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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예언에 흔들리는 불안하고 초조한 현대인의 자화상 ‘맥베드’ (2)

발행일 : 2016-11-25 14:08:44

◇ 무대의 3면을 사용하는 영상, 이미지 속에 들어가 있는 등장인물들

‘맥베드(Macbeth)’에서 좌, 우, 뒷면, 3면에 이어지는 영상은 CGV 영화관의 ‘스크린X’를 연상시켰다. 스크린X에서 3면의 영상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관객들이라면, ‘맥베드’에서 직접적으로 3면의 영상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관객이 아니라 출연진들이다. 전체 영상 속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을 보는 느낌을 관객들은 받을 수 있는데, 스크린X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다시 찍은 영상을 보는 것과 같다.

무대 공연에서 영상이 무대 뒷면에서만 상영될 경우 관객들은 볼 수 있지만, 출연진들은 볼 수 없는 시간이 더 많다. 이번 공연에서는 3면에서 영상이 펼쳐지므로 영상의 느낌을 출연진들이 오롯이 받는다.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맥베드’는 사건 자체도 스펙터클하지만,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가 무척 중요한 심리극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영상은 무대 장치 대신에 배경을 단순히 표현한 것이 아니라, 기하학적 무늬 등을 통하여 심리적인 면 표현한 것이다.

영상이 구조물을 표현한 경우에도 실사 같은 영상이 아닌 필터링해 다소 추상적인 느낌을 가미했다. 파티 장면에서는 맥베드의 불안 증세를 나타내는 기하학적 무늬의 영상과 만날 수 있었는데, 상징적 표현이 무대 장치와 영상에 모두 적용된 것을 알 수 있다.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양준모, 최웅조, 신동원... 남성 성악가들의 심리 표현이 돋보인 아리아

필자가 관람한 회차의 맥베드 역을 맡은 테너 양준모는 무대 바닥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노래는 자세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나오는데, 아리아를 부를 때는 그런 면이 더욱 부각된다.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음향으로 공연하는 오페라극장에서는 아리아를 부를 때 노랫소리의 방향에 따라서 음이 무척 다르게 관객들에게 전달된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자세와 방향을 변경해 아리아를 부르면서도 자연스러운 연결이 되려면 성악가의 실력은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준모는 유럽 무대에서 맥베드로 정평이 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베르디의 오페라 ‘맥베드’ 자체가 기본적으로 성악가의 난이도 높은 음악적 기량을 요구한다. 반코는 맥베드보다 못하지만 더 위대하고 더 행복하다는 예언을 듣는데, 베이스바리톤 최웅조는 베이스바리톤의 독창적인 음색으로 반코를 표현했다. 억울한 마음과 죽어서도 맥베드를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최웅조는 베이스바리톤의 음색으로 실감나게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오페라는 철없는 혹은 사고를 치는 테너와 소프라노, 합리적이거나 중립적인 바리톤, 이 세 명의 성악가가 이야기를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맥베드’에서 맥베드는 바리톤이 맡고, 이야기를 정리하는 막두프는 테너가 맡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테너 신동원은 맥베드와 반코에 비해 등장하는 시간이 적지만, 맑은 음색의 아리아를 통해 존재감을 발휘한다. 맥베드가 죽자 막두프를 반역을 멸한 영웅이라고 칭송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베르디는 셰익스피어의 감성을 존중하여, 심리적인 표현이 풍부한 바리톤이 극 전반을 주도하게 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테너의 강렬한 아리아로 마무리하게 만든 것으로 생각된다.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맥베드’는 구자범 지휘로 오케스트라 디 파니가 연주했고, 합창에는 스칼라 오페라 합창단, 메트 오페라 합창단이 함께 했다. 구자범은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는 지휘를 펼쳤는데, 특히 악기 없는 합창 시간에는 더욱 그런 모습이 부각됐다.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인 이건용 예술총감독은, 국립국악원의 2016 국악포럼 ‘자연음향 공간에서의 국악관현악’의 좌장을 맡은 국악 작곡가이기도 하다. 타 장르에서 실력을 발휘한 고선웅에게 연출을 맡긴 서울시오페라단이, 앞으로도 유연한 마음으로 살아있는 오페라를 계속 만들기를 바란다. 장르를 넘어선 위대한 오페라를 기대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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