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마뒤샤(Compagnie Maduixa)가 만든 <여자(MULÏIER)>는 2018 안산국제거리극축제(Ansan Street Arts Festival 2018) 참가작으로, 5월 5일부터 7일까지 안산문화광장에서 공연 중이다.
다섯 명의 무용수들이 죽마를 이용한 춤을 선보인다. 마뒤샤가 밝힌 대로 지속된 억압을 이겨낸 모든 여성들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여전히 투쟁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춤으로 표현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런 시각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도 있고, 춤 자체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감탄하며 관람할 수도 있는 작품이다.

◇ 움직임이 경이로운 공연, 로봇 같은 느낌에서 시작해 역동적인 동작으로 이어진다
<여자>는 공연의 규모로 볼 때 야외에 적합한 공연인데, 천장이 높고 정말 큰 공연장이라면 실내에서 봐도 멋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공연 초반 무용수들의 깊은 호흡은 관객들을 소리에 집중하게 만드는데, 내면을 표현하는 깊은 울림이 전달된다.
공연 초반 죽마 위에 선 무용수들의 안무는 사람이 아닌 로봇 같은 느낌을 준다. CG로 합성한 동작처럼 보이기도 하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움직임을 연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서 있는 것도 힘들 것 같은데 발차기를 하는 모습에 관객들은 “와~”하는 탄성을 보냈는데, 죽마 위에서 안무를 펼치기 때문에 관객의 시야가 위쪽으로 향하고 있어서 시각적으로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타악의 리듬에 맞춰 안무가 펼쳐질 때는 절도가 느껴지는데, 균형감을 맞추면서 체력 소모도 심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리듬에 맞춰 마임 같은 동작을 하기도 했다. 얼마나 많이 연습하고 호흡을 맞췄을까 생각하면서, 관객의 감탄은 계속되는데, 의성어와 함께 하는 무용수들의 표정 연기도 인상적이다.
공연 후반부에는 더욱 과감한 동적 동작, 자유자재의 움직임을 보여줬는데, 만약 공연 초반에 이런 움직임을 보여줬으면 흥미와 호기심, 몰입감이 지금처럼 커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된다. 로봇 같은 동작이 나온 게 죽마 위에서의 당연한 결과가 아니라 안무자의 메시지를 무용수들이 표현하는 방법이었던 것을 관객들은 깨닫게 된다.
다섯 명의 무용수가 균형을 맞춰 만드는 동작 또한 인상적이었는데, 서로 연결한 채로 고개를 뒤로 젖히기도 하고, 뛰면서 빠르게 회전하기도 했다. 죽마 위에서 저런 호흡을 보여준다는 게 신기하게 보이는데, 그때의 빨간 조명은 관객의 심장을 더욱 빨리 뛰게 만들었다. 이런 동작은 죽마가 없이 펼쳤어도 멋있을 동작인데, 죽마 위에서 보여주니 더욱 감동적이었다.

◇ 관절이 없이 다리가 만들어졌다면?
<여자>는 관절이 없이 다리가 만들어졌다면 우리의 움직임은 어쩌면 무대 위 무용수들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시간이다. 관절이 없다는 것은 움직임을 제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음대로 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는 답답함, 넘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 넘어졌을 때 혼자 일어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죽마 위에서 안무와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몸의 균형과 마음의 균형이 모두 필요하다. 몸의 균형은 육체적인 측면도 있지만 몸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공연 제목을 고려하지 않고 관람해도 멋진 작품인데, 공연 제목을 보이는 안무와 연기에 대입하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마뒤샤의 다섯 무용수들은 기술적인 측면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내면과 감정을 표현한다.
계속 감탄할 정도로 멋있는 공연이 아니었다면 무용 공연에 의미와 이미지를 너무 많이 부여했다고 느끼는 관객도 있었을 것인데, <여자>는 공연이 내포한 의미를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더욱 깊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마지막에 넘어지는 퍼포먼스에 관객들은 큰 환호를 보냈는데, 아마도 무용수들보다 더 아슬아슬하게 느끼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본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방법도 인상적이라고 생각됐다.
안산문화광장 E site에서 공연되는 <여자>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연 장면이 실시간으로 보이는데, 가끔 스크린을 바라볼 경우 직접 눈으로 볼 때의 감동이 얼마나 생생하고 강렬한지 느끼는 기쁨을 더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