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감독의 ‘감독님 연출하지 마세요(Between you and me)’는 6월 29일부터 7월 5일까지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 열리는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희극지왕 부문에 진출한 단편영화이다.
‘감독님 연출하지 마세요’는 단편영화의 묘미를 최대한 살린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화의 내용이 촬영장에서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의 격발이라고 생각하며 관객들이 마음을 다 잡은 후에, 영화는 또 다른 시작을 선물한다. 이미 지나간 모든 장면을 관객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다시 되돌려 봐야 하는 급박한 시간을 경험한다면, ‘감독님 연출하지 마세요’를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 영화 속 영화 촬영장의 이야기,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단편영화
민경(임선우 분)은 단편영화 주인공을 맡아 촬영에 임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현장이 꼬이고 감독(문혜인 분)과 미세한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감독님 연출하지 마세요’에서 민경은 자동차 보조석에서 거의 모든 연기를 소화한다. 민경이 있는 실내 공간은 차의 유리창을 통해 보이고, 외부 공간은 마치 세트장이나 무대 공연장 같은 느낌을 만들기도 한다.
영화 초반 중국어 대사 속 민경은 배고픔은 6시간 동안 밥을 먹지 못하고 촬영에 임한 촬영 현장의 분위기와 연결되면서 하나의 정서에 관객들이 집중하게 만든다. 영화 속 ‘우아한 여배우’ 영화 촬영장에서 카메라가 보고 있는 공간은 그냥 봤을 때는 매우 단순하지만, 무척 복잡한 정서를 만들고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소급해서 확인할 수 있다.

단편영화에서 몰입된 정서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반전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감독님 연출하지 마세요’는 이 두 가지가 모두 살아있는 작품이다. 민경 역의 임선우는 연기를 통해 이런 정서와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더더욱 돋보인다.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민경’이라는 본명을 영화 속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사용한 ‘임선우’
배우 임선우의 본명은 임민경이다. ‘감독님 연출하지 마세요’에서 임선우가 맡은 역할의 이름은 민경이다. 의도적으로 본명을 영화 속 이름으로 사용한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 속에 또 무언가가 들어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하고 암시한다.

선우처럼 보이지만 민경이고, 민경이라고 생각되지만 선우일 수 있다는 정서는 영화 속 반전과 묘하게 연결되는 뉘앙스를 풍긴다. 임선우가 감독에게 말실수로 “혜인아”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문혜인 배우의 본명을 살짝 넣은 것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승원(조감독 역), 박현지, 김수진, 소재웅, 이수아(연출부 역), 홍용호(촬영감독 역), 김주연(촬영스태프 역) 배우의 경우 영화 속에서 이름이 등장하지 않고, 따라서 본명이 불리지도 않는다는 점은 시나리오를 직접 쓴 이대영 감독이 캐릭터 분리를 할 때 디테일까지 모두 신경 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 알고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영화! 영화가 끝나면 또 한 번 보면서 확인하고 싶은 작품!
‘감독님 연출하지 마세요’를 직접 보면 영화 종반부에서 종료까지의 시간을 거치면서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 수 있다. 알고 보면서 하나하나를 확인하며 맞춰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작품이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 디테일을 확인하면, 처음 관람했을 때 영화적 트릭처럼 이해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는 장면들이 무척 촘촘하게 잘 짜여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감독님 연출하지 마세요’에서 존재감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면서 진짜 존재감을 보여준 임선우의 연기는 오랜 여운을 남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