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작은신화의 ‘카논-안티고네’가 2월 15일부터 26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됐다. 2017 산울림 고전극장 ‘그리스고전, 연극으로 읽다’의 두 번째 공연으로 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주최/주관으로 진행된 공연이다.
카논은 ‘규칙’, ‘’표준‘을 뜻하는 그리스어로서 음악에서 한 성부가 다른 성부를 모방해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카논-안티고네’에서 ‘카논’은 연극 속 연극인 ‘안티고네’의 연습 과정이 반복되는 것을 뜻하며, 그 반복을 통해 각색까지 담당한 김정민 연출은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 리딩 공연과 실제 연습 과정을 엮은 공연, 리딩극과 토론극의 조화
‘카논-안티고네’의 주요 무대 장치는 의자와 책상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에 등장한 배우들은 공연장 벽에 위치해 있던 의자와 책상을 앞으로 가져와 앉은 후 연극 ‘카논-안티고네’ 속 연극 ‘안티고네’의 대본을 읽기 시작한다.
배우들은 대본 속 각자의 역할을 진지하게 리딩 하기 때문에, 사전 지식이 없이 관람에 참여한 관객들은 정식 공연이 아니라 리딩 공연인지 헛갈릴 수 있다. 명확한 분위기의 리딩 공연이 한참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무대 공연을 기대한 관객들은 마음의 문을 닫아버릴 수도 있었던 공연이다.

물론 반전이 주는 재미를 추구했을 수도 있지만, 반전까지 기다리기 전에 완전한 리딩 공연이라고만 생각해 실망한 관객들도 있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초반 리딩 공연 시간을 줄였거나, 혹은 공연 시작 전 리딩 공연조차 극 중 일부라는 것을 알려줬으면 관객들의 불편함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을 수 있다.
관객들과의 공감과 공유에 좀 더 초점을 맞췄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카논-안티고네’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가 나눠진 이유가 내용이나 연기가 아닌, 형식이었다는 점은 작은 디테일이 보완됐다면 관객들의 마음을 더욱 얻을 수 있었다고 추정할 수도 있다.

‘카논-안티고네’에서 카논에 의해 극 중에서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 리딩하고 토론하고 연습하면서 반복되고, 역사가 되풀이된다는 설정은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재료였는데, 사전 지식 없이 관람할 경우 카논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관객들도 있었을 것이다.
◇ 이중 캐릭터 구축, 연극 속 배역 캐릭터와 연기를 하는 배우 캐릭터
‘카논-안티고네’에 출연한 배우들은 연출 역의 장영철을 제외하고는 두 가지 역을 모두 소화했다. ‘카논-안티고네’에서도 장영철은 다른 배우들에게 캐릭터 분석, 각자의 갈등 요인 분석을 숙제로 내주기도 한다.

극 중 연극 ‘안티고네’의 배역 캐릭터와 ‘카논-안티고네’의 연극배우의 캐릭터를 배우들은 해소해야 했다. 같은 연극 내의 1인 2역보다 훨씬 어려운 선택이다. 배우가 배우 역을 연기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배역에 몰입해 아예 다른 사람이 돼야 하는데, 배우 배역은 그 캐릭터를 해석해 소화할 때 자신의 실제 모습을 반영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개념적 설정과 실제 분리 혹은 적용이 둘 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면서 자기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기 때문에 아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더 쉬울 수 있다. 크레온 역의 김문식의 경우 리딩 연습을 할 때는 크레온을 약간 어색하게 연기했다. 그러면서 극 전체의 마지막에는 정말 크레온 다운 연기를 보여줬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는데 연습하는 과정을 연기하면서 일부러 약간 미흡하게 연기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쉬워도 실제로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감정선의 흐름상에서 봤을 때도 그렇고, 연기를 잘할 수 있는데 못하는 것처럼 연기해야 하는 것도 내적 갈등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권호조 또한 배우 중 막내 역할로 처음에 어색한 연기를 보여줬다. ‘안티고네’에서 코러스 역, 파수병 역, 예언자 역의 1인 3역을 해야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1인 4역을 수행한 것이다. 코러스, 파수병, 예언자로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면서, 극 중 막내 배우로서는 뭔가 부족한 연기를 리얼하게 전달한 점이 주목된다.
하이몬 역의 오현우는 자신의 분량이 작게 나오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것은 연극 속 내용이 아닌 실제 마음처럼 느껴지게 보여줬다. 한자영과 박소아의 극 중 갈등은 이스메네와 안티고네의 갈등 못지않게 중요하게 전달됐다는 점 또한 의미 있다. 카메오로 등장한 조윤수는 카메오가 아닌 뭔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은 호기심을 남겼다는 점은 작은 반전으로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카논-안티고네’는 호불호의 갈림길에 서게 했던 극의 형식과 관객들과의 공유, 공감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은 초연 때는 대흥행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지만, 제대로 보완해 재공연 된다면 보편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카논-안티고네’가 재공연될 수 있을까?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