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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터널’(3) 최진혁의 통제감, 왜 자신을 숨겨야 하는가?

발행일 : 2017-04-02 16:33:33

OCN 토일드라마 ‘터널’ 제3화는 전성식(조희봉 분)으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들킨 뻔한 박광호(최진혁 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라진 사람이 30년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과 얼마 전에 본 사람의 30년 후 달라진 모습과 마주하는 것 모두 심리적 갈등에 휩싸일 수 있다.

이번 방송은 제1화와 제2화에 이어 진짜 1988년생 박광호에 대한 궁금함을 가지게 된 시간이었다. 최진혁의 통제감은, 자신이 사건에 대해 통제한다는 관점보다는 그 사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통해 발휘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사라진 사람이 30년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우리는 살면서 가끔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다. 30년 전 그 사람을 그때 그 모습으로 볼 수 있다면? 이 사람의 30년 후 모습은 어떨까? 전성식과 박광호는 30년 후에 한 명은 30년 전 모습으로, 한 명은 30년이 지난 모습으로 만났다.

아직까지는 서로의 모습에 대해 진짜인지를 알아보는 단계이지만, 실제로 박광호의 실체가 알려지고 확인된 후에는, 전성식과 박광호 모두 심리적 갈등을 겪을 수 있다. 58년생 박광호 역의 최진혁이 ‘터널’에서 보여주는 통제감은, 사건 자체를 통제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통제로 이어진다는 점이 주목된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박광호 미스터리, 또 다른 박광호의 정체는?

‘터널’에서 58년생 박광호 역 최진혁과 88년생 박광호 역 차학연은 엄연히 다른 사람이다. 2016년으로 시간 이동한 58년생 박광호는 자신과 동명이인인 88년생 박광호로 지내게 되는데, 그럼 진짜 88년생 박광호는 어떻게 된 것인지 무척 궁금해진다.

즉, 박광호 미스터리는 2가지 측면이 있는데, 첫 번째는 58년생 박광호가 왜 시간 이동을 했으며 88년생 박광호로 행세해야 하는지이고, 두 번째는 88년생 박광호와 58년생 박광호는 어떤 관계인지이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최진혁은 왜 자신을 숨겨야 했을까? 왜 숨기기로 결정했을까? 다른 사람으로 당분간 살기로 결정한 최진혁은 변화에 대한 통제감을 자신의 반응으로 조절한다. 자신의 이야기와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리액션을 보이지 않을 때는 더 크게 액션을 보이며, 다른 사람이 리액션을 보일 때는 오히려 숨긴다.

알리고 싶은 마음과 알리지 않고 싶은 마음은 최진혁뿐만 아니라, 어떤 새로운 상황에 닥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중요한 심리로 볼 수 있다. 안정감과 안전감을 위해 자신이 사건을 통제할 수 없다면, 자신의 반응을 통제하는 모습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진혁의 이런 모습은 ‘터널’의 색깔을 보여주는 중요한 암시일 수도 있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 첨단 수사기법과 고전적 방법의 조화, 신재이 미스터리

‘터널’에서 주요 등장인물들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은 현저하게 다르다는 점은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김선재(윤현민 분)는 첨단 수사기법을 활용하며, 박광호는 고전적 방법을 활용하는데 아직까지는 고전적 방법으로 더 큰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세 명의 다른 해석은 신재이(이유영 분)에게로 가면 더욱 극명하게 달라지는데, CCTV 화면과 대화하는 신재이는 일종의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한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심리를 분석하는 것인데, 지나간 이야기를 스토리로 풀어서 사건을 해결하는 면도 있지만, 지나간 이야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시나리오를 세움으로써 예상 스토리텔링을 만든다는 점이 흥미롭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자신이 분석한 범인의 심리와 행동에 대해 김선재에게 전화를 할 때, 자기 할 말만 하고 끊는 신재이의 모습은 김선재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궁금하게 만든다. 스토리텔링이 과거형에만 머물지 않고 현재와 미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 없이 그냥 지나가는 것은, 이야기의 전개와 미스터리 한 신재이 캐릭터 형성에 효과적이다.

‘터널’의 주요인물들은 명백히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이들 캐릭터가 굵은 선과 디테일을 어떻게 펼치며 또한 다른 캐릭터들과 연결되는지에 따라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될 수 있다.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 스틸사진. 사진=OCN 방송 캡처>

‘터널’이 아주 답답함을 뜻하는 고구마 전개는 아니지만 시원하게 펼쳐지는 사이다 전개를 원하는 시청자를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은, 말 그대로 빠른 전개를 통한 사이다급 사건 진행일 수도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디테일과 연결고리로 인해 언제 방송시간이 다 됐는지도 모르겠는 몰입감을 주는 방법을 사용한다면 더욱더 효과적으로 사이다 전개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도 있다.

tvN 드라마와 OCN 드라마가 높여놓은 시청자들의 기댓값이 오히려 실망감으로 다가올 수도, 드라마의 수준을 더욱 높이는 선순환 구조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터널’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어떻게 변하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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