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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배우 차재이의 되새김질: 웹드라마 ‘낫베이직’ 제6화 ‘Life Is but a Dream’

발행일 : 2018-05-16 17:08:04

(편집자 주) 본지는 웹드라마 <낫베이직>에서 방잔수 역으로 출연하는 차재이 배우가 직접 쓴 리뷰를 게재했습니다. 드라마 속 배우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으로 독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차재이 배우의 명연기를 볼 수 있는 차기작은 무엇일지 기대됩니다. 제작 Acinemaison, 연출/각본 김남매, 촬영감독 김기영, 네이버TV의 웹드라마 <낫베이직> 제6화는 ‘Life Is but a Dream’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소중한 인연이 된 가게 사장님이 있다. 배우일을 시작하고 자연스레 업계 사람들만 만나다 보니 괜스레 세상에 대한 시선이 좁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여러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자 이것저것 대화를 많이 나누다 친해진 그녀. 며칠 전 잠 못 이루는 밤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다 ‘고객맞이’에 대해 화두가 집중됐다.
 
구매자들한테 조금씩 ‘서비스’로 나간 물품의 양이나 질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아 속이 많이 상한다는 그녀의 이야기. 입소문이 무서운 장사 바닥에서 경쟁 가게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객이 왕이다”를 실천하고 있는 다른 사장님들의 고충, 흔히 말하는 ‘파워 블로거’들의 요구에 손해를 감내하면서도 아무 말 하지 못 하는 그녀의 처지에 우리는 같이 울었다.
 
정부가 바뀌고 적폐 청산, 형평성, 평등의 주제가 대두되며 흔히 ‘갑질’하는 고객이 죄가 되는 시대가 온 줄 알았던 필자는 새삼 놀랐다.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평등’은 브라운관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인가? 어쩌면 ‘평등’이란 곧, 권리를 가진 사람들끼리만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좀 더 많이 가졌던 사람이 덜 가진 사람에게 아무런 분쟁 없이 그 힘을 양보해야 생기는 알력 싸움을 이상적이게 포장한 하나의 단어를 우리는 너무 쉽게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졌다.
 
◇ 고추와 아가씨
 
하고많은 농산물 중에 왜 하필 ‘고추’인가? 파일럿 편부터 젠더-밴딩(gender-bending) 캐릭터 몰리(애슐란 준 분)를 등장시켰으면서도, <낫베이직>은 성차별이나 평등의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코멘트를 한 적이 없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해 대사로 언급하는 대신, 웃음으로, 뉘앙스로, 재치로 <낫베이직>의 뜻을 은근히 전달했을 뿐.
 
제6화 초반, 최대한(손문영 분)은 결국 여장을 하고 염원하던 ‘고추아가씨 선발대회’에 참가하기로 한다. 대한이 스쳐 지나가듯 한 참여 선언이 실제로 일어나리라고는 방잔수(차재이 분) 또한 예상 못했을 터. 대한의 맹목적인 열정은 때때로 그를 ‘무모한 사람’으로 포장해 왔다. 그러나 대한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 이상적이고 똑똑한 코멘트를 가감 없이 날리던 인물. 굳이 여장을 하고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한 선택은 상당히 의외이다.

‘낫베이직’ 최대한(손문영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낫베이직’ 최대한(손문영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최대한뿐만이 아니다. ‘젠더-밴딩’ 캐릭터 몰리, 손에 큰 비밀을 숨기고 있는 모이, 한국어에 유창한 외국인 (카슨 앨런 분), 지방에서 올라온 귀여운 사투리 소녀 등 ‘고추 아가씨 선발 대회’의 참가자들은 다양한 배경과 사회적으로 ‘약점’이라 정의될 수 있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참여 조건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정당성의 의문이 들 법도 하건만, 참가자들이 일렬로 심사를 받는 모습은 그다지 이질 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머리에 화관까지 얹은 파격적인 대한의 여장이 거부감 있게 다가오지 않는 것, 또 제6화의 ‘고추 아가씨’ 대회가 정당성을 가지고 존립할 수 있는 것은, 이제까지 작품에 녹아있는 ‘평등’과 ‘형평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김남매의 노력 덕이 아닐까?

‘낫베이직’ 몰리(애슐란 준 분)와 외국인 참가자.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낫베이직’ 몰리(애슐란 준 분)와 외국인 참가자.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 기상(起牀)
 
“다 뻥이었어.”라고 몰리는 외친다. 대회에서 이야기한 모든 자신의 모습은 다 ‘거짓말’이었다고. 그리고 모이(요미 분)는 주장한다. 이 대회에서 자신의 ‘손’ 때문에 부당한 평가를 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대한 또한 이들에 가담해 자신이 남자임을 밝히고 단순히 ‘미(美)’의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허무하고 의미 없는 일인지를 일깨워 준다.
 
그런 면에서 지난 대회 1등인 잔수는 ‘평등’ 혹은 ‘공정 사회’가 대두되기 이전 시대의 잔여물이다. ‘고추 아가씨’에 대해 가지고 있던 그녀의 자부심이 무너짐과 동시에, ‘앵커룸 27’의 전체 팀원 교체 소식을 들은 그녀의 모습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하다.

‘낫베이직’ 방잔수(차재이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낫베이직’ 방잔수(차재이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자신감 있고, 당당하던 그녀의 모습을 제6화에선 찾아볼 수 없다. 시즌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잔수의 방어벽이 무너지고, 그녀의 연약함이 여과 없이 모니터에 드러난다.
 
잔수가 이룬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지나 싶은 순간, 컷은 넘어가고 이내 ‘문자매’는 ‘문형제’가 되어 잠에서 깬다. 잔수는 아나운서가 아닌 사생팬의 모습으로, 대한은 슈퍼스타의 모습으로, 몽지(조주리 분)는 카페 아르바이트생의 모습으로 다른 세계에 존재한다.
 
제6화까지의 모든 일이 꿈이었던 듯, 다른 현실 속에서 드라마는 다시 시작된다. 그러나 문’형제’는 아직도 잊지 않았다. 당당했던 커리어 우먼 잔수, 열정 있는 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찾은 당찬 몽지의 모습을.
 
제6화까지 약 120분에 걸쳐 쌓아 왔던 드라마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김남매의 선택은 상당히 대담하다. 어쩌면 그들이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단순히 평등성에 위배되는 대회 등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 아닌, ‘형평성’이나 ‘평등’에 대한 논란 혹은 그것들에 대한 집착 자체가 허무한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
 
누가 더 억압받아 왔고, 누가 더 양보해야 하냐의 문제는 결국 또 다른 차별을 낳는다. 존재하는 그대로, 개인에 대한 어떠한 평가 없이 그대로 서로를 받아들이는 사회, 어떠한 단어로 권리를 국한하거나 주장하지 않아도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낫베이직>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임을 시사하며, 제6화는 시즌1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모든 것이 꿈이었다’라는 결말이 그다지 허무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낫베이직>은 지난 두 달의 방영 기간 동안 그 제목 그대로 결코 평범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평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시청자들도 제작진들도 마음의 장벽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임이 필자는 새삼 감사하다.
 
◇ 시즌1을 마감하며, 김남매의 한마디
 
“<낫베이직>은 결국 특별함입니다. 기본적이지 않고 남들과 다른 개성과 이념은 결국 개인을 더욱 특별하고 빛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작성 차재이 배우
편집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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