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함께 하는 이동형 거리극 <로드씨어터 돈키호테(Road Theater Don Quixote)>가 5월 5일부터 7일까지 안산문화광장에서 공연 중이다. 2005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진 2018 안산국제거리극축제(Ansan Street Arts Festival 2018)의 일환으로, 2005년 창단한 마술적 사실주의를 표방하는 극단인 극공작소 마방진의 작품이다.
말 그대로 스트리트에 최적화된 공연인데, 아는 이야기, 아는 캐릭터 활용은 똑똑한 선택으로 여겨진다. 초연을 직접 관람하고 참여한 느낌은 놀이동산, 영화제 등 축제로의 확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형식의 공연이라는 것인데, 특별한 이벤트로 끝날지 극공작소 마방진의 새로운 레퍼토리로 자리 잡을지 궁금해진다.
◇ 공연 전부터 호기심을 자아낸 탈극장형 공연, 관객과 함께하는 이동형 거리극
<로드씨어터 돈키호테>는 안산문화광장의 C site에서 시작해 D site를 거쳐 E site에서 마무리된다. 마지막 장소인 E site에서 미리 자리 잡고 대기한 관객은 1시간을 기다릴 수도 있다.
세 곳에서만 공연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는 중간의 여러 곳에서 공연됐는데, 모두 같이 움직이며 하나의 공연이 펼쳐지지 않고 시작과 끝만 같이 모이고 중간 과정에서는 여러 갈래로 나뉘어 공연됐다. 서로 뭉쳤다 흩어지며 다양한 조합으로 펼쳐진 것이다.
마치 VR 영화를 보는 것처럼 보는 사람의 위치와 시야에 따라 다른 공연을 경험하게 되는데, 한 관객은 모든 공연의 모든 과정을 한 번의 공연으로 다 볼 수는 없다. 관객은 동시다발로 촬영하는 영화 촬영장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로드씨어터 돈키호테>뿐만 아니라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다른 공연도 안산문화광장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점도 그런 느낌을 뒷받침한다.
10년 전 돈키호테와 10년 후 돈키호테의 만남과 결투와 모험을 관객이 따라가는 형태로 진행되는데, 관객은 극 안에 들어와 관람하기도 하고 극 안에서 작은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견민성, 홍의준, 손고명, 김윤아, 원경식, 신효원, 이성환, 조용의, 최주연, 장다함, 임진구가 출연하는데, 거의 대부분의 배우들은 1인 다역을 소화하고 의상도 야외에서 교환해 입는다. 관객은 백스테이지의 모습 또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육성부터 미니 확성기, 이동식 마이크, 마지막 종착점에서의 핀 마이크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전달력 경험하게 되는 복합공연이라고 볼 수 있는데, 배우들은 힘들지만 뿌듯했을 것이다.
어수선하고 정신없이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공연 전에 잠시 들기도 했는데, 관객들의 만족도는 무척 컸다. <햄릿>의 이동형 거리극이었으면 실망의 목소리도 들렸을 텐데, <돈키호테>의 이동형 거리극은 마치 돈키호테의 다큐멘터리를 직접 경험한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참여한 배우들은 정말 진지하게 거리극에 임했다.
◇ 놀이동산, 영화제 등 축제로의 확장 가능성
<로드씨어터 돈키호테>는 놀이공원, 영화제 등 축제로의 확장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든 작품이다. 오래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과 시간이 많은 장소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형식이다. 내년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서도 재공연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놀이동산의 경우에는 공연을 따라가며 관람할 수도 있고, 놀이기구를 타려고 계속 기다리는 시간에 관람객은 지나가다 들른 돈키호테 패밀리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야외라 집중이 어렵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첫날 <로드씨어터 돈키호테>는 근처에서의 다른 공연으로 배우들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난관 속에서 시작했지만 이내 관객들의 호응을 바로 받았다는 점은 앞으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만든다.
첨단 미디어의 도움을 받는다면 동시다발적으로 공연되는 현장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해 관람 장소를 즉석에서 선택해 이동할 수도 있을 것이고, 마지막 집결장소인 E site에서는 영상 중계를 보며 기다릴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 마라톤 경기에서 마지막 트랙을 돌기 위해 운동장에 미리 와 있는 관객들에게 마라톤 과정이 전광판의 영상으로 제공되는 것처럼 <로드씨어터 돈키호테>에서도 다른 장소의 모습을 보며 과정을 공유할 수 있다면 더 큰 스케일로도 확장이 가능할 것이고 더 재미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