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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퍼펙트 타겟’ 적이라면, 상대의 생명을 마구 빼앗아도 되는가?

발행일 : 2019-06-18 07:00:00

프레드 그리부아 감독의 <퍼펙트 타겟(L'INTERVENTION, 15 MINUTES OF WAR)>는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영화이다. 배경, 인물, 사건들은 극적 효과를 위해 각색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테러리스트를 잡을 것인가, 아이들을 구할 것인가에 대해 관객은 등장인물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주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무릅쓴 선생님을 보면서 감격하게 되는데, 영화 마지막에 관객에게 던진 더 근본적인 화두는 생명의 존엄성 자체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퍼펙트 타겟’ 스틸사진. 사진=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퍼펙트 타겟’ 스틸사진. 사진=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 테러리스트를 잡을 것인가? 아이들을 구할 것인가?
 
1976년 프랑스 마지막 식민지 지부티에서 프랑스 군인의 자녀들이 탄 스쿨버스가 납치된다. 지부티의 즉각적인 독립을 원하는 소말리아 무장 세력과 협상은 절대 불가하다는 프랑스 정부의 대치 가운데, 해가 지기 전까지 21명의 아이들을 구해내야 한다.
 
<퍼펙트 타겟>을 보는 관객은 테러리스트를 잡을 것인가, 아이들을 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매우 쉬운 선택일 수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다지 녹녹치 않을 수 있는 게 현실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퍼펙트 타겟’ 스틸사진. 사진=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퍼펙트 타겟’ 스틸사진. 사진=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명령을 기다릴 것인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한 시도를 할 것인가? 군인이기 때문에 명령을 따르는 것이 더 근본적인 것인지, 아이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시도가 생명의 존엄성 차원에서 더 근본적인 것인지 <퍼펙트 타겟>은 생각하게 만든다.
 
관객은 각자 어떤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명령 불복종에 대해 느끼는 심리적 저항감이 다를 수 있다. 명령 불복종 자체를 매우 불편하게 여기는 관객도 있을 것이고, 명령이 잘못됐다고 판단해 명령 불복종을 합리적인 판단으로 여기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퍼펙트 타겟’ 스틸사진. 사진=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퍼펙트 타겟’ 스틸사진. 사진=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 아이들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주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선생님! 그녀를 움직인 것은 무엇이었을까?
 
<퍼펙트 타겟>에서 아이들의 선생님인 제인(올가 쿠릴렌코 분)은, 납치된 아이들에게 부모가 아닌 본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심리적 안전감을 주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것이다.
 
같이 납치됐을 때 본인의 안위보다 아이들의 안전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스스로 인질이 되겠다는 것은 매우 다른 선택이다. 인질 구출작전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명분도 있기 때문에 납치범들에게 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면서도 ‘굳이’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퍼펙트 타겟’ 스틸사진. 사진=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퍼펙트 타겟’ 스틸사진. 사진=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아이들을 안전하게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앞에서 죽음을 목격할 경우 겪게 될 트라우마를 방지하거나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퍼펙트 타겟>은 아이들의 생명권, 지부티 사람들의 생존권, 아이들의 심리적 안전권을 모두 중요하게 여긴다.
 
인질과 가족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테러 피해자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영화 마지막의 자막을 보면, 선생님의 역할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퍼펙트 타겟’ 스틸사진. 사진=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퍼펙트 타겟’ 스틸사진. 사진=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 상대의 생명은 마구 빼앗아도 되는가? 더 깊숙한 곳의 근본적인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퍼펙트 타겟>은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관객은 어떤 이유든 아이들을 납치한 무장 세력과 반대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영화는 한쪽의 시선으로 선악을 구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상대의 생명을 마구 빼앗아도 되는가에 대한 화두를 영화 마지막에 던지는데, 이는 숨 막히는 15분의 구출 작전 못지않은 울림을 선사한다. 입장과 시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최정예 특수부대 요원으로 상대방의 생명을 빼앗을 수밖에 없더라도 어떤 경우이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퍼펙트 타겟’ 스틸사진. 사진=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퍼펙트 타겟’ 스틸사진. 사진=미디어소프트필름 제공>

더 깊숙한 곳의 근본적인 것을 생각하게 만들기에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긴 여운을 느끼는 관객이 있을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던진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화두는 심리적 반전의 역할을 하는데, 만약 구출 작전 이전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면 관객은 영화에 몰입하기보다는 혼란스러워졌을 가능성도 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때 언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모범 답안 중의 하나를 <퍼펙트 타겟>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구출 작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영화라고 볼 수 있지만, 마지막에 던진 근본적인 화두는 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되돌아보게 만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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