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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51)

발행일 : 2022-09-29 08:51:57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51)

효창원에서 유관순 열사를 만난다

해마다 이맘때 도성 밖 추모 공간 효창원에 간다. 지하철을 타고 4호선 숙대입구역에서 내려 400번 버스로 환승을 한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은 없다. 가을을 알리는 벌레 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효창원은 평지보다 약간 높은 구릉지다.

담장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 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만리재 고갯길과 마주한 북쪽 문으로 들어간다. 빌딩과 아파트 그리고 효창운동장으로 둘러쌓여 있지만 효창원 한군데는 숲속이다. 저 멀리 안산과 목멱산도 보인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51)

효창공원이라 불리는 이곳은 목멱산과 한강이 보이는 곳에 위치한 독립운동가 묘역이다.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의 묘가 나란히 있다. 태어난 곳 돌아가신 나이는 각기 다르지만 이제는 친구처럼 함께 누워있다.

삼의사 묘라 불리는 이 묘역에 새롭게 단장한 검정색 비석인 오석과 봉분이 있다. 자세히 다가가니 안중근 의사의 가묘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이 쓰여진 목멱산에서 지척에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찾는 이는 별로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효창원 삼의사 묘역 옆에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인 이동녕·조성환·차리석 선생의 묘도 있다. 슬프지만 의미있는 공간이다. 언덕을 내려와 백범기념관쪽으로 걸어가면 효창원 의열사가 나온다. 삼의사와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 그리고 백범 김구선생등 7인을 기리는 추모공간이다. 이른 아침에 그곳을 들어가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갖는다. 젊은 나이에 독립을 위해 아낌없이 몸과 맘을 바친 모든분들께 술 대신 시원한 물 한잔 바친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51)

효창원 의열사를 나와 잠시 걷는다. 백범 김구 선생의 묘를 가는 길은 계단 양옆에 소나무 길이라 의미가 있다. 오르면서 잊었던 나를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커다란 봉분에서 돈의문 밖 경교장을 볼 수 있는지 이리저리 살핀다.

주말에는 그의 마지막 순간을 보러 경교장으로 가 보아야겠다. 돈의문 박물관도 볼겸 계획을 세우고, 다시 계단을 내려온다. 하지만 왠지 가슴 한구석이 허전하다. 102년 전 꽃다운 어린 나이에 의연한 자세로 순국한 유관순 열사의 묘는 어디에 있을까?

1920년 9월 28일 오전 8시 모진 고문으로 순국한 18살 소녀 유관순을 추모하러 효창원을 걷는다. 대한독립을 외친 소녀 유관순, 교복을 입은 꽃다운 여고생의 마지막 외침이 귓전을 울린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 밖에 없는 것이 유일한 슬픔이다” 소녀 유관순은 묘가 없다. 효창원에도 현충원에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2022년 9월 28일 오전 8시 효창원을 걸으며 나는 그녀를 만난다. 그 길 위에서...

필자소개/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자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최철호의 길 위에서 걷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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