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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3) 오종혁, 강영석, 임강희, 박정표, 백은혜, 장민수 배우

발행일 : 2018-02-18 13:11:16

뮤지컬 ‘홀연했던 사나이’를 직접 관람하면 연극 이상의 뮤지컬, 시트콤 이상의 뮤지컬, 극한 예능 이상의 뮤지컬이라고 느껴진다. 그런데, 그렇게 표현하고 나서도 독보적인 것들이 더 남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배우들의 연기력이다.

프레스콜의 하이라이트 공연을 보면 모든 배우가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필자가 관람한 회차의 전막 본공연에 출연한 배우 오종혁(사나이 역), 강영석(승돌 역), 임강희(홍미희 마담 역), 박정표(황태일 선생 역), 백은혜(김꽃님 역), 장민수(고만태 역)를 위주로 어떤 연기를 펼쳤는지 살핀다.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 연극 이상의 뮤지컬, 시트콤 이상의 뮤지컬, 극한 예능 이상의 뮤지컬, 그렇게 표현하고도 독보적인 게 남아있는 ‘홀연했던 사나이’

‘홀연했던 사나이’를 직접 본 소감은 이 작품에 출연하려면 연기력, 가창력, 체력, 강한 멘탈, 무대 매너, 폭발적인 내적 에너지를 모두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다 쏟아부을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쳐야 하며, 강렬한 연기를 펼친 후 민망함을 극복하고 뿌듯함을 느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작품을 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을 수도 있다. 배우에게 연기의 폭이 넓어짐은 물론이고, 무대에 서는 마인드의 변화, 삶의 태도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뮤지컬이라고 생각된다.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 공연사진.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의 관객은 배역에 감정이입하기도 하지만, 혼신의 열연을 펼치는 배우 자체에 감정이입할 가능성이 많다. 배역과 함께 배우를 응원하며 끝까지 가는 공연인데, 필자가 본 회차의 공연에서 오종혁, 강영석, 임강희, 박정표, 백은혜, 장민수 배우 중 누구 하나 아쉬운 연기를 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감명 깊었다. 관객들의 공통적인 반응 중 하나는 모두 다 연기를 무척 잘한다는 것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 촉촉하고 우수에 젖은 눈, 그런데 오종혁은?

‘홀연했던 사나이’에서 사나이 역의 오종혁의 눈은 촉촉하고 우수에 젖어있다. 공연 시작 전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공연의 감성을 예측하게 만드는 눈빛을 가지고 있으나 실제 공연에서는 반전을 보여주기도 하고 원래의 감성으로 재반전을 보여주기도 한다.

‘홀연했던 사나이’ 오종혁(사나이 역).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 오종혁(사나이 역).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진지한 유머를 하다가 순간적으로 확 들어가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며 장면과 정서의 변화를 이끄는데, 동작을 그냥 과장되게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큰 동작을 한 후 바로 멈추지 않고 작은 동작의 디테일을 추가해 크고 작은 동작을 연이어 표현한다.

이전에 가졌던 디테일한 표현이 만든 정서가 강렬한 동작으로 인해 아예 없어지지는 않고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이 돋보인다. 부드럽게 넘버를 소화하기도 하는데, 강렬함은 정말 압도적이다. 본인은 민망하다고 말하지만, 내면에 저런 에너지를 발산하지 않고 어떻게 견뎠는지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는 오종혁을 그냥 사나이로 느끼게 만든다.

◇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어른아이, 입체적인 정서를 표현한 강영석

승돌 역의 강영석은 ‘홀연했던 사나이’에서 시간을 넘나드는 연기를 펼쳤다. 과거의 감정과 현재의 감정을 모두 표현해야 하면, 현재에서 가져간 감성을 과거에 맞게 표현해야 하기도 한 역할을 수행했다.

‘홀연했던 사나이’ 강영석(승돌 역).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 강영석(승돌 역).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강영석은 생각과 사고는 어른으로 진지하게 하되 몸은 습관적으로 10살의 아이가 하는 행동을 하는데, 아이보다 더 아이처럼 특징을 살려서 동작을 펼친다는 점이 주목된다. 강영석은 마임이나 무용을 해도 잘 할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어린 무용수와 함께 거울 안무를 펼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승돌 캐릭터가 지나치게 전지전능한 인물로 표현됐거나 다 알고 있기에 모두 바꿀 수 있는 절대적인 인물로 표현됐다면 사나이 캐릭터가 빛을 잃었을 수도 있는데, 강영석은 그런 강약조절에서도 뛰어난 겸손함을 발휘했다.

