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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겨울왕국 2’ 엘사의 두려움은 공포감보다는 불안감

발행일 : 2019-11-20 08:22:21

크리스 벅, 제니퍼 리 감독의 <겨울왕국 2(Frozen 2)>는 전체적인 큰 갈등과 디테일한 인간 내면의 감정을 모두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애써 숨기려하기보다는 호기심을 풀어주겠다는 뉘앙스를 전달한다.
 
물을 통해 호기심과 환상을 부여하는데, 스토리텔링을 전개하는 디즈니의 선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엘사의 두려움은 공포감보다는 불안감이라는 점은, 엘사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면서 관객이 더욱 감정이입하게 만든다.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진정한 용기는, 큰 감동을 선사한다.

‘겨울왕국 2’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겨울왕국 2’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전체적인 큰 갈등과 디테일한 인간 내면의 감정을 모두 담은 애니메이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애써 숨기려하기보다는 호기심을 풀어주겠다는 뉘앙스를 전달한다
 
<겨울왕국 2>는 하늘에서 눈송이가 떨어지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다양한 눈송이 결정을 보여주는데, 전체적인 모습과 디테일한 면을 동시에 전달한다. 애니메이션의 스토리텔링은 큰 줄기의 이야기와 갈등, 그리고 인간 내면의 미세하고 섬세한 감정을 모두 담고 있는데, 시작할 때의 장면은 애니메이션 전체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겨울왕국 2>는 안개에 덮여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는 숲이 안전하지 못한 곳일까, 아니면 오히려 더 안전한 곳일까에 대한 의문을 관객이 가지게 만드는데,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감추고 속인다는 이미지는 주지 않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겨울왕국 2’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겨울왕국 2’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의문을 감추기보다는 의문을 알려주고 싶은데 아직은 알려줄 때가 아니라는 뉘앙스를 전달해, 관객이 같은 편에 서게 만든다. 스토리텔링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객이 정서적으로 공감해 같은 편에 서게 만든다는 점에 대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제작진은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 물을 통해 호기심과 환상을 부여! 토테미즘을 통한 판타지 전개!
 
<겨울왕국 2>는 물을 통해 호기심과 환상을 부여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인간의 과거를 모두 알고 있는 강은 어디엔가 있을 것 같은 개연성과 존재감이 느껴진다.

‘겨울왕국 2’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겨울왕국 2’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토테미즘을 통한 판타지 전개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렇지만 종교적으로 느끼게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겨울왕국> 시리즈는 뮤지컬신이 정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판타지를 부여할 때 뮤지컬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 스토리텔링을 전개하는, 디즈니의 선택
 
<겨울왕국 2>에서 초반 스토리텔링을 빠르게 풀어가는 방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엘사와 안나의 아빠인 왕은 어린 두 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통해 내레이션으로 표현하고, 엄마인 왕비는 노래를 통해 뮤지컬신으로 표현한다.

‘겨울왕국 2’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겨울왕국 2’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빠르게 이야기를 효율적으로 전달함과 동시에 지루하지 않게 만들고, 애니메이션이 가진 노래와 뮤지컬신의 장점을 잘 살린 것이다. 배경으로 깔리는 이야기를 친절하게 천천히 풀 것인가, 빠르고 속도감 있게 풀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서 <겨울왕국 2>는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관객들과 크리스토프는 알고 안나만 모르는 것이 있다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관객에게 심리적으로 우월적인 지위를 부여한다. <겨울왕국 2>의 제1주인공은 엘사가 아닌 안나라고 볼 수 있는데, 안나가 모르는 것을 관객들은 알고 있는 채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겨울왕국 2’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겨울왕국 2’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울라프는 지루해질 만하면 웃음을 주는 캐릭터이다. 자신이 망가짐으로써, 몸 개그를 불사하는 캐릭터이다. 단순히 웃음을 주는 캐릭터에 머물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 슬픔과 절망을 전달해 반전의 초석을 만들고 결국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게 되는 캐릭터라는 점이 더욱 의미가 있다.
 
울라프가 큰 비중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겨울왕국 2>에서 울라프가 없다면 집중하는 관객은 긴장을 이완할 시간 없이 피로감을 누적해가며 영화를 관람해야 할 수도 있다. 울라프는 자극추구 욕구가 강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누군지 찾는 울라프를 보면서, 감정이입하는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겨울왕국 2’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겨울왕국 2’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두려움의 종류 : 불안감, 공포감
 
불안감과 공포감은 비슷한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다른 디테일과 성격을 가진 감정이다. 불안감은 어떤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고 조마조마한 느낌이고, 공포감은 특정한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극렬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두려움이다. 즉, 불안감은 일어나기 전의 감정이고, 공포감은 실제로 마주쳤을 때의 감정이다.
 
<겨울왕국 2>에서 엘사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 봐 두렵다.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떠날까 두려워하기도 하는데, 엘사뿐만 아니라 우리 누구든 느낄 수 있는 두려움이다. 누구나 엘사처럼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엘사는 지금 이 행복을 잃고 싶지 않다.

‘겨울왕국 2’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겨울왕국 2’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불안감과 공포감 중에서 엘사의 두려움은 주로 불안감이라고 볼 수 있다. 엘사는 일이 벌어지기 전에는 매우 두려워하고 피하고 싶지만, 일단 일이 벌어진 후에는 정면 돌파를 한다. 불안감을 느끼고 싶지 않지만, 공포감에는 정면 돌파한다는 점이 엘사의 매력일 수 있다.
 
<겨울왕국 2> 초반에 엘사는 자극추구보다 위험회피 성향이 더 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너무 자극적이어서 자극추구가 두려울 가능성이 많다. 자신의 힘이 세지면 내면이 깨어날까 봐 두렵고, 내면의 욕망과 분노를 억제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겨울왕국 2’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겨울왕국 2’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
 
영화 특히 애니메이션에서는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할 때 큰 감동을 준다. 실제로 우리는 잘못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는 하지만, 일단 잘못을 했을 때 잘못을 바로잡기보다는 그냥 넘어가 주기를 바라는 적이 많기 때문일 수 있다.
 
<겨울왕국 2>는 소중한 존재가 사라질 때의 슬픔을 다루면서, 나에게도 소중한 존재가 있듯이 다른 사람에게도 소중한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다른 사람의 존재와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고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게 된다. <겨울왕국 2>를 보면서 ‘진실을 보여줘’, ‘내 맘속에 들어와 줘’, ‘내게로 와’라는 말을 직접 할 수 있는 용기를 내는 것은 어떨까?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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