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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발레] 유니버설발레단 ‘지젤’(1) 빠른 회전과 뛰어난 완급 조절로 감정을 자극하는 나탈리아 쿠쉬

발행일 : 2018-04-07 12:40:00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Giselle)>이 4월 6일부터 15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달빛 아래 흐르는 그녀의 슬픈 사랑’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번 작품에 대해 문훈숙 단장은 낭만 발레의 절정을 이룬 작품이라고 공연 전에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본지는 유니버설발레단이 펼친 러시아 버전 <지젤> 공연의 매력을 첫날 캐스팅을 위주로 알아보고,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로날드 페어베언(W. Ronald D. Fairbairn)의 ‘분열성 양태(split position)’ 모델을 기준으로 지젤의 내면 심리를 살피는 과정을 통해, 2회에 걸쳐 리뷰를 공유할 예정이다.

‘지젤’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Kyougjin Kim) 제공 <‘지젤’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Kyougjin Kim) 제공>

◇ 캐스팅에 있어서 유니버설발레단의 특징이자 장점은 다양성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의 특징은 주연을 다양한 무용수가 맡고 남녀 주연의 조합도 확정하지 않고 다양하게 시도한다는 것이다.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다양한 조합의 다양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고, 재관람을 할 때도 호기심과 기대감을 가지게 만든다.

무용수들의 입장에서 보면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특정한 무용수에게만 의존하지 않음으로써 무용수가 아닌 무용단의 경쟁력을 확보한다. 물론 주연급 무용수들이 많이 소속돼 있고 캐스팅에 초청 무용수 또한 기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젤’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Kyougjin Kim) 제공 <‘지젤’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Kyougjin Kim) 제공>

<지젤>은 주인공인 지젤(나탈리아 쿠쉬, 홍향기, 강미선, 조이 워막,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 분)과 알브레히트(매튜 골딩, 이현준, 이동탁, 마밍, 김기민, 콘스탄틴 노브셀로프 분)외에도 사냥꾼 힐라리온(알렉산드르 세이트칼리예프, 필리포 안토니오 루사나, 이동탁, 제임스 알렉산더 프레이저 분)과 제2막에서 등장하는 윌리의 여왕 미르타(최지원, 이가영, 예카트리나 크라시우크, 양첸, 이가영 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제1막의 광란의 장면부터 제2막 백색발레까지

<지젤>의 제1막과 제2막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서로 다른 작품처럼 볼 수도 있는 제1막과 제2막은 연결된 정서와 스토리텔링으로 하나로 이어진다.

문훈숙 단장은 공연 시작 전의 해설에서 제2막의 백색발레는 영적인 느낌을 주는데 윌리들의 팔 동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끝부터 올라가는 게 아니라 팔꿈치부터 안무 시작되고, 동작의 시작과 끝이 언제일지 모른다는 점을 알려줬는데, 실제로 관람하면 제2막은 동작과 정서 모두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젤’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Kyougjin Kim) 제공 <‘지젤’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Kyougjin Kim) 제공>

정말 아름다운 백색발레를 보여주는 윌리가 악령이라는 점은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 찬란한 아름다움의 반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랑, 배신, 용서, 회계를 담은 이야기를 예술적으로 승화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미르타 역의 최지원이 등장할 때 조명과 의상색의 조화는 진짜 윌리가 저런 모습이 아닐까 상상하게 만들었다.

<지젤>은 음악 또한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슬프지는 않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음악은 급박하고 불안한 정서를 빠르게 표현하기는 하지만, 구슬프고 애달픈 장면에서는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한다. 전개 과정에서 너무 신파적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처량함과 아름다움의 조합은 의상, 조명, 음악. 안무의 조화를 통해 감동을 준다.

‘지젤’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Kyougjin Kim) 제공 <‘지젤’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Kyougjin Kim) 제공>

◇ 빠른 회전과 순간적으로 빠른 움직임, 뛰어난 완급 조절을 통해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는 발레리나 나탈리아 쿠쉬

첫날 공연에서 지젤 역을 맡은 발레리나 나탈리아 쿠쉬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상임객원 수석무용수로 활약한다. 소녀같이 가볍고 산뜻한 움직임을 보여줬는데, 순간적으로 빠른 움직임을 구사하며 완급 조절에 뛰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빠른 회전속도는 감탄을 자아낸다.

지젤이 한 번에 쓰러지지 않고 쓰러지는 과정을 겪는 것은 현실적이고 개연성을 주는데, 나탈리아 쿠쉬는 그 과정에서의 안타까움을 움직임으로 관객들에게 잘 전달했다. 혼자 점핑을 할 때 높이가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체공시간은 길다는 점은, 나탈리아 쿠쉬의 동작을 환상적으로 보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젤’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Kyougjin Kim) 제공 <‘지젤’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Kyougjin Kim) 제공>

◇ 섬세한 동작과 시원시원한 동작을 모두 보여준 발레리노 매튜 골딩

알브레히트 역의 발레리노 매튜 골딩은 지젤 역의 나탈리아 쿠쉬와 호흡을 맞추면서 같이 하는 동작에서는 동작을 아주 크게 하지는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체격 차이를 고려한 배려였는데, 두 사람이 함께 하는 동작에서 두 사람 모두 표정연기가 좋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전, 영국 로열 발레단 수석무용수였던 매튜 골딩은 솔로 장면 중 공중 동작에서 상당히 높은 높이의 도약을 보여줬는데, 공연장이 더 커도 무대를 남지 않게 활용할 수 있는 무용수라고 생각됐다.

‘지젤’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Kyougjin Kim) 제공 <‘지젤’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Kyougjin Kim) 제공>

제1막 마지막에서 힐라리온의 분노와 알브레히트의 충격과 분노는 무턱 인상적이었는데, 발레가 아닌 연극이나 뮤지컬, 오페라였으면 이 장면에서의 갈등과 대립이 더욱 부각됐을 수도 있다.

<지젤>에서 볼 수 있는 남자 무용수들의 2인무에 관객들은 큰 환호를 보냈는데, 발레에서 자주 접하기에 쉽지는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지젤 친구들 역의 여자 무용수 6명이 펼치는 빠르고 앙증맞은 동작들부터 우아한 백색발레까지 다양한 테크닉과 정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지젤>을 스테디셀러 발레로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지젤’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Kyougjin Kim) 제공 <‘지젤’ 공연사진. 사진=유니버설발레단(Photo by Kyougjin Kim)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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