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시어터샤하르 지우영 안무의 ‘기적의 새(Miracle Bird)’는 제37회 서울무용제 경연대상부문 참가작이다. 새들의 자유, 전쟁과 이별, 그리움과 역경의 하늘을 보며, 평화를 꿈꾸는 세상 등 4장으로 구성됐으며, 새의 특징을 살린 동작을 발레로 재미있게 표현한 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동물의 움직임을 소재로 만들어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면서, 통일의 염원, 아름다운 부성애, 사랑과 희생이라는 숭고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새를 표현한 동작을 보면 안무자의 관찰력과 디테일이 얼마나 뛰어난지 느끼게 된다.

◇ 다른 장르의 춤을 원활하게 수용하는 발레, 이번엔 새의 움직임이다
‘기적의 새’는 새의 모습을 형상화한 의상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움직임도 새의 움직임이고, 경쾌한 음악도 새와 잘 어울린다. 8명의 발레리나가 보여준 새의 특징을 잘 살린 안무는 발레가 가진 매력을 잘 표현했다.
발레는 다른 장르의 춤이나 움직임을 발레식으로 소화해 표현하는데 탁월한 강점을 가진 춤이다. ‘라 바야데르’는 인도 전통춤을 발레로 표현하고, ‘돈키호테’에서는 플라멩고, ‘Tango for Ballet’에서는 탱고와 만날 수 있다.

동물이나 사물 표현에서 발레는 강점을 발휘하는데, ‘백조의 호수’는 백조와 흑조의 움직임을 낭만적으로 표현했고, ‘호두까기인형’은 스페인 인형의 춤, 인도 인형의 춤, 중국 인형의 춤, 러시아 인형의 춤, 프랑스 인형의 춤과 함께 악마 인형의 춤 등 인형의 동작을 발레로 나타냈다.
발레는 어떤 장르의 춤이나 움직임도 잘 표현할 수 있는 장르인데, ‘기적의 새’는 새의 움직임을 발레 안무로 소화하면서 디테일까지도 이렇게 잘 묘사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기적의 새’는 새에 대한 관찰력이 특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줄지어가는 새의 모습에서도 어쩜 이렇게 디테일을 잘 살렸는지 놀랍다. 무대에는 카메라와 망원경을 든 남성 무용수가 새들의 모습을 관찰하는데, 카메라와 망원경은 각각 시간을 기록으로 담겠다, 순간을 세밀하게 공유하겠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오케스트라 피트에 8마리의 새가 쓰러진 퍼포먼스 후 반가림막에는 새가 날아다니는 영상이 펼쳐졌다. 영상 속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새의 모습은, 스토리를 이미지적으로 구성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만든다.
공연 후반부에 무용수들은 의상을 변경하는데, 안무 동작 콘셉트의 디테일도 같이 변경된다. 발레는 커플무에서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데, 이 작품은 커플무보다는 독무와 군무 위주로 이뤄진 것이 눈에 띈다. 발레리노의 연속 덤블링도 인상적이다.

◇ 새의 발목에 채우는 링의 오브제, 작품의 배경 이야기
‘기적의 새’에서 새의 발목에 채우는 링은 오브제로 작용하며, 천정에 매달린 링으로 다시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는데, 전쟁으로 아들을 잃어버린 북한의 조류학자 원홍구 박사는 시간이 지나 대한민국에서 날아온 새 한 마리의 발목에 채워진 알루미늄 링을 발견하고 혹시 아들이 띄워 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일본을 통해 수소문해 아들을 찾았다고 한다.
아들도 역시 새박사가 돼 있었는데 세계적인 조류학자 원병호 박사(경희대 명예교수)이다. 극적인 부자 상봉 실화를 알게 되면, 왜 공연 제목에 기적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기적의 새’의 마지막 부분에는 아리랑 음악이 나온다. 날아다니는 새도 노래처럼 발병이 날까라는 생각을 하는 도중, 무용수들이 부채를 이용해 새가 날개를 접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동작을 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며 감탄하게 된다. 아이디어가 돋보였는데, 일자로 늘어선 새들이 만드는 부채춤은 차용과 변용의 미학을 느끼게 했다.
땅은 남북으로 나뉘어 있지만 새들의 세상에는 하나의 같은 하늘임을 표현하려 했다고 지우영은 이 작품의 안무의도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전하려는 메시지가 확실할 때 메시지 자체에만 매달리지 않고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전달했다는 점은 탁월한 선택으로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