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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13) 최영우가 살아있다! 살인마의 측은지심?

발행일 : 2019-08-18 13:30:37

tvN 월화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 제13회의 부제는 ‘(35일) 대선후보’이다. ‘밝혀지는 내부 공모자의 정체?’에 대해 파고들면서 차별금지법의 핵심에도 깊게 들어갔다. 차별금지법 자체에 직진하기도 하고, 대선후보의 캐릭터라는 측면에서 우회해 보여주기도 함으로써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집요하게 초점을 맞춘다는 점은 이 드라마의 놀라운 장점이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차별금지법! 차별과 평등의 차이? 차별과 공정한 기회의 차이?
 
<60일, 지정생존자>는 제13회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차별에 대한 화두를 지속적으로 던졌다. ‘차별’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우대’를 선택하지 않았는데, ‘평등’의 개념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공정한 기회’라는 면에 더욱 초점과 뉘앙스를 맞추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대접을 받는 것이라기보다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을 <60일, 지정생존자>는 지속적으로 말한다. 그런데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실질적으로는 많은 저항에 부딪히는데 <60일, 지정생존자>는 직접 직진해 푸는 방법과 선거의 지지율이라는 측면의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해서 사용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차별과 차별금지 자체에 너무 과하게 몰입할 경우 시청자들은 피곤해지거나 지루해질 수 있는데, <60일, 지정생존자>는 차별금지법을 정치적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선후보의 캐릭터라는 측면에서 다룸으로써 완급 조절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더 깊이 들어가기도 한다.
 
지지율로 모든 것을 나타내는 대선후보, 지지율이 전부인 대선후보와 박무진(지진희 분)의 진심을 대비함으로써 시청자들이 멈춰서 생각할 수 있게 만든다. 박무진은 자신이 직접 차별금지법의 취지를 이야기하기보다,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 안세영(이도엽 분)에게 차별금지법의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 질문함으로써 핵심을 공유하려고 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한숨을 쉰 안세영은 “인종, 학력, 연령이나 장애, 출신 지역이나 출신 국가, 성 정체성 등으로 그 누구도 차별받거나 괴롭힘당해서는 안 된다.”라고 대답한다. 대답을 들은 박무진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평등권 아닌가요? 제가 뭘 더 고려해야 하는 겁니까?”라고 말한다. 주장을 강력하게 말하는 형식을 취하지 않고 담담하게 팩트에 대한 확인 질문을 던지는 형식을 통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이후 박무진은 “내가 시작하면 누군간 입법하겠죠. 하지만 나부터 시작 안 하면 누구라도 입법 못 합니다. 유엔 시한까지”라는 말을 통해 팩트를 말하는 것 같으면서 강력한 의지를 표현한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한주승(허준호 분)은 차별금지법이 10년간 통과되지 못한 이유를 대면서 한국 사회에 대한 통찰과 비판을 전달하는데, ‘가장 정의롭고 도덕적인 얼굴로’라는 한주승의 표현 속에는 어쩌면 박무진을 향한 자신의 숨겨진 마음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 점잖게 이야기하지만 박무진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대통령이 될 기회를 가질 자격이 없다는 생각을 가진 한주승 자신의 가장 정의롭고 도적적인 척하는 모습을 드러냈을 수도 있다.
 
<60일, 지정생존자>에서 이런 뉘앙스는 자주 표현된다. “박대행처럼 정치적 계산력이 없는 사람이 다시 그 자리에 앉기는 힘들 거니까요?”라는 윤찬경(배종옥 분)의 말은 차별금지법을 지지한다는 의미와 함께, 박무진은 그 자리에서 내려올 것이라고 강력히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최영우가 살아있다! 살인마의 측은지심?
 
<60일, 지정생존자> 제13회는 태익(최영우 분)으로 알려졌던 테러범의 본명이 ‘이경표’였고 일본으로 귀화한 후 ‘호시노 케이’로 개명했다는 점을 알려줬다. 죽은 줄로 알았던 이경표는 살아있었는데, 정한모(김주헌 분)의 아들 재민(김준의 분)이 유제품 알레르기 쇼크를 일으키자 당황하며 병원에 데려왔고, 한나경(강한나 분)과 서지원(전성우 분)이 추격하자 태민을 놓아두고 떠났다.
 
살인마의 측은지심인지, 아니면 필요에 의해서 아이를 두고 떠난 것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는데, 시청자들이 그 이유를 추측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이경표에게 명분을 부여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60일, 지정생존자’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이경표에게도 명분을 부여함으로써 <60일, 지정생존자>는 모든 주요 인물들에게 명분을 부여했는데, 명분이 보편적인 당위성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악당에게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60일, 지정생존자> 제13회는 태익이 사람의 이름이 아닐 수 있다는 화두를 던졌는데, 태익으로 알려졌던 이경표에게 명분을 부여하면서 태익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만든 것이다. 하나의 갈등을 해결하면서, 또 다른 갈등을 부여한 스토리텔링의 디테일이 돋보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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