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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제37회 서울무용제(1) ‘내 딸내미들’

발행일 : 2016-11-15 14:38:07

한국무용협회가 주최하는 제37회 서울무용제가 11월 3일부터 26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리고 있다. 리을춤연구원 이희자 안무의 ‘내 딸내미들’은 경연대상부문 참가작이다.

엄마의 죽음 앞에서, 삶의 가장 큰 이별에 직면한 딸의 모습을 통해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그 삶의 연속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엄마가 딸에게 이어주는 것은 사랑과 생명이자 전통과 문화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

‘내 딸내미들’(리을춤연구원) 공연사진. 사진=한국무용협회, 한용훈 제공 <‘내 딸내미들’(리을춤연구원) 공연사진. 사진=한국무용협회, 한용훈 제공>

◇ 엄마의 사랑, 딸은 엄마가 된다

‘내 딸내미들’은 어둠 속에서 색이 있는 빛으로 시작한다. 정지된 듯한 무대에서 무용수는 천천히 걸어 나온다. 청각을 집중시키는 강한 음악과 함께 이미지적으로 공연은 시작된다.

창작 무용 공연의 시작 트렌드 중의 하나는 음악과 함께 이미지적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동적인 움직임의 강한 시작을 선택하지 않는다. 움직임의 동적 이미지로 관객들에게 첫인상을 전달하지 않고, 펼쳐져 있는 동적 이미지를 먼저 각인시키는 것이다.

‘내 딸내미들’(리을춤연구원) 공연사진. 사진=한국무용협회, 한용훈 제공 <‘내 딸내미들’(리을춤연구원) 공연사진. 사진=한국무용협회, 한용훈 제공>

이런 안무와 연출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밑그림일 수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과연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이희자 안무자는 관심을 가진다.

딸은 엄마가 되고, 내 엄마의 모습이 그 딸에게 다시, 그리고 다시 딸에게, 계속 딸에게 전달되는 모습과 삶의 연속성에서, 이희자는 사랑으로 시작하여 사랑으로 이어지는 삶의 모습을 찾아 표현했다. 공연 전반부의 불교적인 음악은 윤회사상을 연상시킨다.

◇ 외투를 이용한 캐릭터 다원화, 시간의 흐름을 담은 안무

‘내 딸내미들’은 초반에 무용수들이 보여주는 꿈틀거리는 움직임은 중력의 구속에 충실한 안무이다. 바닥을 이용한 안무라기보다는 바닥에 붙어있는 안무라는 것이 더 명확한 표현으로 생각된다.

‘내 딸내미들’(리을춤연구원) 공연사진. 사진=한국무용협회, 한용훈 제공 <‘내 딸내미들’(리을춤연구원) 공연사진. 사진=한국무용협회, 한용훈 제공>

어둠 속에서 떨어져서 보면, 무용수들은 갑각류의 껍질을 연상시키는 무엇에 덮혀 있는데, 공연이 진행되면서 몸의 크기보다 큰 외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큰 외투를 이용한 다양한 표현은, 때론 커다란 인형 춤, 탈춤을 연상시켰다.

무용수가 아닌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느낌도 줬는데, 군무시 칼군무가 아닌 것도 그런 캐릭터적 이미지를 유지시킨다. 무용수들은 긴 긴 외투를 치마처럼 하체 쪽으로 내려 입기도 하고, 벗어던진 외투는 안고 있는 아기가 됐다가, 엎고 있는 아기가 된다.

외투를 이용한 캐릭터의 변화는 반복되는 후렴구의 음악처럼 점점 중독성을 준다. 동작은 더 크게 보이나 디테일은 상상해야 하는데, ‘내 딸내미들’의 전반부는 무용 공연이기도 하지만, 퍼포먼스 공연 느낌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궁금증에 관객들을 집중시킨다.

‘내 딸내미들’(리을춤연구원) 공연사진. 사진=한국무용협회, 한용훈 제공 <‘내 딸내미들’(리을춤연구원) 공연사진. 사진=한국무용협회, 한용훈 제공>

◇ 다운 바운스 춤으로 시작하여, 업 바운스 춤으로 전개되다

춤은 중력에 순응하며 바닥을 사뿐사뿐 누르며 춤을 추는 다운 바운스의 춤과 중력을 거부하는 듯 하늘로 향해 솟아오르려는 업 바운스의 춤으로 나눌 수 있다.

‘내 딸내미들’에서 무용수들이 완전히 외투를 벗어던진 후에는, 가볍고 경쾌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업 바운스로 계속 가볍게 뛰는 춤을 췄는데, 뛰면서 계속 회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정서적인 면에서 안무의 대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다운 바운스라기보다는 아예 바운스 자체도 많이 만들지 않은 극도의 다운 바운스의 춤에서 변화와 반전이 일어난 것인데, 감정선의 변화도 함께 수반했다. 엄마와 딸, 다시 그녀의 딸로 이어지는 삶의 연속성이 정적인 면만을 수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표현했다.

‘내 딸내미들’(리을춤연구원) 공연사진. 사진=한국무용협회, 한용훈 제공 <‘내 딸내미들’(리을춤연구원) 공연사진. 사진=한국무용협회, 한용훈 제공>

후반부의 쉬지 않고 뛰는 춤을 보면 무용수의 발이 무대 바닥에 붙어있는 시간보다 떠 있는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무 톤의 변화는 전통과 현대에 대한 이희자 안무자의 고민이 시간을 나눠 안무 톤의 변화로 나타난 것일 수 있다.

공연 마지막에 자장가 음악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무대가 어두워지며 막이 내렸다가 다시 올라갔다. 커튼콜 시간에 관객들에게 인사하는 동안에도 계속 이어지는 자장가 음악은 공연 시작 시의 이미지적 시작에 대비되는 변화였다.

관객들은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보냈는데, 엄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전달됐기 때문일 수도 있고, 후반부 변화된 안무의 역동성에 대한 호응일 수도 있다. 남자 안무자가 ‘내 아들내미들’이란 작품을 안무한다면 관객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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