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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패티 김순영의 아리아를 듣는 것만으로도 티켓값은 충분하다

발행일 : 2018-01-17 23:14:01

마스트엔터테인먼트의 신작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가 1월 10일에서 2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톨스토이의 명작이 역사적인 전 세계 라이선스 초연으로 공연돼, 철학적 사유와 심리 묘사가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소프라노 김순영은 전설적인 소프라노 아델리나 패티의 전성기 기량을 그대로 표현했는데, 패티의 전성기를 표현한 김순영은 자신의 전성기를 매번 갱신하고 있는 것 같은 감동을 선사했다. 150분의 공연이 김순영의 아리아를 듣기 위해 달려온 듯하고, 그녀의 아리아를 듣는 것만으로도 티켓값은 충분하다고 느껴진다.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19세기 후반 러시아 사회의 풍속, 인류 보편적인 문제들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안나 카레니나’는 사랑과 결혼, 가족 문제 등 19세기 후반 러시아 사회의 풍속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톨스토이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기준으로 풀어나갔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현재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고, 뮤지컬은 이런 면을 부각하고 있다.

관객석 불이 꺼지기 전부터 기차역 플랫폼 음향은 뮤지컬 속으로 관객들을 이끈다. 말발굽 소리와 플랫폼 음향의 반복은 정서의 중심과 초심을 찾아가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기품이 넘치는 건지, 거만한 건지 모르겠는 안나 카레니나(옥주현, 정선아 분)는 러시아 최고 정치가인 남편 알렉세이 카레닌(서범석, 황성현 분), 8살 아들과 함께 행복해 보이지만, 눈앞에 나타난 젊은 장교 알렉세이 브론스키(이지훈, 민우혁 분)의 열정적인 구애에 빠질 만큼 강한 감정을 이전에는 느껴본 적이 없었다.

피할 수 없고 도망갈 수 없다고 카레리나는 노래를 부르는데, ‘안나 카레니나’ 뮤지컬 넘버는 양이 많고 부르기 쉽지 않은 기교와 고음 표현이 필요하다. 카레리나는 경마장에서 마음을 결심하는데, 말 뛰는 박동소리와 감정의 박동소리를 증폭하게 만들어 뉘앙스와 정서를 형성하는 점이 주목된다.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댄스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춤! 클래식과 전자악기 연주를 넘나드는 다양한 음악!

‘안나 카레니나’는 시작부터 화려하고 멋진 춤을 보여준다. 롤러스케이트로 피겨스케이트의 효과를 내는 춤을 비롯해 키티 세르바츠카야(이지혜, 강지혜 분)와 카레린의 내면 변화를 상징하는 마주르카 등 16명의 댄서를 비롯한 출연진은 다양한 장르의 춤을 통해 보는 즐거움을 선사해 댄스 뮤지컬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서 둘만 있는 것 같이 춤추는 옥주현과 이지훈의 모습은, 사랑하면 세상에 두 사람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클래식을 기본으로 한 오케스트라와 전자악기 조합은 록과 팝, 크로스오버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사한다. 잘못하면 여러 장르의 나열처럼 보일 수도 있는 춤과 음악을 조화롭게 이어간다는 점은 ‘안나 카레니나’의 큰 장점이다.

◇ 조명과 어울린 영상, 입체감과 박진감을 선사하다

‘안나 카레니나’ 무대는 아름다운 판타지 만들고 있다. 영상은 무대 뒷면과 8개의 이동식 LED 영상의 조화를 통해 펼쳐지는데, 8개의 LED 영상은 8개의 화면을 만들기도 하고 합쳐져서 4개의 화면, 1개의 화면으로 크기를 키우며 표현하기도 한다.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차가 출발하고 달리는 장면을 포함해 영상은 조명과 어울려 입체적으로 보인다. 인터미션 후 무대를 보면, 조명이 무대 뒷면 영상 바로 앞 천장에서 무대 앞쪽으로 분산돼 비추면서 관객석과 영상 사이에 입체적 장막을 형성하고, 영상 또한 그렇게 보이도록 만들고 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은 무대를 전체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공연장인데, 무대 전환에 시간을 소요하기보다는 영상을 통해 정서와 감성선의 단절 없이 효과적으로 장면 전환을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연결의 디테일도 역할을 하는데, 무엇보다도 영상 자체의 품질이 훌륭하다는 것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안나 카레니나’ 공연사진.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150분의 공연을 달려온 이유! 김순영의 아리아를 듣는 것만으로 ‘안나 카레니나’ 티켓값은 충분하다!

전설적인 소프라노 아델리나 패티 역은 국내 최정상급 소프라노 강혜정, 뮤지컬과 오페라를 오가며 존재감을 발휘하는 김순영, 성악을 전공했고 ‘안나 카레니나’에서 키티와 패티의 1인 2역을 소화한 이지혜가 맡았다.

필자가 관람한 회차에 출연한 김순영은 패티의 아리아 한 곡을 위해 뮤지컬이 150분을 달려왔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전율이라고 표현해도 다 채울 수 없는 감동의 시간이었다. 육성으로 들어도 감동적이었을 아리아에 마이크를 통해 전달됐을 때의 강렬함이 더해져, 김순영이 노래 부르는 시간에는 무조건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안나 카레니나’ 소프라노 김순영(패티 역).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안나 카레니나’ 소프라노 김순영(패티 역).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극중에서 사람들이 패티에게 환호했다면 공연장에서는 김순영에게 열광한 것인데, 커튼콜에서 김순영의 노래를 다시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고, 김순영 캐스팅 회차에 재관람해야겠다는 결심이 바로 생겼다. 성악가가 뮤지컬 무대에 섰을 때의 시너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시간이었다.

필자가 다른 두 캐스팅의 공연을 관람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김순영이 비교우위에 있는지 없는지를 논할 수는 없고, 모두 봤더라도 논하는 것은 좋지 않다. 김순영의 공연 회차에서 충분히 절절한 감동을 받았다는 의미인데, 강혜정, 이지혜가 패티로 출연했을 때는 어떤 감동을 줄지도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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