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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제16회 서울환경영화제(1) ‘히든 시티’ 감독은 지구를 하나의 커다란 생명체로 생각할 수도 있다

발행일 : 2019-05-22 22:45:11

빅토르 모레노 감독의 <히든 시티(The Hidden City)>는 제16회 서울환경영화제 국제경쟁, 에코 폴리티카 섹션에 출품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지구 내부의 거대한 지하 세계로 들어가는 영화 속 모습을 보면, 감독은 지구를 하나의 커다란 생명체로 생각할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 ASMR처럼 반복되는 소리들! 자율감각 쾌락반응으로 다가올 것인가, 자율감각 불안반응으로 다가올 것인가?
 
영화 초반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감각 쾌락반응)처럼 들린다. 반복되는 소리의 중독성은 마음을 편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눈에 익숙해 상상 가능한 영상이 펼쳐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객은 오히려 더 불안해질 수 있다. 미지의 세계를 바라보는 미지의 영상과 소리는 자율감각 쾌락반응이 아닌 자율감각 불안반응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터널 공사 장면에서의 공사 소음에 불편해진 관객은, 그 이후에 펼쳐지는 반복되는 소리에 대해 쾌락반응보다 불안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할 때 이 영화를 보면, 영화를 보기 전의 감정이 더욱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다.

‘히든 시티’ 스틸사진. 사진=서울환경영화제 제공 <‘히든 시티’ 스틸사진. 사진=서울환경영화제 제공>

◇ 감독은 지구를 하나의 커다란 생명체로 생각할 수도 있다
 
<히든 시티>는 더 멀리 나갈 것인가, 더 깊숙이 들어갈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우주 탐사를 위해 개발된 꿈의 기술로 그 반대 방향인 지구 내부 탐사도 가능하게 됐다는 가정 하에 영화는 시작한다.
 
그 결과로 탄생한 지하 세계는, 기능적인 공간이면서 감춰진 영역, 도시의 무의식이라고 의미를 확장하는데, 감독은 지구를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고 여겨진다. 지구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커다란 생명체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이라고 상상하면, 약간은 더 개연성 있게 느껴진다는 점은 흥미롭다.
 
<히든 시티>는 영화 마지막에 무척 작은 생명체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시간이 있는데, 감독이 지하 세계를 비롯한 지구를 커다란 생명체로 본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 같다. 크게 갈 것인가, 더 작게 갈 것인가의 스케일 차이가 있을 뿐 결국 유기적인 생명체의 이야기라는 점을 감독은 이미지적으로 상징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영상은 밝기보다 어두운 시간이 많고, 밝은 시간에도 영상 전체가 밝기보다는 일부만 밝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관객은 머리로 상상하든 감각적으로 느끼든, 보이는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데 그치지 않고 무언가 각자 계속 생각하게 될 수 있다.
 
상상력이 풍부한 관객은 약간의 시각적 도움을 받아 명상을 하듯 자신만의 시야로 즐길 수도 있을 것이고,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받아들이는 영화를 원했던 관객은 <히든 시티>가 친절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대사를 통해 스토리텔링을 받아들이기를 좋아하는 관객 또한 관람하기에는 편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히든 시티’ 스틸사진. 사진=서울환경영화제 제공 <‘히든 시티’ 스틸사진. 사진=서울환경영화제 제공>

◇ 다큐멘터리 영화가 아닌 픽션 영화로 느껴지기도 한다
 
<히든 시티>가 도시 외곽에서 벌어지는 공상과학 심포니를 담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영화의 장르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픽션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거대한 지하 세계를 직접 보여주기보다는, 거대하다고 상상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일부분만 보여주는 영상의 영향일 수도 있다.
 
관객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객관적 사실이나 지식을 얻기를 원할 수 있는데, <히든 시티>는 그런 것보다는 상상할 수 있는 거리를 더 많이 던져주는 작품이기 때문에 사실적이라기보다는 판타지적이고 픽션에 가깝다고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히든 시티>는 ‘관객과의 대화(GT)’가 예정돼 있는데, 실관람 관객들은 영화를 본 후 소감이 어떨지, 어떤 것이 궁금하고 더 알고 싶은지 궁금해진다. 우리나라 감독이 같은 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궁금한데, 영화제 참석 관객들은 무척 창의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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