◇ 쌍화차와 화염병 장면에서의 디테일한 움직임이 아직도 기억나는 임강희

‘홀연했던 사나이’에서 홍미희는 아들 승돌을 데리고 억척스럽게 다방을 운영하는 마담이다. 충분히 예상할 수도 있는 뻔한 캐릭터로 표현할 수도 있는데, 임강희는 억척스러움 속에 부드러움과 따뜻함, 그리고 약간의 허당기를 가진 인간미를 가진 인물로 표현하고 있다.

‘홀연했던 사나이’ 임강희(홍미희 마담 역).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 임강희(홍미희 마담 역).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임강희의 홍미희를 보면 타고난 기질은 예술적이고 온화하고 재미있고 다소 충동적이면서도 시원시원한데, 삶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적응해 갔다는 것이 느껴진다. 임강희는 홍미희를 뮤지컬 속 인물이 아닌 현실의 인물로 전달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임강희의 표정 연기는 극중 과도한 긴장감을 이완하는 역할을 하는데, 쌍화차와 화염병 장면에서의 디테일한 움직임은 표정 연기와 함께 공연이 끝난 후까지 여운을 남기도 있다.

◇ 코믹함과 진지함의 극단을 모두 보여준 박정표

‘홀연했던 사나이’에서 전교조 활동으로 낙인찍혀 교감이 되지 못한 만년 선생 황태일 역의 박정표는 진지함과 코믹함의 극단을 모두 보여주는 연기를 펼쳤다. 전교조 활동이라는 소재는 다른 인물들의 정서와 괴리감을 만들 수도 있는데, 박정표의 연기력이 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홀연했던 사나이’ 박정표(황태일 선생 역).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 박정표(황태일 선생 역).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뮤지컬에서 박정표는 전교조 활동만 한 경력이 있는 게 아니라, 어릴 적 꿈이 연극배우였거나 아니면 일가친척 중에 배우가 있어서 피 속에 연기의 혼이 흐르고 있는 사람인 것 같은 두 가지 정서를 모두 연기로 표현했다.

코믹함이 너무 극단으로 달리는 것 같은 장면에서 그 코믹함을 지나치게 없애지는 않는 동시에 진지함으로 회기하게 만드는데 박정표는 무척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발휘한다.

◇ 몸의 움직임에 있어서 완급조절이 뛰어난 배우 백은혜

‘홀연했던 사나이’에서 김꽃님 역의 백은혜는 안무를 할 때 순간적으로 들어가서 브레이크를 주는 동작에 탁월함을 보여줬다. 몸의 움직임에 있어서 완급조절이 뛰어난 배우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냥 쭉 가는 경우보다 잠시 멈출 때 시선을 집중하게 만들고 부각된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알고 있는 배우이다.

‘홀연했던 사나이’ 백은혜(김꽃님 역).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 백은혜(김꽃님 역).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뮤지컬 넘버를 소화할 때도 귀엽게 부르는 부분과 가창력을 발휘하는 부분에서 모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데, 카메라 앞에서의 발연기를 어색하거나 거북하지 않게 소화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백은혜는 이전의 작품에서도 어색한 설정의 캐릭터를 무척 자연스럽게 소화하는데 탁월함을 발휘했는데, 김꽃님 역 또한 그런 해석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마지막 피날레에서의 스타인데 발연기를 아직도 하는 이중적인 연기 또한 인상적이다.

◇ 다친 다리가 빨리 나아지기를 기원하게 만드는 장민수

‘홀연했던 사나이’에서 고만태는 바이크를 타다가 다리를 다쳐서 쩔뚝거리는데, 장민수는 다리를 다쳤지만 안 다친 것처럼 폼 잡고 걸으려고 한다고 생각될 정도로 실감 나게 연기를 펼친다.

‘홀연했던 사나이’ 장민수(고만태 역).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홀연했던 사나이’ 장민수(고만태 역). 사진=컴퍼니 연작 제공>

장민수의 걸음걸이를 보면 다리 다친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되기보다는, 다친 다리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고 응원하게 만든다. 극 초반에 바이크에 다리를 다쳤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으면, 실제로 다리를 다친 배우가 부상에도 불구하고 연기에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장민수는 역할에 몰입했다.

극 후반부에 카메라 앞에서 백은혜와 함께 한 연기에서는 멋짐 폭발을 통해 고만태가 주변 캐릭터가 아닌 당당한 메인 캐릭터 중의 하나라는 것을 증명했는데, 장민수가 사나이 역을 맡는다면 장민수의 사나이는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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