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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갤러리] 권여현 개인전 ‘베일에 싸인 숲’ 신화 속 인물인가? 작가 주변의 실존 인물인가?

발행일 : 2018-04-26 17:32:47

권여현 개인전 <베일에 싸인 숲(Veiled Ophelia in The Forest of Ulysses)>이 4월 25일부터 5월 20일까지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전시 중이다. 그리스 신화를 연상하게 만들면서도 동양인으로 보이는 인물, 서양적인 자연환경 같기도 하면서도 우리나라 나무가 아닌가 다시 보게 되는데, 고대 서양의 정서와 현재 한국의 정서가 작가의 내면에서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고 느껴진다.

작품 속의 인물들은 신화적인 인물 같기도 하고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인물 같기도 한데, 얼핏 보면 갇혀 있는 것처럼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어쩌면 보호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그림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그런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 ‘Rhizome book forest- Femida, oil on canvas, 90×145cm, 2017’

‘Rhizome book forest- Femida, oil on canvas, 90×145cm, 2017’의 첫 느낌은 그리스 신화가 떠오른다는 것이다. 선명한 색감과 살아있는 움직임, 한 번에 그림을 모두 보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스토리텔링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Rhizome book forest- Femida, oil on canvas, 90×145cm, 2017’. 사진=권여현 제공 <‘Rhizome book forest- Femida, oil on canvas, 90×145cm, 2017’. 사진=권여현 제공>

사람과 부엉이는 그물에 갇혀 있는데, 억압된 상황, 갇혀 있는 내면의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두고 갇힐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갇힌 존재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표정에 큰 차이가 없는 것도 눈에 띄는데, 갇힌 것이 아니라 어쩌면 보호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누군가를 가둔다는 것은 그 존재에 대한 직접적인 구속일 수도 있지만, 다른 커다란 외부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집 안에만 계속 있었던 사람은 갇힌 것처럼 집이 답답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비바람과 추위, 더위 그리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편안히 쉴 수 있는 차단의 공간으로 생각할 경우 집을 가장 좋은 보호자로 생각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 그림의 그물에 갇힌 존재들에게서 느껴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 ‘The pond of veiled Ophelia, oil on canvas, 162×130cm, 2018’

‘The pond of veiled Ophelia, oil on canvas, 162×130cm, 2018’을 비롯해 <베일에 싸인 숲>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 신화 속 인물일 수도 있지만, 작가 주변의 실존 인물이거나, 혹은 작가 주변의 실존 인물을 신화적으로 표현한 인물이거나, 신화적 인물을 작가 주변의 실존 인물에 투영해 표현한 인물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The pond of veiled Ophelia, oil on canvas, 162×130cm, 2018’. 사진=권여현 제공 <‘The pond of veiled Ophelia, oil on canvas, 162×130cm, 2018’. 사진=권여현 제공>

그림에서 신화적 요소를 하나하나 제거하면서 봐도 아직 많은 것을 담고 있고 그 자체만으로도 작품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나체를 표현하면서 심리적인 저항을 피하기 위해 신화를 차용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상상하게 된다.

그리스 신화를 잘 알고 있는 관람객은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신화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도 있는데, 신화의 내용을 전혀 모르더라도 등장인물의 표정과 동작, 그 주변의 모습을 연결해 생각하면, 신화라는 틀 안에서 작가의 뮤즈를 곳곳에 배치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작품과 작품 활동을 신적인 경지로 생각해서 신화적인 틀을 차용했을 수도 있다고 여겨지는데, 작가는 한 작품 안에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여러 이야기를 담으면서, 흉내 내기 힘든 독보적인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이 그런 상상을 뒷받침하게 만든다.

◇ ‘Veiled Ophelia in The Forest of Ulysses, oil on canvas, 160×260cm, 2018’

‘Veiled Ophelia in The Forest of Ulysses, oil on canvas, 160×260cm, 2018’은 두 개의 그림판을 이어서 만든 큰 작품이다. 쏟아지는 물은 구도를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는데, 역동감을 주면서도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주도록 배치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Veiled Ophelia in The Forest of Ulysses, oil on canvas, 160×260cm, 2018’. 사진=권여현 제공 <‘‘Veiled Ophelia in The Forest of Ulysses, oil on canvas, 160×260cm, 2018’. 사진=권여현 제공>

하나의 그림이 아니라 두 개의 그림이라고 가정하고 한 쪽씩만 봤을 경우에도 각각이 하나의 그림으로 안정감을 준다는 점은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각각 다른 작품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붙여서 볼 때 더 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전체를 보는 눈과 디테일을 구현하는 섬세함, 정서의 부분을 나눌 수 있는 논리적인 힘과 다시 엮을 수 있는 예술적 감각 모두를 가지고 있는 작가의 저력이라고 느껴진다.

<베일에 싸인 숲>을 보면 진짜 베일과 숲이 존재하고 있고, 현대와 후대의 사람들은 같은 작품에 대해서도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각각의 작품에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후대의 사람들이 작가의 작품을 어떻게 평가할지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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