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의 로맨틱 나이트’(이하 ‘로맨틱 나이트’)가 8월 1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개최됐다. 비르투오조 시리즈 IV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2014년부터 이어진 현악 세레나데 사이클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도전하는 그 마지막 여정으로,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 주최, 사회적협동조합 이음 주관/후원/협찬으로 펼쳐졌다.
이번 공연은 늘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음악감독 겸 지휘자 이규서와 함께 음악계에서 성장을 거듭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이 만나 낭만적인 밤의 정서를 관객들에게 선사했는데, ‘로맨틱 나이트’는 OES와 장유진 모두 현악의 선율만으로 무대와 관객석을 풍성하게 채웠다는 점이 돋보였다.
◇ 협연자인데 무대 맨 앞에 별도로 서지 않고, 앙상블과 지휘자의 사이에 위치한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
‘로맨틱 나이트’에서 장유진은 협연자가 일반적으로 위치하는 무대 맨 앞이 아닌 앙상블과 지휘자 사이에서 연주했다. 협연자인데 내부 단원인 것 같은 겸손함을 발휘한 장유진은 실제로 협연 연주 부분에서 연주 소리를 조화롭게 들려줬다는 점도 주목됐다.
장유진과 이규서는 보통의 경우라면 등을 마주하거나, 비스듬하게 바라볼 수 있게 위치하거나 혹은 중간중간 신호를 주고받으며 연주했을 것이다. 이랬다면, 두 사람의 물리적 거리는 가깝지만, 소리의 방향을 기준으로 본 심리적 거리는 가장 멀 수도 있었을 것이다.
‘로맨틱 나이트’에서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라단조)(Mendelssohn Violin Concerto in d minor)’를 연주할 때 정유진은 이규서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서로 마주 보고 위치했으며 두 사람 모두 서서 연주를 했다.
물리적 거리, 심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지휘와 연주 소리로도 가장 가깝게 있었던 것인데, 이규서는 장유진의 눈을 직접적으로 쳐다보지 않고도 감정과 타이밍을 모두 전달할 수 있었다.
눈앞의 무척 가까운 거리는 이규서와 장유진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거리이면서 다른 앙상블 단원들은 주변인처럼 느낄 수도 있는 거리였는데, 이규서는 디테일한 시선 처리를 통해 심리적 거리를 조율했다는 면은 놀랍게 여겨진다.
지휘를 할 때 완급 조절, 강약 조절이 탁월한 이규서는 감정이 격발해 질주하는 시간에는 마치 연주자들 뒤의 벽을 쳐다보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 또한 고조됐을 때 특정 연주자에게만 집중해 소리가 편중되거나 압박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디테일 강한 모습이었다.
◇ 여리여리한 외모, 거침없는 몸놀림, 여유 있는 장유진의 연주는 연주에 감성을 넣어, 소리에 정서를 입히기가 용이하다
‘로맨틱 나이트’에서 장유진은 연주할 때 무척 여유가 있었다. 충분히 표현하고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았기에 연주에 감성을 넣어, 소리에 정서를 입히기가 용이했다. 솔로 파트를 연주할 때 바이올린을 굵은 소리로 표현하기도 했는데, 장유진의 여유는 관객들이 충분히 낭만적인 밤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장유진은 연주할 때와 등퇴장할 때 모두 몸놀림에 거침이 없었는데, 걸을 때도 힘차게 걸었다. 장유진의 등퇴장하는 모습에서 여린 소녀가 아닌 당찬 마님 같은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연주할 때 장유진의 카리스마는 거칠지 않으면서도 힘이 있었는데, 반전의 매력을 소유한 바이올리니스트의 내적 자신감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졌다. 기본적으로 실력이 바탕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인데,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갈지 기대가 큰 아티스트이다.
이규서는 장유진의 앙코르곡 연주 때 무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콘트라베이시스트 양지윤의 옆자리에 앉아서 경청했다. 관객적 마인드도 지닌 지휘자라는 것을 보여줬는데, 그의 소통능력, 공감능력, 협연자를 존중하는 마음은 ‘로맨틱 나이트’를 더욱 빛나게 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