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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악인전’ 범행 패턴이 없는 연쇄살인마! 살인 동기와 이유를 부여하지 않은 이유는?

발행일 : 2019-05-11 17:55:58

이원태 감독의 <악인전(The Gangster, The Cop, The Devil)>은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으로, 제72회 칸 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공식 초청됐고, 104개국 해외 선판매의 쾌거를 이뤘다.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확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을 받는데, 마동석이 이끄는 창작집단 팀고릴라는 앞으로 더 큰 활약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마 캐릭터를 만들면서 증거, 흔적, 타깃을 고르는 규칙은 물론 범행 패턴도 없는 극악무도한 인물로 설정한 것이 눈에 띄는데, 살인 동기와 이유를 명확하게 부여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된다.

‘악인전’ 스틸사진.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악인전’ 스틸사진.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 영화 초반의 부감 숏은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메시지인가?
 
<악인전>은 영화 초반 부감 숏(High Angle Shot)으로 시작한다. 부감 숏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카메라의 시선을 의미하는데, 영상을 보는 관객이 전체적으로 피사체와 상황을 지배하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어지는 영화 속 내용과 연결해 생각하면, 부분이 아닌 전체 이야기를 봐야 한다고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부감 숏에서 근접 영상으로 카메라의 시야가 급변하는 것은, 갑자기 이야기가 훅 들어올 수 있다는 암시라고 볼 수 있다.

‘악인전’ 스틸사진.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악인전’ 스틸사진.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영화는 초반부터 거칠게 진행된다. 불편하지만 몰입하게 만드는 이야기인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이기 때문에 충분히 잔인하고 충분히 거북할 수 있다. 실감 나는 범죄 영화는 강한 몰입감을 선사함과 동시에 웬만한 범죄에 대해 무뎌지게 만든다는 우려 또한 가지게 한다.
 
◇ 누구에게 감정이입해야 하는지 어렵게 만드는, 인물 설정의 디테일
 
<악인전>은 연쇄 살인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조직 보스 장동수(마동석 분)와 조폭도 감당 못 하는 강력반 형사 정태석(김무열 분), 그리고 연쇄살인마 K(김성규 분) 사이의 추격을 담고 있다.

‘악인전’ 스틸사진.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악인전’ 스틸사진.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K는 칼에 이유도 없고 감정도 없는 인물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K의 범행 동기는 명확하지 않다. 이유도 명분도 찾기 힘든데, 마치 잘못 입력한 코드가 계속 그대로 시행되는 프로그램처럼 K는 움직인다.
 
<악인전>에서 김성규는 그냥 보면 악역에 무척 잘 어울린다고 보이기도 하지만,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스크린 속 김성규를 바라보면 연쇄살인마가 아닌 피해자였어도 잘 어울렸을 것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겉보기와는 다른 무서운 악이 내면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악인전’ 스틸사진.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악인전’ 스틸사진.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셋 중에서 조폭 두목 장동수가 가장 예측 가능한 인물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장동수는 입체적 캐릭터이지만, 더 큰 틀에서는 일관성이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정태석은 통제가 되지 않는 형사이기 때문에 관객은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갈등하게 될 수 있다. 관객은 형사인 정태석보다 조폭인 장동수에게 감정이입할 가능성이 있다.
 
깡패 형사가 악마를 잡는다고 표방하며, 어떤 것이 정의인지 혼란스럽게 만드는 영화를 보면서 무척 통쾌한 관객도 있을 것이고, 보는 내내 마음이 편하지 않은 관객도 있을 것이다. ‘법의 심판인가? 사적 응징인가?’에 대한 갈등에는 법에 대한 불신과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고 추정된다.

‘악인전’ 스틸사진.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악인전’ 스틸사진.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 살인 동기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범죄는 일종의 미제 사건이 아닐까? 영화를 직접 보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를 선택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악인전>을 보면서, 범행은 밝혀졌더라도 그 이유와 명분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사건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일종의 미제 사건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실제 영화를 관람하면 왜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를 선택했는지 알 수 있다. 원작 자체의 매력과 함께 보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리메이크를 원하는 나라의 색깔을 입힐 수도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악인전’ 스틸사진.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악인전’ 스틸사진.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리메이크를 할 때 K의 캐릭터를 그대로 유지할지, 설정의 디테일을 바꿀지가 궁금하다. <악인전>에서 장동수와 정태석은 미워하는 사이였지만 가까워지는 타이밍이 있는데, 문화적 차이를 어떤 디테일을 통해 극복하고 개연성을 확보할지도 궁금해진다.
 
<악인전>은 집착과 자존심이 정서의 큰 축을 이룬다. 병적일 수 있는 집착을 주요 등장인물 세 명은 모두 가지고 있는데, 실리보다는 명분에 더욱 집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명분이 보편타당한 명분인지의 여부는 관객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 할리우드 리메이크 버전을 보면서 관객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지도 궁금하다.

‘악인전’ 스틸사진.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악인전’ 스틸사진. 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장동수의 라이벌이자 에이스파 두목 허상도(유재명 분)와 정태석을 돕는 과학 수사대 팀장 차서진(김규리 분)의 디테일한 설정과 표현 또한 바뀔 수 있다. 전형적인 미국식 인물로 바뀔지, 한국적 스타일을 유지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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