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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갤러리] 희수갤러리 이은황 개인전 ‘귀로(歸路)’ 도심에 붙어있는 자연, 정서가 살아있는 사람

발행일 : 2017-10-01 17:58:46

이은황 개인전 ‘귀로(歸路) - monologue in the city’(이하 ‘귀로’)가 9월 27일(수)부터 10월 17일(화)까지 인사동 희수갤러리에서 전시 중이다. 추석 연휴 중 10월 3일부터 5일까지는 휴무이다.

이은황 작가가 작년 7월 혜화아트센터에서 개최한 첫 번째 개인전 ‘RED SIGNAL(도시 빛의 기억, 그 첫 번째 이야기)’에서 역동적인 도시 빛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 전시는 그 연장선상에서 더욱더 삶의 공간으로 영역을 확장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 ‘정거장에서의 충고 2, 116.8×80.3cm, 캔버스 위에 먹과 아크릴, 2016’

‘정거장에서의 충고 2, 116.8×80.3cm, 캔버스 위에 먹과 아크릴, 2016’(이하 ‘정거장에서의 충고 2’)는 ‘RED SIGNAL(도시 빛의 기억, 그 첫 번째 이야기)’에서부터 ‘귀로’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거장에서의 충고 2, 116.8×80.3cm, 캔버스 위에 먹과 아크릴, 2016’. 사진=이은황 제공 <‘정거장에서의 충고 2, 116.8×80.3cm, 캔버스 위에 먹과 아크릴, 2016’. 사진=이은황 제공>

비가 온 도심은 흑백의 축축한 느낌을 줄 수도 있는데, 빨갛고 노란 빛은 마치 현실에서는 일상의 장면이지만 영화 속에서 표현될 때는 환상적인 장소가 되는 것처럼 작가의 감성과 기억을 담고 있다.

작가는 운전하면서 느꼈던 찰나의 영감과 느낌을 재현할 때 자신의 기억과 블랙박스의 도움을 같이 활용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정거장에서의 충고 2’를 보고 있으면 비 오는 날 조심하며 운전해야 했던 시간이 어쩌면 무척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정거장에서의 충고 2’는 정적인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정적으로 보이고, 동적인 그림이라고 생각하며 보면 동적으로 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작가는 순간을 포착해 그렸기 때문에 정적인 느낌을 담고 있으면서, 운전하며 움직이고 있던 감정선상의 흐름 속에서 축적된 감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동적으로도 보일 수 있다고 여겨진다.

‘정거장에서의 충고 2’에서의 빨간색과 노란색은 신호등 색 일수도 있다고 추정된다. 그렇다면 왜 초록색은 사용하지 않았을까?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전체 또는 일부가 정지하고 있어야 되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고, 푸름을 뺀 도시의 정서가 작가의 감성 속에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도 있다.

◇ ‘집으로 가는 길-송천동 #2, 91×65cm, 캔버스 위에 먹, 2017’

‘집으로 가는 길-송천동 #2, 91×65cm, 캔버스 위에 먹, 2017’(이하 ‘집으로 가는 길-송천동 #2’)은 캔버스 위에 먹으로 그린 그림이다. 도심에 있더라도 대로를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은 실제 우리를 반기는 듯하다.

‘집으로 가는 길-송천동 #2, 91×65cm, 캔버스 위에 먹, 2017’. 사진=이은황 제공 <‘집으로 가는 길-송천동 #2, 91×65cm, 캔버스 위에 먹, 2017’. 사진=이은황 제공>

‘집으로 가는 길-송천동 #2’를 보면 어떤 부분은 먹의 번짐을 이용해 덧칠함으로써 복합적인 표현을 하고 있지만, 어떤 부분은 마치 밑그림을 그리듯 단순화해서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면을 바라보고 먹으로 그린 그림은 일반적으로 평면적인 느낌을 주는데, 작가는 붓 터치의 밀접도에 차이를 둠으로써 입체감을 살리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흔히 여백의 미라고 하면 빈 공간을 두는 것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데, 작가는 밀도를 조절함으로써 여백의 미를 살리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나뭇가지가 많이 달리지 않은 나무와 인근한 전봇대가 마치 쌍둥이 나무처럼 보인다는 점도 흥미롭다. 작가의 눈에 그렇게 보였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나왔을 것인데, 도심에서 집으로 들어가면서 인공과 자연이 마치 오버랩 되는 것 같이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 ‘귀로-옛동네#5, 91×65cm, 캔버스 위에 먹, 2017’

‘귀로-옛동네#5, 91×65cm, 캔버스 위에 먹, 2017’(이하 ‘귀로-옛동네#5’)를 보면 무척 디테일이 강한 실화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언가 만들어진 상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귀로-옛동네#5, 91×65cm, 캔버스 위에 먹, 2017’. 사진=이은황 제공 <‘귀로-옛동네#5, 91×65cm, 캔버스 위에 먹, 2017’. 사진=이은황 제공>

작가는 ‘귀로-옛동네#5’가 완전 상상의 장소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를 그린 것도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점차 사라져 가는 세 장소를 모아 하나의 그림으로 만든 것인데, 사라져 가는 동네에 대한 아쉬움을 밀도 있게 표현했다고 볼 수도 있고, 부분부분 초라해 보이는 동네의 모습이 합해지면 그림 같은 동네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귀로-옛동네#5’는 움직이지 않는 정적인 건물들이 마치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오래된 건물이 실제로 약간 기울어졌을 수도 있고, 시야의 위치에 따라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작가는 세 동네를 모으면서 일부러 부분적 안정감을 배제했을 수도 있다. 전제적으로는 안정되고 아름답지만, 부분만 보면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모습, 이런 모습은 우리 삶의 모습일 수도 있다. 함께 사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작가의 정신세계가 ‘귀로-옛동네#5’에 녹아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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