연주처럼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남자 연주자의 연주처럼 들리기도 했는데, 주법과 기교만큼 정서도 다양하게 표현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아쟁 윤서경’ 공연사진. 사진=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 제공 <‘아쟁 윤서경’ 공연사진. 사진=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 제공>

◇ 철아쟁은 어떤 느낌일까?
 
<아쟁 윤서경>의 마지막 곡은 ‘윤윤석류 짧은 산조 병주’였다. 윤서경이 철아쟁, 최혜림이 소아쟁, 이영섭이 장구를 연주했다. 철아쟁은 양금의 느낌이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됐는데, 양금과 가야금이 조화를 이룬 것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윤서경의 연주를 보면 철아쟁은 연주 방법에 따라 현의 울림을 길게 가져갈 수도 있고 짧게 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음향 기기의 개입이 없으니 디테일한 묘미를 더욱 잘 느낄 수 있었다.

‘아쟁 윤서경’ 공연사진. 사진=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 제공 <‘아쟁 윤서경’ 공연사진. 사진=남산골한옥마을 서울남산국악당 제공>

<아쟁 윤서경>에서 젊은 연주자들이 들려준 산조는 전통의 정서와 현대적 감각이 모두 살아있었다. 과거에 산조가 처음 융성했을 때는 그 자체로 당시의 현대적 감각이었을 것이다. 우리 고유의 음악이 전통을 살리는 것을 포함해 현대적으로도 우리 고유의 음악이 살아있게 만드는 것은 연주자와 관객 모두의 몫이라는 것이 <아쟁 윤서경>의 여운으로 남는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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