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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예언에 흔들리는 불안하고 초조한 현대인의 자화상 ‘맥베드’ (1)

발행일 : 2016-11-25 13:48:57

세종문화회관이 주최한 서울시오페라단의 ‘맥베드(Macbeth)’가 11월 24일부터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이번 오페라는 금년부터 시즌제를 시작한 세종문화회관의 테마 중의 하나인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공연으로 진행된다.

현대적인 의상과 무대로 표현된 이번 공연에서 맥베드(바리톤 양준모, 김태현 분)는 예언에 흔들리는 불안하고 초조한 현대인의 자화상으로 보인다. 시대 속의 심리극을 현재의 심리극으로 살려냈다는 점을 주목하면, 심오한 ‘맥베드’의 이야기가 더 쉽게 다가올 수 있다. 본지는 2회에 걸쳐 리뷰를 독자들과 공유한다.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셰익스피어는 맥베드를 왜 예언에 흔들리는 인물로 만들었을까?

오페라는 스토리가 다소 약해도 아리아로 보완이 가능한 장르이다. ‘맥베드’는 시대를 넘어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뛰어난 원작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더욱 치밀한 오페라이다.

맥베드는 강한 인물일까, 약한 인물일까? 맥베드는 예언을 무척 궁금해한다. 흔히 생각하면 강인한 맥베드이기에 자신의 신념으로 모든 것을 결정할 것 같지만 예언적 요소에 누구보다도 집착한다. 미래가 궁금한 것은 솔직히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맥베드는 왕을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는 욕망을 가진 무자비한 인물이지만, 그 내면에는 연약하고 미래에 대해 무척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맥베드는 부인(소프라노 오미선, 정주희 분)에게 영악한데 담이 약하다고 구박받기도 한다.

보이는 것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지만,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진 불안감과 초조함, 연약함을 가진 인물이 맥베드이다. 어쩌면 셰익스피어는 맥베드의 불안감과 연약함을 관객들과 공조시켜, 우리 내부에도 위험한 욕망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 했을 수도 있다.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이번 공연에서도 위험한 욕망에 초점을 맞추면 맥베드는 과거의 역사적 인물 또는 욕망의 인물로 여겨지고, 불안감과 초조함에 초점을 맞추면 현대인의 자화상처럼 느껴진다. 맥베드와 함께 반코(베이스바리톤 최웅조, 베이스 권영명 분)와 막두프(테너 신동원, 엄성화)도 현대적인 인물로 보인다.

◇ 현대적으로 재조명된 ‘맥베드’

제1막의 서주가 끝나고 막이 오르면 무대 뒤편 벽면에 그림자처럼 보이는 영상이 눈에 들어온다. ‘맥베드’의 영상은 행동을 표현할 때도 이미지적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무대 뒤편의 긴 구조물인 다리 위에서 합창단과 무용단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무대의 일부를 4각형으로 리프팅하는 등 출연진들의 높이차를 만든다.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관객석에서 볼 때 회전하는 무대는 같은 위치에서 무대의 다른 시야를 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맥베드’에서 무대가 회전될 때 등장인물들은 회전 무대 위를 무대 회전 속도와 같은 속도, 반대방향으로 걸으면서 동일한 위치를 유지한다. 무대는 회전하는데, 나는 회전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 작품이 심리극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모습을 받아들이기 쉽다.

지금 눈앞에 실시간으로 보이는 모습을 만약 영상이라고 가정한다면, 마치 회전하는 주인공을 정지한 카메라가 찍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은 정지해 있는데 카메라가 360도 회전하면서 찍는 느낌을 준다. 흔히 사용하는 무대 회전 효과를 평범하지 않게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무대가 회전하지 않는 정지 상태에서 무대 위 등장인물들의 움직임은 거의 없는데, 이런 면은 오히려 궁금증을 자아냈다.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맥베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다양한 장르에서 연출과 예술감독으로 활약한 고선웅은 ‘맥베드’에서 연출을 맡아 의상, 무대 등 전체적으로 현대적인 해석을 했다. 왕좌를 휠체어로 표현했다는 점도 흥미로운데, 휠체어는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환자를 표현하면서, 또한 이동 가능하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왕이 사라진 후에도 무대에 휠체어는 오브제처럼 남아 있고, 맥베드가 왕위에 오를 때 왕좌 또한 같은 휠체어이다.

직사각형의 거울 25개를 연결한 장면에서는 서울시오페라단, 한국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에서의 거울 효과가 떠올랐다. 어쩌면 거울 효과는 서울시오페라단의 최근 취향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해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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