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클라리넷 독주회(MINA KIM CLARINET RECITAL)’가 9월 29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개최됐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범구, 바이올리니스트 김무선, 비올리스트 강현웅, 첼리스트 정다운, 피아니스트 최영권이 이번 공연에 함께 했다.
악기 소리와 연주 매너가 우아한 공작부인을 연상하게 만든 클라리네티스트 김민아는, 거침없는 시원시원한 연주 속에 부드럽고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줬는데, 공기 중에 퍼지는 클라리넷 소리는 마치 리듬체조에서 리본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이 공기 속으로 파고드는 느낌을 줬다. 본지는 ‘김민아 클라리넷 독주회’를 2회에 걸쳐 공유한다.

◇ 자신감 넘치는 거침없는 연주, 벚꽃이 바람이 휘날릴 때의 색감을 클라리넷의 음색으로 표현하다
‘김민아 클라리넷 독주회’의 첫 곡은 C. M. von Weber의 ‘Introduction, Theme and Variations’이었다. 네 명의 현악 연주자들과 함께 한 김민아는 자신감 넘치는 거침없는 연주를 들려줬는데, 맑고 경쾌하면서도 힘 있는 연주를 했다.
호흡을 억지로 따라가는 게 아니라, 목은 빨갛지만 얼굴에는 여유를 가지고 부드럽게 연주한 김민아는 플루트보다 무겁고 퍼지는 소리를 내는 클라리넷의 매력을 잘 살렸다. 벚꽃이 바람에 휘날릴 때의 색감을 클라리넷 자체의 음색으로 표현한다는 느낌을 줬다.

◇ 협주보다 더 과감한 클라리넷 독주, 호흡과 악기가 하나 된 연주
B. Kovacs의 ‘Hommage a Carl Maria von Weber’는 김민아의 독주로 펼쳐졌는데, 협주 때보다 과감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간질간질하게 자극하면서도 저변을 굵게 깔고 가는 연주는, 두 가지를 같이 표현하고 있었기에 오묘한 느낌을 전달했다.
김민아는 호흡을 할 때 자신의 몸을 마치 아코디언처럼 사용했는데, 목과 어깨, 상체와 하체, 무릎과 고관절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자신의 호흡과 악기가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줬다.

김민아의 클라리넷 독주는 향수를 자극했는데, 독주이기 때문에 소리와 소리 사이에 생길 수 있는 미세한 공백을 클라리넷 연주 소리의 여운으로 채우고 있다는 점도 주목됐다.
‘Hommage a Carl Maria von Weber’를 연주할 때 김민아는 독주이면서도 꽉 찬 느낌을 줬는데, 클라리넷 하나만으로 IBK챔버홀을 충분히 완전하게 채우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 앉아서 연주한 김민아, 현악 연주자들과의 호흡
‘김민아 클라리넷 독주회’의 세 번째 곡인 C. M. von Weber의 ‘Grand Quintetto Op.34’를 연주할 때 김민아는 이전 곡과는 달리 앉아서 연주했다. 바이올린 연주자와 비올라 연주자, 바이올린 연주자와 첼로 연주자는 눈으로 호흡을 맞추고, 비올라 연주자와 첼로 연주자는 귀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네 명의 현악 연주자들이 든든히 호위해 김민아의 클라리넷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는 느낌을 줬다.
함께 그러면서 각자 연주한 이번 곡에서 김민아는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면서도 혼자만 질주하지 않고 같이 호흡을 맞춰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클라리넷의 연주가 없는 시간을 거쳐 연주에 들어갈 때 미리 맞춰진 호흡은 클라리넷이 다른 악기들과 원활하게 리듬을 맞춰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줬다.

클라리넷은 연주자의 몸 움직임뿐만 아니라 호흡 또한 그대로 소리로 전달되는 악기로, 척추의 움직임으로 인한 호흡의 바이브레이션도 연주 소리에 영향을 주는데, 김민아는 특히 앉아서 긴 클라리넷 악기를 연주할 때 몸을 사선으로 흔들며 울림을 증폭했다는 점도 주목됐다.
김민아의 연주를 유심히 바라보면 자신의 호흡을 그대로 소리로 드러낼 때 정서와 건강 상태가 반영될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만들었는데, 클라리넷이 참 희한하고 매력적인 악기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김민아는 그런 매력을 무대에서 유감없이 발휘해 클라리넷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높였는데, 자신도 모르게 몸으로 체득한 리듬과 함께 다른 악기들의 흐름도 제대로 이해해야 함께 연주가 가능할 것 같은 클라리넷을 시원시원하게 연주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