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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16) 허무함은 마지막회의 트렌드인가? 시즌2를 위한 ‘열린 결말’은 시청자들에게 ‘미해결과제’

발행일 : 2019-08-22 10:30:14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제16회(최종회, 마지막회)의 부제는 ‘(31일) 마지막 선택’이다. 몰입감을 줬던 드라마의 허무함은, 마지막회의 트렌드가 아닐까 되돌아보게 된다.
 
명확한 결말이 왜 꼭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지만, 마지막회의 열린 결말에 짜증난 시청자들도 있을 것이다. 열린 결말이 짜증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게슈탈트 심리학(Gestalt psychology)의 측면에서 보면 완결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열린 결말은 ‘미해결과제(Unfinished Business)’이기 때문이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시즌2를 위한 ‘열린 결말’은 시청자들에게 ‘미해결과제’
 
<60일, 지정생존자>는 마지막에 너무 많은 메시지를 던지려다가 결국 아무 메시지도 기억나지 않게 만든 마력을 발휘했다. 좋은 사람이 이기는 세상, 좋은 사람이라서 이기는 세상이라는 멋진 화두는 열린 결말 속에 허무함으로 전락한 것 같다. 몰입감을 줬던 드라마의 마지막회의 허무함은 트렌드처럼 느껴진다.
 
미해결과제는 과거에 머물며, 지금 여기에 오지 못하게 만든다. 미해결과제가 있을 경우 현재에 살지 못하는 것이다.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사람에게는 완결시키려는 강한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미완결, 미해결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본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시청자들은 각자 자신의 삶에도 미해결과제가 있고, 드라마를 같이 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국가 차원의 미해결과제도 있다. 몰입해서 감정이입하며 칭찬하고 응원했던 드라마가 미해결로 끝났다는 것은, 인생에 미해결과제가 하나 더 생긴 것을 뜻한다. 결론을 알지 못해서 짜증이 났다고 볼 수도 있지만, 미해결과제가 늘어났기 때문에 불편해졌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열린 결말이라는 미해결과제 외에 시즌2 방송 제작 여부 또한 시청자들에게는 심리적 미해결과제이다. 시즌2를 하는 게 확실하다는 믿음을 전달한다면 시즌2 여부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미해결과제가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현재, 제작진의 입장으로서는 시즌2에 확신을 가질 수도, 그렇다고 시즌2의 가능성을 아예 없앨 수도 없었을 것이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시즌2를 위한 어설픈 설정, 시즌2가 아니었다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는 설정
 
<60일, 지정생존자> 제16회에서 김실장(전박찬 분)이 탄 구급차에 한나경(강한나 분)이 타지 않았다. 대통령 권한대행 박무진(지진희 분)에게 테러 수사의 전권을 위임받은 사람이 한다고 볼 수 없는 실수를 또 저지른 것이다. 김실장의 정체를 결국 밝히지 못했다.
 
해외로 탈출하는 이경표(최영우 분)를 잡지 않고 내버려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이경표의 신원이 확인됐음에도 출국정지를 내리지 않아 공항을 통해 유유히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60일, 지정생존자>가 줬던 그간의 몰입감 또한 공항을 통해 유유히 빠져나가는 것 같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만약 시즌1으로 완결이 확실했다면, 제16회에서 한나경은 그간의 활약 이상으로 더 큰 역할을 했을 것이고 테러의 배후는 밝혀졌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엄청난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긴 여운으로 간직했을 수 있다.
 
◇ 정한모의 겸손함과 자신감
 
<60일, 지정생존자>의 리뷰를 마치며, 한나경의 상관인 국가정보원 대테러 팀 팀장 정한모(김주헌 분)의 겸손과 자신감에 대해 되돌아본다. 정한모는 한나경의 상관이지만, 한나경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후에는 한나경의 지휘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책임감이 강하기 때문에 조직의 결정에 따랐다고 볼 수 있는데, 정한모에게 겸손함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지휘를 내렸던 사람에게 지휘를 받게 돼도 자존감이 저하되지 않을 정도의 내적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열린 결말이 아니었다면 <60일, 지정생존자>에서 한나경은 엄청난 영웅이 됐을 것이다. 조력자로서 서지원(전성우 분)과 정한모의 역할 또한 잊지 말아야 하는데, 서지원의 충심과 애정, 정한모의 겸손함과 자신감이 세 명의 팀워크를 만들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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