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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16) 불안감과 공포감! 타곤의 공포정치 표현을 위해, 아역배우에게도 꼭 그래야만 했는가?

발행일 : 2019-09-17 00:01:51

tvN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제16회 타곤(장동건 분)의 공포정치를 표현한 장면에서, 단역인 아역배우는 진짜 무서운 듯 공포에 질린 얼굴을 보여줬다. 아역이 없이도 충분히 공포를 보여줄 수 있는 장면에서, 아역배우에게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연기가 꼭 필요했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공포에 저항할 것인가, 공포에 굴복해 자신이 공포에 합류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 ‘약하고 멍청한 게 죄’라는 제16회 마지막의 메시지, 뜬금없이 잔인한 장면 등을 고려하면 <아스달 연대기>는 15세 이상 관람가 A급 드라마가 아닌, 청소년 관람불가 B급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타곤의 공포정치! 사야의 공포정치! 불안감과 공포감!
 
<아스달 연대기> 제16회는 타곤의 공포정치가 펼쳐졌는데, 사야(송중기 분)는 타곤의 방향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사야의 공포정치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이전 회차에서도 불안감과 공포감을 계속 가져왔던 <아스달 연대기>는 공포정치를 보여주면서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불안감과 공포감은 비슷한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다른 디테일과 성격을 가진 감정이다. 불안감은 어떤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고 조마조마한 느낌이고, 공포감은 특정한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극렬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두려움이다. 즉, 불안감은 일어나기 전의 감정이고, 공포감은 실제로 마주쳤을 때의 감정이다.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스달 연대기>의 불안감은 주로 어두운 장면을 계속 보여주면서 만드는데, 갑자기 잔인한 장면을 보여주면서 공포감을 주기도 했다. 제16회 방송에서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표현하면서 단역인 아역배우들의 모습을 부각했는데, 꼭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아스달 연대기>다운 뜬금없는 잔인함이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아스달 연대기> 제16회에서 아역배우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 공포에 질린 듯 무서움을 보여줬다. 타곤을 비롯한 대칸의 잔인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 없이도 충분히 잔인함을 보여주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스달 연대기>의 공감능력 부족은 반복해서 안타깝게 여겨진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는데, 억지로 15세 이상 관람가 드라마로 만든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드라마 촬영 후 제대로 된 보호와 해소를 해주지 않는다면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도 있다는 점을, 제작진과 매니지먼트사, 보조출연 회사, 아역배우의 부모는 반드시 기억하고, 적정하고 충분한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 공포에 저항할 것인가, 공포에 굴복해 자신이 공포에 합류할 것인가?
 
<아스달 연대기>에서 와한족 출신의 전사 뭉태(박진 분)는 겁 많고 타고난 것이 둔하지만 힘은 센 청년이었는데, 뭉태는 자신의 두려움을 공포에 대항하고 저항하는 것으로 풀지 않고 자신을 두렵게 한 공포에 스며들어 자신이 더 공포스러운 인물이 되는 것으로 회피를 했다.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공포에 저항할 것인가, 공포에 굴복해 자신이 공포에 합류할 것인가? 악인에 저항할 것인가, 악인에 굴복해 자신이 더한 악인이 될 것인가? <아스달 연대기> 제16회에서 살기 위해 자신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뭉태가 한 말이 현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 악과 타협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변명한 것이다.
 
<아스달 연대기> 제16회에서 자비를 베푼 척한 탄야(김지원 분)의 도발은 타곤과 태알하(김옥빈 분), 사야를 향한 반격의 한 방이고, 와한족을 살리고 인기를 얻고 사람들의 마음을 얻은 훌륭한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그렇지만 탄야는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전파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실질적으로 타곤과 태알하가 결정한 단죄로부터 죄 없는 사람을 아무도 보호하지 못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권력의 맛을 봤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사야에 이어 탄야 또한 공포를 이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 칸모르(도우리)는 어디 갔나? 칼, 방울, 거울이 은섬, 탄야, 사야를 가리킨다면 그 의미는 무엇일까?
 
<아스달 연대기> 초반에 전설 속의 말 칸모르(도우리)는 은섬(송중기 분)을 여러 차례 구했다. 제8회에서 은섬이 대칸의 전사들에게 붙잡혀 매질을 당하는 모습을 본 칸모르는 갑자기 나타나 약한 사내라는 말을 하고 사라지기도 했다.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칸모르는 <아스달 연대기> 시즌2라고 불리는 파트3(Part3)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은섬이 노예 역할만 하기 때문에 칸모르가 나오지 않는 것인지, 마지막의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본지의 제6회 리뷰 제목은 ‘칼, 방울, 거울을 의미하는 천부인은 은섬, 탄야, 사야를 뜻하는가?’이었다. <아스달 연대기> 제16회에서 무백(박해준 분)은 칼, 방울, 거울을 상징하는 세 사람이 은섬, 탄야, 사야라는 것을 명확하게 정리했다.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아스달 연대기’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그렇지만 칼, 방울, 거울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 시청자들과의 본격적인 공유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은섬이 왜 칼인지에 대한 공유가 이뤄졌다면, 은섬의 분량이 적고 활약이 미비한 것에 마음이 상한 시청자들은 더욱 너그럽게 반전의 시간을 기다릴 수 있었을 것이다. ‘약하고 멍청한 게 죄’라는 제16회 마지막의 메시지가 묘하게 여운으로 남는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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