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2018 신년음악회’(이하 ‘신년음악회’)가 서울시립교향악단 주최로 1월 7일에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됐다. 실제로 지휘하는 것을 봐도 신선하고 경쾌한 지휘자 파스칼 로페와 21세기 거장 바이올리니스트로 인정받는 오귀스탱 뒤메이, 두 프랑스 거장들이 서울시향과 신년을 열었다.

◇ 에너지 넘치는 지휘자 파스칼 로페의 경쾌한 지휘, 프랑스 레퍼토리에 대한 탁월한 해석
‘신년음악회’의 첫 곡인 엑토르 시벨리우스의 ‘로마의 사육제’ 서곡, H95부터 파스칼 로페는 에너지 넘치는 지휘를 보여줬는데,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기도 하면서 지휘를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밝게 연주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무게감을 충분히 전달했다는 것인데, 그가 전달하는 시각적 경쾌함은 관객들이 긴장을 풀고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무대를 등퇴장할 때도 즐거운 모습이었고,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일어서게 만들 때도 감동에 지나치게 취한다기보다는 시간을 즐긴다고 보였다. 정규 프로그램이 모두 끝난 후 앙코르곡을 연주하기 전, 관객석을 향해 이야기할 때의 유머감각 또한 같은 맥락에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 진지한 모습, 디테일 강한 섬세한 표현을 모두 보여준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
‘신년음악회’의 두 번째 곡인 에르네스트 쇼송의 ‘시, op.25’, 세 번째 곡인 모리스 라벨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랩소디 ‘치간느’ M. 76은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의 협연으로 연주됐다.

‘시, op.25’의 독주 부분에서는 애잔하게 표현하면서도 연주가 약하지는 않았는데, 내적으로 강인한 사람이 깊은 슬픔을 감내하고 있는 것 같은 선율을 전달했다. 지휘자와 무척 가까운 위치에서 차분하게 연주했는데, 얼핏 보면 외적 스타일이 다른 것 같은 두 사람의 음악적 교감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치간느’를 연주할 때는 더 애잔한 음색을 들려줬는데, 하프와 바이올린의 조화 속에 과하지는 않은 바이올린의 질주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곡으로 춤을 춘다면 아주 빠르지는 않지만, 빠르면서도 정교한 스텝을 밟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혼자 환호 받기보다는 같이 환호 받은 아름다운 무대가 남긴 여운
비슷한 리듬을 대화하듯 주고받으며 연주된, 카미유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Op. 40’에서 서울시향의 부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웨인 린은 독주 부분에서 협연자 같은 존재감을 발휘했다.
무대를 퇴장했다가 다시 들어온 지휘자는 세자르 프랑크의 ‘저주받은 사냥꾼’으로 바로 들어가서 연주를 했다. 이 곡은 독일의 시인 뷔르거의 발라드에 기초한 교향시인데, 관악기가 음산한 저주와 형벌에 대한 불안감을 표현하는 점이 주목됐다.

정규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인 폴 뒤카의 ‘마법사의 제자’는 가장 많은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라와 함께 했다. 연주가 끝난 후 지휘자는 합창석에도 인사를 하며 큰 박수를 받았는데, 혼자 환호 받기보다는 같이 환호 받기를 원하는 포용력과 자신감은 그의 남다른 음악성 못지않게 감동적인 공연의 여운으로 남았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