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무용

[ET-ENT 무용] 서울시무용단, 블록버스터급 창작춤극 ‘신시’

발행일 : 2016-11-01 15:25:09

서울시무용단의 '신시(神市)'가 지난 10월 27일부터 10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작년에 공연한 '신시-태양의 축제'의 완성도를 높여 재공연된 작품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 전체를 활용한 스펙터클한 블록버스터급의 창작춤극이다. 전쟁을 묘사한 역동적 군무를 포함하여, 축제 장면과 농염한 사랑무 등 화려한 볼거리가 시선을 집중시켰다.

◇ 대규모의 오페라를 연상시키는, 서울시무용단의 블록버스터급 창작춤극

'신시'에서 관객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북소리로 시작한 서곡에 이어 제1막 강림이 이어지면, 신의 형상을 한 5~7m 크기인 5개의 거석신상이 먼저 눈에 띈다. 거석신상은 얼굴 위에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눈을 감은 것 같기도 하고 눈을 뜬 것 같기도 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신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신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80여명의 출연진들이 7,000년 전 신시의 세계로 관객들을 인도하면서 펼치는, 태고의 신비로움을 표현하는 무대의 웅장함은 대형 오페라 무대를 방불케했다. 80여명의 출연진 중에는 60명의 무용수, 20명의 뮤지컬 배우가 코러스로 참여했는데, 출연진들의 동선과 움직임은 무용수들의 동선과 움직임이면서도, 배우들의 동선과 움직임이라고 느껴졌다.

이런 점은 '신시'에서 무용공연과 스토리극의 느낌을 동시에 느껴지게 만들었는데, 무용수들과 뮤지컬 배우들은 움직임을 각각 나누지 않고, 동시에 양쪽을 오가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특히, 제4막 제13장 결혼식과 같은 장면에서는 무용수적 움직임과 배우적 움직임이 공존하는 모습을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

무대를 깊숙이 사용해 춤극이 진행됐다는 점도 눈에 띄었는데, 본인이 안무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무대 위에 나와있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오페라적으로 느끼게 만들어줬다.

'신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신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커다란 무대에서, 앞쪽 오케스트라 피트부터 뒤쪽 후면(Rear)무대까지 40m를 무대로 대극장을 더 크게 사용해 공연이 펼쳐졌는데, 대규모의 본격적인 창작춤극은 무대만으로도 경이로움이 느껴졌다.

원형 회전하는 무대와 이어진 뒤쪽 후면의 경사진 무대, 그리고 거석신상의 대형구조물은 높이감을 통한 입체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무대 바닥에서 이루어지는 안무가 마치 공중 공간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처럼, 관객들이 무대를 전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무대와 안무가 만들어졌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신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신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신시'는 댄스 오페라 느낌을 주는 춤극이었는데, 음악이 들어갈 자리를 춤으로 채우고 있다고 느껴졌다. 댄스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작품은 종종 만날 수 있지만, 댄스 오페라라는 느낌의 작품을 만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춤을 본격적으로는 추지 않는 출연진들이 있고, 무용수들도 때로는 배우적 동선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무대와 조명은 뮤지컬적이라기 보다는 더욱 오페라적으로 느껴지도록 만들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 단군신화, 신화적 판타지 속 기본 정신과 철학을 표현한 작품

'신시'는 곰족과 호랑이족이 토착세력으로 거주하는 곳에 천신인 환인의 아들 환웅족이 내려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며, 세상에 있으면서 다스려 교화시킨다”는 ‘홍익인간 제세이화(弘益人間 在世理化)’를 위해 초기국가형태인 신시를 여는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단군신화는 신화적 판타지를 담고 있는데, 요하문명의 발견과 해석을 통하여 신화적 판타지만이 아닌 토착세력인 웅녀족과 청동기를 동반하여 외부에서 새로 진입한 환웅족의 혼인동맹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신화적 판타지로 알고 있었던 ‘단군신화’와 '신시'를 더욱 실제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그 기본 정신과 철학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신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신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무용단 예술감독 예인동, 구성 및 총괄 안무 국수호, 연출 유희성이 참여한 '신시'는 주역을 외부에도 공개하여 선발하였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7일 공연에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으로 방송, CF, 뮤지컬 등에서 활약하는 김주원, 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 출신으로 현대무용, 발레에도 일가견이 있는 한국무용가 이정윤이 웅녀와 환웅을 각각 맡았다. 이정윤은 최근 연극무대에서 안무를 맡으면서 직접 멀티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 우승의 스타 발레리노 윤전일은 호족장으로 화려한 안무를 보여줬다.

