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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듀얼’(9) 시청자들이 ‘듀얼’의 디테일과 개연성을 따지는 이유는, 고구마 전개?

발행일 : 2017-07-02 08:59:10

이종재 연출, 김윤주 극본의 OCN 토일드라마 ‘듀얼’ 제9화는 장기 적출을 노리고 타깃을 납치한 성훈(양세종 분)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득천(정재영 분)이 딸 수연(이나윤 분)을 구할 수 있었던 기회는 어이없이 지나갔는데, 그 와중에 벌어진 행동과 상황의 디테일에 대해 시청자들은 불만을 많이 토론했다.

드라마에서 논리적인 개연성을 얻으려면 너무 서사가 길어질 때 정서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필자는 ‘드라마적 트릭’ 혹은 ‘드라마적 환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듀얼’ 제9화 초반부 또한 ‘드라마적 트릭’을 사용한 것이었다. 그런데, 시청자들이 유독 이번에 개연성과 디테일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시청자들이 ‘듀얼’의 디테일과 개연성을 따지는 이유는, 고구마 전개?

드라마적 트릭을 사용하는 이유가 정서를 효과적이면서도 빠르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고려하면 답은 의외로 쉽게 추정할 수 있다. ‘듀얼’은 상황적 정서를 시청자들이 공감하게 만들기보다는 답답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득천과 성훈에게, 서로의 인질로 교환되기로 됐던 동술(엄효섭 분)이 수연을 또다시 인질로 잡는 방법, 성훈이 조혜(김정은 분)를 인질로 잡은 방법은 실제로 같은 움직임을 해보면 개연성이 떨어지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넘어갈 수도 있었는데 시청자들은 매우 껄끄럽게 생각했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동술과 수연을 성훈이 다시 납치한 과정도 그렇고, 급박한 상황에서 납치한 아이인 수연에게 안전벨트를 언제 채워줬는지도 개연성이라는 입장에서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지적할 수는 있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이런 장면 하나하나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듀얼’에서 특히 제9화 초반에 시청자들로부터 이런 불만이 팽배했던 이유는 드라마의 전개가 느리고 답답함을 뜻하는 고구마 전개로 가기 때문이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이 만약 5년 전, 10년 전 드라마였으면 전개가 느리다고 생각되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 빠르다고 생각됐을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드라마들은 매회 영화 못지않은 빠른 전개를 하고 있고, 매회 영화 같은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요구 사항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2시간 동안 영화에서 몰입해 표현한 이야기를, 예전에는 긴 호흡으로 16화에 걸쳐 드라마로 풀어냈다면, 요즘은 각각의 방송을 영화처럼 만들어내 16개의 연작 영화를 보는 것을 시청자들이 원하고 있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드라마의 기획, 개발은 짧은 기간에 이뤄지기보다는 몇 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 기획, 개발할 때의 추세와 요구를 따라가는 것 못지않게 작품이 세상에 나올 때 변해있을 상황을 미리 고려해야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호응과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드라마가 점점 더 재미있어질수록, 영화가 점점 더 재미있어질수록, 개발자와 제작진의 어려움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그만큼 잘 만든 드라마와 영화는 어느 때보다도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얼굴 자체에 선함과 섬뜩함을 같이 가지고 있는 양세종

‘듀얼’에서 양세종은 선한 복제인간 성준, 악한 복제인간 성훈, 그리고 이용섭 박사까지 1인 3역을 소화하고 있다. 제8화 마지막에서 성준은 성훈인 척 위장했고 이 에피소드는 제9화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양세종의 위장 연기는 참 자연스럽다고 여겨졌다.

어차피 같은 사람이 연기하는 것이니 당연히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반문할 수도 있지만, 성준의 정서로 연기하면서 성훈 역할을 하는 것은 보기에는 쉬워도 실제로 연기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듀얼’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양세종의 뛰어난 연기력이 이런 개연성을 뒷받침하고 있는데, 양세종의 얼굴에서도 이런 이중적인 매력을 찾을 수 있다. 양세종은 성준을 연기할 때도 성훈을 연기할 때도 모두 자연스러운데, 양세종의 얼굴에 성준과 성훈이 모두 있기 때문이다.

그냥 전체적으로 보기보다는 분리해 바라보면 양세종의 얼굴에는 선함과 섬뜩함이 같이 들어있다. 눈을 보면 착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무섭게 보일 때도 있다. 눈, 코, 귀, 입 등의 표현을 달리하는 표정의 아이솔레이션이라기보다는 다른 정서와 표정의 공존이라고 보는 것이 양세종에게는 더욱 적합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양세종은 잘생긴 얼굴 속에 이런 복합적인 정서를 포함하고 있는데, 게다가 ‘듀얼’을 통해서 믿고 보는 연기력의 소유자로 인정받고 있다. 한동안 양세종의 무서운 질주가 이어질 것이고, 우리는 행복하게 그의 연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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