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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스테이지] 롤링23주년기념공연 vol.33 블랙홀 Legend Stage ‘We Go Together’ 하드록 밴드의 뛰어난 가사전달력

발행일 : 2018-04-07 00:01:11

롤링23주년기념공연 vol.33 블랙홀 Legend Stage ‘We Go Together’가 3월 31일 홍대 롤링홀에서 열렸다. 대한민국 최고의 하드록 밴드 블랙홀의 단독 콘서트로, 주상균(보컬, 기타), 정병희(베이스), 이원재(기타), 이관욱(드럼)으로 이뤄진 4인조 남자 밴드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시간이었다.

블랙홀은 하드록을 하면서도 멤버 모두 뛰어난 가사전달력을 발휘했는데, 잘 들리는 가사는 각 곡의 정서와 공연의 스토리텔링을 더욱 와닿게 만들었고, 소리만 지르는 저항정신이 아닌 진짜 내면의 솔직한 마음이 저항정신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블랙홀 단독 콘서트 ‘We Go Together’. 사진=롤링홀 제공 <블랙홀 단독 콘서트 ‘We Go Together’. 사진=롤링홀 제공>

◇ 가사 전달력 좋은 하드록 밴드 블랙홀! 10년 동안 살고 있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노래로 하다

‘We Go Together’의 첫 곡은 ‘바벨탑의 전설’이었는데, ‘소리 질러’를 외쳐야 할 것 같은 고음의 하드록이지만 가사전달력이 무척 뛰어나다는 점이 주목됐다. 블랙홀은 이어지는 곡들에서도 뛰어난 가사전달력을 발휘했다. 공연 초반부는 10년 동안 살고 있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펼친다고 주상균은 밝혔는데, 높은 가사전달력은 관객의 공감과 감정이입에 큰 역할을 했다.

인간의 욕망과 탐욕으로 쌓아가다가 무너진 바벨탑에 이은 ‘라이어’는 관객석에 진동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도 귀를 막을 정도로 부담스럽지 않게 볼륨을 조절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롤링홀의 음향 세팅이 훌륭한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블랙홀 단독 콘서트 ‘We Go Together’. 사진=롤링홀 제공 <블랙홀 단독 콘서트 ‘We Go Together’. 사진=롤링홀 제공>

노래가 저항정신을 담고 있어도 가사가 잘 들리지 않으면 뉘앙스의 일부만 전달될 수도 있고, 도대체 어디에 저항하는 것인지 의아해질 수 있는데, 블랙홀은 하드록을 하면서도 뛰어난 가사전달력을 확보하고 있어서 저항정신을 거부감 없이 공감하게 만든다는 점이 돋보였다.

이날 공연의 조명은 지나치게 현란하지 않고, 굵게 굵게 표현됐는데 명쾌하게 무대의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CIC’ 이후로 방송에서 블랙홀을 볼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데, 후크송 같은 리듬의 반복은 조명의 워킹과 잘 어울렸다.

블랙홀 단독 콘서트 ‘We Go Together’. 사진=롤링홀 제공 <블랙홀 단독 콘서트 ‘We Go Together’. 사진=롤링홀 제공>

‘The Press, Depress’에 이어진 ‘진격의 망령’은 노래 없이 악기가 마치 배틀을 하는 것처럼 연주되는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트로트풍으로 시작한 ‘대지의 항구, 독도 그리고 서울’에는 여러 장르의 리듬과 함께 역사의식도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노래 속에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많고,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의 곡도 있고, 국가와 민족에 대한 애정도 참 여러 곳의 가사에서 표현하는 블랙홀은, 저항정신으로 똘똘 뭉친 하드록 그룹이라기보다는 정말 국가와 민족, 사람을 사랑하는데 의식과 성깔은 있는 그룹이라고 보이기도 한다.

블랙홀 단독 콘서트 ‘We Go Together’. 사진=롤링홀 제공 <블랙홀 단독 콘서트 ‘We Go Together’. 사진=롤링홀 제공>

◇ 메인 보컬 주상균 외에도 정병희와 이원재 또한 보컬의 실력을 발휘하다

블랙홀은 메인 보컬인 기타리스트 주상균 외에도 베이시스트 정병희, 기타리스트 이원재가 모두 독창의 노래로 무대를 채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밴드이다. 정병희와 이원재가 각각 보컬로 나온 시간은 마치 같은 색깔을 가진 게스트가 온 것 같은 신선함을 선사했다.

드러머 이관욱은 ‘야간비행’을 연주할 때 드럼 솔로 연주를 통해 존재감을 발휘했는데, 질주해 화려함을 보여주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모습은 오히려 자신감이 넘치는 것으로 보였다.

블랙홀 단독 콘서트 ‘We Go Together’. 사진=롤링홀 제공 <블랙홀 단독 콘서트 ‘We Go Together’. 사진=롤링홀 제공>

◇ 블랙홀이 만드는 서정성, 어쩌면 저항정신에 대한 저항일 수도 있다

블랙홀은 몰라도 노래가 나오면 아는 곡이라고 반가워한다는 ‘깊은밤의 서정곡’이 연주될 때 “까맣게 흐르는 깊은 이 밤에 나 홀로 외로이 잠 못 이루네 파란 별빛만이 나의 창가로 찾아드네”라는 가사를 관객들은 떼창으로 따라 불렀다.

블랙홀은 따라 부르지 않고 듣기에 몰두하는 관객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했고, 일어서서 격렬하게 반응해야 하는 곡에서 관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에게 뭐라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블랙홀 단독 콘서트 ‘We Go Together’. 사진=롤링홀 제공 <블랙홀 단독 콘서트 ‘We Go Together’. 사진=롤링홀 제공>

블랙홀의 이런 정신은 자유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임과 동시에, 권위와 획일성을 강요하지 않는 진짜 저항정신일 수 있다. 저항정신 속에 서정성이 들어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저항정신에도 저항해 서정성을 발휘할 수 있는, 핵심가치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라고 느껴진다. 스탠딩 분위기를 따르지 않는 관객의 저항정신을 존중하는 것을 보면, 블랙홀의 저항정신은 확실히 존중받아야 한다.

‘내곁에 네 아픔이’를 블랙홀은 감정에 푹 빠져서 노래 불렀는데, 소리쳐 외치는 발라드라고 생각됐고, 가사와 리듬, 표정에 감정이입하면 눈물이 날 것 같은 울먹임이 올라왔다. 실제 블랙홀 또한 “이 노래만 하면 눈물이 나 가지고”라고 말했는데, 센 면은 있지만 거칠기보다 섬세한 블랙홀의 정서를 잘 전달한 표현이라고 느껴졌다.

‘We Go Together’에서 블랙홀은 두 시간 동안 20곡을 질주했는데, 거의 모든 곡들이 에너지를 최대로 사용해 부르는 곡이기 때문에 그 감동은 더욱 밀도 있게 다가왔다. 방송에서 블랙홀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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