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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국악] 국립국악관현악단 ‘남도의 멋’ 전통과 현재를 머금은 음악 여행

발행일 : 2017-10-20 11:46:21

국립국악관현악단 실내악 음악회 ‘모던 국악 기행 - 남도의 멋’(이하 ‘남도의 멋’)이 10월 1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됐다. 이번 공연은 대한민국을 음악으로 여행한다는 취지하에 한국음악을 지역적, 음악적 특색에 따라 경기권, 남도권, 강원/영남권, 제주/서도권 지역으로 나누어 소개하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실내악 음악회 시리즈로 진행됐다.

제1부에서는 과거로부터 고스란히 전해져온 남도지역의 전통음악을, 제2부에서는 남도음악의 특징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곡이 연주됐다. 시간적 연결성 속에서 남도음악을 즐길 수 있는 특징을 가진 공연으로, 이수자(지무), 박병원(장단, 구음), 아쟁(이태백)이 함께 해 더욱 뜻깊은 시간을 만들었다.

‘모던 국악 기행 - 남도의 멋’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모던 국악 기행 - 남도의 멋’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남도 시나위’ 슬픔의 정서를 흥으로 순화하는 우리의 긍정적 전통음악

‘남도의 멋’의 첫 연주곡은 ‘남도 시나위’였다. 실제 여행을 하는 듯 남도의 영상과 함께 펼쳐졌는데, 기악음악, 민속음악의 백미라고 불리는 시나위는 명인들의 연주로 더욱 흥겨웠다.

전체적으로 연주하는 시간도 감동적이었지만 각 악기별로 독주하는 시간이 인상적이었다. 장구(연제호)와 징(박병원)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거문고(오경자), 아쟁(이태백), 해금(이경은), 대금(김병성), 가야금(김미경)의 독주는 각 악기별 특색에 남도의 색채를 가미해 듣는 즐거움을 높였다. 피리(김형석)와 대금의 조화 또한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소리를 만들었다.

‘모던 국악 기행 - 남도의 멋’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모던 국악 기행 - 남도의 멋’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해설에만 머물지 않고 원리를 실습하게 만든 음악 길라잡이 소리꾼 김용우

이날 공연에는 소리꾼 김용우가 음악 길라잡이로 등장해 해설을 맡았는데, 각 곡의 기본적인 해설에만 머물지 않고 가락의 기본 원리를 통해 음악 속에 더 깊숙이 여행할 수 있도록 했고, 관객들이 직접 따라 부르는 시간을 만들어 더욱 감정이입하며 몰입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김용우는 처음에는 굵게 떠는 음으로 시작한다고 알려주면서 떨어주고 평으로 내고 꺾어주는 3가지 기교를 알려주고 시범을 보인 후 따라 하게 했다. 그냥 느끼면 되지 왜 해설이 필요하냐고 생각하는 관객들조차 김용우의 실습형 해설에는 무척 만족했을 것이다.

‘모던 국악 기행 - 남도의 멋’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모던 국악 기행 - 남도의 멋’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해남씻김굿 中 ‘제석굿’ 이수자가 얼마나 관객들을 진심으로 위하는지 그 마음에 더욱 감동받은 시간

망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저승으로 인도하는 사령굿 중 호남 지역의 사령굿을 씻김굿이라고 한다, 해남씻김굿 中 ‘제석굿’을 하며 이수자는 관객들과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건강을 비는 마음에서 연주를 한다고 했다.

관객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똑똑한 멘트로 생각될 수도 있었는데, 실제 공연과 공연 후 소감을 들으니 이수자는 정말 관객들과 단원들을 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던 국악 기행 - 남도의 멋’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모던 국악 기행 - 남도의 멋’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공연장에서 자주 연주되는 곡이 아니라는 ‘제석굿’은 색다른 경험을 관객들에게 전달했는데, 원래 종교적인 색채를 가진 음악을 건강과 부, 평안를 기원하는 힐링의 음악으로 승화했다는 점이 더욱 돋보였다. 이수자의 이런 마음에 망자의 영혼은 정말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느껴졌다.

대금(이용구), 피리(이석주), 가야금(김민영), 아쟁(이태백), 장구/구음(박병원), 정/구음(강민수)의 연주는 악보도 없이 지휘자도 없이 진행됐는데, 연주자의 내면에 음악을 넣어놓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됐다.

‘모던 국악 기행 - 남도의 멋’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모던 국악 기행 - 남도의 멋’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육자배기 주제의 실내악 ‘연정가 戀情歌’, 아쟁과 해금이 매력적인 ‘남도찰현 南道擦絃’

‘남도의 멋’ 제2부는 육자배기 주제의 실내악 ‘연정가 戀情歌’, 아쟁과 해금이 매력적인 ‘남도찰현 南道擦絃’로 두 곡 모두 위촉 초연으로 연주됐다. 이경섭 편곡의 ‘연정가’는 육자배기 장단을 재해석하고 부분적으로 즉흥적인 요소를 더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잔잔하고 부드럽게 연주돼 애잔한 정서를 차분하게 전달했는데, 아무런 사전 지식과 육자배기 장단에 대한 음악적 경험이 없이 관람했을 경우 색다른 음악처럼 들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는 우리 전통음악이 여러 갈래로 뻗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모던 국악 기행 - 남도의 멋’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모던 국악 기행 - 남도의 멋’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임교민 작곡의 ‘남도찰현’은 해금, 소아쟁, 대아쟁의 찰현악기 중심의 실내악곡이다. 찰현악기는 활을 현에 문질러 소리를 내는 악기인데, 고음의 해금, 중음의 소아쟁, 저음의 대아쟁이 만든 소리의 조화는 서양 현악기 실내악과는 다른 진한 울림과 떨림을 만들었다.

‘남도의 멋’은 전통의 지역음악이 명맥을 유지하는데 머물지 않고, 계승 발전해 더욱 멋진 장르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공연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얼마나 대단한 것을 가지고 있는지 본인만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에게 우리의 전통음악도 그런 존재일 수 있다.

‘모던 국악 기행 - 남도의 멋’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모던 국악 기행 - 남도의 멋’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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