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NT 영화] ‘강철비’ 절묘한 위치에 설정한 북한 철우 엄철우 캐릭터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Steel Rain)’는 천만 웹툰을 원작으로 한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이다. 북한 내 쿠데타가 발생하고, 북한 1호가 남한으로 긴급히 내려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현 상황에 대한 냉철한 통찰과 함께 정우성이 맡은 북한 철우인 엄철우 캐릭터, 곽도원이 맡은 남한 철우 곽철우 캐릭터의 절묘한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 상황을 표현하고 있는 영화이면서, 영화적 상상으로 볼 수 있는 첩보 액션 오락영화

‘강철비’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참으로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전쟁에 대한 공포가 첨예하게 대립된 현재의 한반도의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는 영화이다. “분단국가의 국민은 분단 그 자체가 아니라 분단을 이용하고자 하는 자들에 의해서 더 고통받는다.”라는 영화 속 표현처럼 팩트에 근거한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는 특수 상황에 있는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더욱 와닿을 것이다.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영화는 첩보 액션이 흥미진진한 오락영화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관객이 아닌 외국 관객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요소라고 볼 수 있는데, 현재 한반도의 상황에 대한 관심 유발 또한 같이 어필할 수 있다.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런 두 가지 측면은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모두 적용될 수 있다. ‘강철비’가 천만 관객 이상을 동원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이유 중의 하나인데, 관객의 서로 다른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폭력의 일상화를 당연하게 여기는 현실을 담고 있는 이 영화에서 스토리텔링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 개연성을 근거로 해 관객들과 묘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게 만드는데 정우성이라는 배우 자체가 가진 순수함과 우직함이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영화를 직접 보면 확인할 수 있다.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절묘한 위치에 설정한 북한 철우 엄철우 캐릭터 설정

최근 흥행한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북한 요원들을 외모는 비슷하지만 뻔하지 않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정치적 관점이 아닌 인간존엄성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의 인간미 또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만약 ‘강철비’에서 엄철우 캐릭터가 무척 똑똑했으면 스토리텔링을 저해했을 수도 있고, 인간미가 너무 심하게 강조됐다면 현재의 미묘한 상황에서 관객들에게 거부감을 유발했을 수도 있다.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속 북한 철우는 무척 적절하고 위치에서 캐릭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개연성과 캐릭터의 매력을 관객들이 영화적 상상력 안에서 수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면이 무척 돋보인다.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언론/배급 시사회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필자의 질문에 양우석 감독은 “보편타당한 인간적인 모습”을 유지하려고 했고, 엄철우의 “희생”을 통해 이를 구현하려고 했다고 대답했다.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가 특별히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국제정세가 현 상황과 잘 맞아떨어지는 측면 때문이기도 하지만 엄철우 캐릭터가 피도 눈물도 없는 공작기계 같은 캐릭터도 아니고 적개심에 불타는 캐릭터도 아닌 그렇다고 인간미가 철철 넘치지도 않은, 그냥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정도의 인간미를 가진 캐릭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긴장감의 연속, 주연배우 곽도원이 진지한 웃음으로 완급조절을 하다

흥행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지루해질 만하면 등장해 몸 개그를 통해 웃음을 전달하는 캐릭터가 꼭 존재한다. 본격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면 보통의 실사 영화에서 대화를 통해 웃음을 도맡는 캐릭터는 조단역 배우가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데 ‘강철비’에서 이런 역할을 모두 담당하는 사람은 주연배우인 곽도원이다. 운전하면서 GD(G-DRAGON, 지드래곤)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고, 반포동과 개포동의 아재 개그를 펼치기도 한다.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나친 긴장으로 피로감이 들지 않게 만드는 역할을 모두 곽도원이 소화하는데, 진지하게 웃기기 때문에 관객들의 감정선의 연결을 끊지도 않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관객들이 쉬었다 가야 하는 타이밍에 곽도원이 꼭 등장한다. 정우성의 국수 먹방은 참으로 안타까운 장면일 수 있는데, 곽도원의 감자튀김 먹방 장면의 여운으로 재미 또한 배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배우의 이름과 영화 속 배역 이름의 일치, 역할에 몰입하게 만들려는 감독의 배려?

‘강철비’는 모든 배우가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한 작품이다. 김갑수(리태한 역), 김의성(이의성 역), 이경영(김경영 역), 조우진(최명록 역), 정원중(박병진 역), 장현성(정세영 역), 김명곤(리선생 역), 박은혜(권숙정 역), 박선영(강지혜 역) 등 누구 하나 아쉬운 연기를 펼치는 사람이 없다.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재미있는 점은 배우의 이름과 영화 속 배역 이름이 일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곽도원과 곽철우 캐릭터는 성이 같고, 김의성과 이의성 캐릭터, 이경영과 김경영 캐릭터는 이름이 같다. 김의성과 이경영은 각각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으로 나오는데, 배역에서는 두 사람이 성을 바꿔 썼다는 점이 흥미롭다.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감독이 처음부터 캐스팅을 결정했거나 아니면 캐스팅이 결정된 후 배우의 성이나 이름을 사용하게 해 배우가 마치 바로 그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등장인물의 이름을 만드는 것 또한 쉽지 않은데, 독립영화에서 자주 사용하는 배우의 이름을 영화 속에 차용하는 방법을 사용해 마치 배우와 배역이 같은 인물인 것처럼 배우와 관객을 모두 몰입하게 만든다.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강철비’ 스틸사진. 사진=와이웍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북한 철우와 남한 철우의 이름이 같고 같은 이름, 다른 상황에 있는 영화 속 모습은 우리들의 현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정우성과 곽도원의 호흡이 뭉클한 감동을 주는데, 이 또한 우리의 현실과 대비돼 아련한 울림의 여운을 남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