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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기방도령’ 영화 예고편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발행일 : 2019-07-09 03:13:39

남대중 감독의 <기방도령(HOMME FATALE)>은 산뜻하고 편안한 느낌으로 시작하지만, 가볍게 즐기는 것 이상으로 정말 많은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 예고편을 보고 기대했던 관객, 실제 관람하고 예고편과는 다른 감동을 받은 관객 모두 예고편을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정말 좋은 재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재료를 사용하려는 시도에 오히려 무엇이 맛있는 것인지 느끼지 못하게 만든 것 아닌가 되돌아보게 된다.

‘기방도령’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브레인샤워 제공 <‘기방도령’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브레인샤워 제공>

◇ 반사회적인 시야,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한 이야기?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은?
 
<기방도령>은 가볍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추정할 수도 있지만, 실제 관람하면 정말 많은 것을 담고 있어 결코 편하거나 단순하지 않은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반사회적인 시야,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한 이야기인데,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이 공존한다.
 
좋은 점은 통쾌하고 창의적이라는 것이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문제의식을 가지고 말할 때의 쾌감을 선사한다. 어떤 틀에 갇히지 않으려고 하는데, 상자 밖에서 보는 눈이 있다. 원더걸스의 ‘텔미(Tell me)’를 ‘태을미’로 표현한 적용력과 창의력 또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기방도령’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브레인샤워 제공 <‘기방도령’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브레인샤워 제공>

<기방도령>은 분명하게 불편할 수 있는 영화이다. 교육, 도덕, 의무, 책임, 품위, 체면 등의 사회적 맥락에서 지키라고 한 규칙을 <기방도령>은 넘는다. 설령 그런 생각을 해봤거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도, 몰입해 영화에 감정이입하기에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많다.
 
◇ 가장 천한(!) 기방도령이 가장 숭고한 사랑을 실천한다
 
<기방도령>은 가장 천한 기방도령 허색(준호/이준호 분)이 가장 숭고한 사랑을 실천한다. 해원(정소민 분)을 위해 사랑을 숨기고, 평생 가슴속에 그 사랑을 간직해 끝까지 품는다.

‘기방도령’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브레인샤워 제공 <‘기방도령’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브레인샤워 제공>

훗날에 사랑을 기억하기 위한 정표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수많은 생생한 기억이 살아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영화에서 극적으로 과장되게 표현된 것에 대해 관객은 불편함, 부담감, 거부감이 충분히 들 수 있다. 그렇지만 누군가 해야 할 질문을 영화는 던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방도령>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오락 영화가 아니다. 묵직한 해학, 통렬하고 신랄한 풍자, 날카로운 비판, 가식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 담긴 영화이다. 자기 스스로가 사랑의 정표, 그 자체로 살고 있다는 말을 들으며,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기방도령’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브레인샤워 제공 <‘기방도령’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브레인샤워 제공>

<기방도령>에서 허색은 남을 원망하거나 비난하지도 않고, 찌들지도 않고, 꽃을 사랑하며, 아름다움을 향유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꾸면서 살고 있다. 허색이 단순한 바람둥이나 호색한이 아니라 가장 순수한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판타지로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럴 수 있다고 느껴진다. 이준호의 연기는 개연성을 더욱 인정하게 만든다.
 
◇ 영화 예고편을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스포일러를 감추기 위해, 무리하게 한 쪽으로 쏠리게 한 것은 아닌가 싶어진다
 
<기방도령>을 실제 보면 영화 예고편을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의문이 생긴다. 영화의 다양한 것들 중에서 코믹한 부분에 지나치게 비중을 둬 만들어진 예고편은, 코믹 영화에 대한 높은 기대감으로 관람한 사람에게 아쉬움을 남길 수 있고, 다른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사람이 처음부터 영화를 선택하지 않게 만들 수도 있다.

‘기방도령’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브레인샤워 제공 <‘기방도령’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브레인샤워 제공>

결과적으로 보면 스포일러를 감추기 위해 무리수를 둔 예고편은, 관객들에게 불필요한 선입견을 전달하면서 다양하고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기방도령>의 매력을 관객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특정한 부분과 주제를 강조했어도 좋았을 것인데, <기방도령>에는 너무 많은 장르의 이야기가 들어있어 정서가 분산된다는 점 또한 안타깝다. 영화 초반 코믹과 재치의 속도는 너무 친절하게 늘어져 긴장감을 살리지 못한다는 점 또한 아쉽다.

‘기방도령’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브레인샤워 제공 <‘기방도령’ 스틸사진. 사진=판씨네마, 브레인샤워 제공>

순간의 타이밍을 예상하지 못했을 때 주는 반전과 기발함의 웃음은 관객들에게 정말 큰 웃음을 줄 수 있는데, <기방도령>은 충분히 좋은 재료를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테일이 완벽하게 구사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남다른 웃음 포인트를 찾았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써먹지 못해, 빵빵 터뜨리는 웃음을 관객들에게 제대로 선사하지 못한다는 점 또한 매우 안타깝다. 꼬드기는 게 아니라 교감이고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줬을 뿐이라는 허색의 말을 들으며 관객의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질 수 있게, 허색의 행동으로 미리 제대로 보여줬으면 얼마나 더 감동적이었을까 상상해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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