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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스모크’ 2인극처럼 내면과 관계에 초점을 맞춘 3인극 뮤지컬

발행일 : 2017-03-23 22:20:04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의 두 번째 작품, 이상하게 재미있는 뮤지컬 ‘스모크’가 3월 18일부터 5월 28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 중이다. 키위미디어그룹, SM C&C가 주최한 이 작품은 2016년,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으로 성공적으로 탄생한 창작 뮤지컬이다.

이상의 시 ‘오감도 시제15호’에서 시작된 ‘스모크’는 시를 쓰는 남자 초(김재범, 김은석, 박은수 분), 그림을 그리는 소년 해(정원영, 고은성, 윤소호 분), 그리고 부서질 듯 아픈 고통을 가진 홍(정연, 김여진, 유주혜 분)의 비밀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스모크’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앤필름앤씨어터 제공 <‘스모크’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앤필름앤씨어터 제공>

◇ 2인극 뮤지컬의 연작 공연처럼 이어지는 3인극 뮤지컬

‘스모크’는 한정된 공간에 갇힌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세 명의 등장인물은 모두 같이 등장할 때도 있지만, 2명씩 등장하는 시간도 많다. 초와 해, 해와 홍, 초와 홍은 3명이 같이 있을 때보다 두 명씩만 있을 때 내면을 더욱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스모크’에서 등장인물들은 3명이 같이 있을 때는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2명씩만 있을 때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쳐놓기도 한다. 답답함과 상실감, 외로움과 허전함, 쓸쓸한 기억의 상처는 직접적으로 전달되기도 하고, 관객 또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서 감춰지기도 한다.

‘스모크’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앤필름앤씨어터 제공 <‘스모크’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앤필름앤씨어터 제공>

상황에 집중이냐 내면에 초점을 맞추느냐도 무대 위 동시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수에 따라 달라졌는데, 장면마다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는 일관된 톤을 유지하면서 디테일에서는 차이를 뒀다. ‘스모크’는 소극장 연극처럼 등장인물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 울부짖는 대사에서 이어지는 감미로운 뮤지컬 넘버

뮤지컬의 경우 대사가 뮤지컬 넘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사적으로 전달되던 메시지는 음악으로 연결돼 감정선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 그런데, ‘스모크’는 울부짖는 대사에서 감미롭게 이어지는 넘버가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연결의 묘미는 독특함과 함께, 이 순간이 어떤 감정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스모크’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앤필름앤씨어터 제공 <‘스모크’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앤필름앤씨어터 제공>

‘스모크’의 이러한 연결은 중간중간 긴장감을 풀어주는 부분에서도 비슷한 톤을 유지했는데, 모든 관객이 한 번에 웃지는 않고 몇 명만 웃는 연기가 펼쳐지는 장면이 여러 번 있었다. 내면의 진한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정말 몰입된 관객은 빠져나오지 않고 그 자리에 있도록 만들면서 긴장 해소가 필요한 관객들에게는 재미를 줬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모든 관객을 같은 감정선으로 데리고 갈 수도 있지만, 다른 종류의 감정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든 점은 높이 평가된다. 같은 대사로 중의적 의미를 전달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인 방법으로 생각되는데, 답답함, 상실감, 쓸쓸함 등의 감정을 많이 느끼는 관객들을 그 순간에서 빠져나오지 않게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스모크’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앤필름앤씨어터 제공 <‘스모크’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앤필름앤씨어터 제공>

◇ 천재 시인 이상의 불가해한 시를 다 이해하고 관람해야 하나?

‘스모크’는 천재 시인 이상의 시를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에 대한 이해를 미리하고 가야 할 것인가, 작품에서 전달하는 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해 관람 전에 고민에 빠질 수도 있다.

이상의 시도 난해하고, ‘스모크’의 내용도 초반에는 난해하게 보일 수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둘 다 쉽게 보려면 쉽게 볼 수 있고, 어렵게 해석하자면 한없이 어렵게 해석할 수도 있는 작품이다.

‘스모크’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앤필름앤씨어터 제공 <‘스모크’ 공연사진. 사진=더블케이앤필름앤씨어터 제공>

이상의 시가 가진 의미와 배경, 그 뒷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더 많은 상상력을 자극해가며 관람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 다만, 이전에 이상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면 일부러 공부해 어설픈 선입견을 가지는 것보다는 관람 후 자신만의 시선과 공연의 여운으로 시를 바라보는 것이 더욱 공연을 즐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SNS의 발달과 생활화로 인해 많은 의미를 내포한 표현보다 빠르고 감각적인 표현에 익숙해 있다. 이상이 살아 돌아온다면 변함없이 똑같은 시를 쓸까? 아니면 신조어를 감각적으로 사용해 시를 쓸까? 상징적 소품과 영상은 이상의 감성을 공유하는데 도움을 주는데, ‘스모크’의 리뷰를 산문이 아닌 시로 써보는 것은 어떨까?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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