'신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신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28일 공연에는 서울시무용단 솔리스트인 김경애(웅녀 역), 신동엽(환웅 역), 최태헌(호족장 역) 등이 참여해 서울시무용단 고유의 색깔을 보여주기도 했다. 마고할미 역의 최효순은 양일 모두 출연했다.

이번 공연은 다른 장르의 무용과 컬래버레이션돼 안무의 접목과 다양화가 이뤄졌다는 점도 돋보였는데, 1974년에 창단해 40년이 넘도록 한국창작무용에 집중한 서울시무용단이, 안무와 무용수에 대해 문호를 개방한다는 면은 무척 긍정적으로 여겨졌다.

◇ '신시', 서울시무용단 대표적인 레퍼토리 자리잡기 바라며

'신시'에서 48명이 함께 하는 군무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의상의 영향으로 동작과 동선이 훨씬 커보이는 효과를 주기도 했는데, 대규모 축제, 행사에서 마스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은 '신시'에서 축제 장면을 포함한 흐름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렸다.

12명의 남성 무용수들의 북춤은 크고 역동적인 동작들로 눈길을 끌었는데, 북춤을 추고 나서 12명의 남성 무용수들은 무대 바닥에 누웠다. 그들의 각각 옆에 둔 북 위에 12명의 여성 무용수가 올라가서 펼치는 안무는 얼핏보면 남성 무용수의 몸 위에서 안무를 펼치는 듯한 착시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작품의 안무는 오묘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24명의 무용수가 추는 춤은 커플무이면서도 군무로, 1:1의 호흡과 전체적 통일성을 동시에 전달해 주었다.

'신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신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안무에 참여하는 무용수의 수는 4의 배수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눈에 띄었는데, 대규모 공연에서 무대의 부분과 전체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무방법으로 생각됐다. 물론 18명이 꾸미는 시간도 있었지만, 4명, 8명, 12명, 16명, 24명, 48명이 만드는 안무는 분리와 조합을 오가며 다양성을 표현했다.

조명은 무대바닥의 기하학적 무늬를 선명화시켰다가 다른 조명을 겹쳐서 오버랩되는 효과를 주기도 했다. 마치 발레 스텝처럼 바닥을 차는 동작들을 포함해 '신시'의 안무는 한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장르의 안무도 적절하게 사용했는데, 줄을 만들어서 추는 춤은 한 줄로 만들어 돌림노래를 춤으로 추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고, 사각의 대형을 만들어 거대한 라인댄스를 추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신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신시'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제14장 태양의 축제1은 농악적 느낌으로 시작했는데, 무용수들을 이어서 만든 청홍 두 마리의 용춤에서 파도타기 같은 웨이브는 재미있게 느껴졌다. 제15장 태양의 축제2에서는 무용공연의 안무적인 느낌으로 변화해 더욱 추상적인 느낌을 전달했다.

태양의 축제1이 극적인 무대라면, 태양의 축제2는 안무적인 무대로 펼쳐진 것이다. 상의를 탈의한 14명의 남성 무용수가 현대무용적인 안무를 펼치다가 14명의 여성 무용수가 등장해 기존의 남성 무용수 14명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남녀 힘의 균형을 이용한 커플무로 시선을 끌다가, 14쌍의 남녀 무용수가 각각 서로 포옹하면서 제15장을 마무리한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주연인 환웅과 웅녀의 포옹이 아닌, 다른 무용수들의 군무같은 포옹은 무대에서의 사랑의 느낌을 더욱 배가시켰다.

제16장 탄생까지 인터미션 없이 이어졌다. 이어지는 감정선을 유지하며, 대형무대에서 쉬지않고 달려온 무용수들은 체력적으로는 힘들 수 있었겠지만, 무척 뿌듯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신시'가 서울시무용단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자리잡아 국내외에서 꾸준히 재공연되기를 기대해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