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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더 캐슬’ 최재웅+김경수+강혜인+백승렬, 다시 보고 싶은 조합

발행일 : 2019-04-17 22:25:17

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작, 뮤지컬 <더 캐슬>이 4월 15일부터 6월 30일까지 예스24 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 중이다. 인간 내면의 선과 악, 두려움을 그린 창작 뮤지컬로 무섭고 슬픈 이야기이다. 상상력과 시각화가 강하고 빠른 관객은 공연 초반부터 머리끝이 쭈뼛해질 수 있다.
 
홈즈(김재범, 최재웅, 에녹, 정상윤 분), 벤자민(김경수, 정동화, 윤소호 분), 캐리(김려원, 강혜인, 김수연 분), 토니(이용규, 백승렬, 강은일, 조훈 분) 등 4명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이야기 구도와 갈등 관계는 단순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지만, 워낙 센 강도로 내면을 파고드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절대 가볍게 관람할 수는 없다.

‘더 캐슬’ 최재웅(홈즈 역), 김경수(벤자민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더 캐슬’ 최재웅(홈즈 역), 김경수(벤자민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집중하는 김경수!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언제든 흔들리거나 변심할 수 있는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다!
 
김경수는 작품에 출연할 때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상황의 정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멋지게 보일 수 있는 모습을 포기하고, 가창력에 대한 평가를 신경 쓰지 않고 흐름과 맥락에만 집중하겠다는 명확한 기준과 가치관을 가진 뮤지컬배우이다. 배우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면서, 진짜 배우다운 선택을 하는 배우이다.

‘더 캐슬’ 김경수(벤자민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더 캐슬’ 김경수(벤자민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그런 김경수의 뮤지컬 정신은 <더 캐슬>에서도 여전히 빛났다. 혼자 노래를 부르면서 분명한 내면을 표현할 때는 멋지고 명확한 가창력으로 듣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지만, 갈등하는 상황 혹은 홈즈의 권위 앞에 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 부르기도 했다.
 
같이 노래를 부를 때 본인이 돋보이고 싶은 마음이 당연히 있었겠지만, 극 중 벤자민이 주눅 들어 있는 장면을 표현하며 노래를 부를 때는 뛰어난 가창력의 김경수가 아닌 갈등하고 주저하는 벤자민을 선택한 것이다.
 
김경수다운 선택인데, 김경수의 연기와 가창력은 극 전체의 맥락에서 볼 때 더욱 감동이라고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경수는 디테일에도 뛰어난데, 강혜인을 앉을 수 있게 배려하는 움직임을 보면 연기가 아닌 실제 배려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몸에 밴 진정성과 디테일의 힘이다.
 
◇ 카리스마와 정갈함을 선보인 최재웅! 다른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하려 했지만 본인이 시험에 빠진 것 같은 장면을 연기할 때의 눈빛과 얼굴의 떨림!
 
최재웅은 공연 초반부터 관객들이 <더 캐슬>에 몰입하게 만드는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세련되면서도 정갈한 모습은, 위험이 예상되는 인물일지라도 일단 따라가고 싶게 만드는 궁금증을 유발한다.

‘더 캐슬’ 최재웅(홈즈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더 캐슬’ 최재웅(홈즈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홈즈는 인간성을 상실한 인물이지만, 산업화와 도시화의 시대가 가진 익명성과 무관심, 내면에 숨겨진 악함에 대해서 통찰하고 일침을 가하기도 하는데, 최재웅은 홈즈를 매력적인 악인으로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호텔 ‘캐슬’에 투숙한 사람들이 홈즈에게 이끌리듯 관객들 또한 이끌리게 만든다.
 
최재웅은 분명하고 직선적인 연기를 보여주다가, 극 후반부에 다른 사람을 시험에 들게 하려 했지만 본인이 시험에 빠진 것 같은 장면을 연기할 때 눈빛과 얼굴의 떨림을 통해 숨기려고 했던 내면의 두려움이 얼마나 큰 지 생생하게 보여줬다.
 
최재웅이 순간적으로 몰입해 보여준 홈즈 내면의 갈등과 분노, 두려움은 뒷부분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정서적 개연성을 부여한다. 반전 후에 몰입했던 관객이 너무 혼란스러워지지 않도록, 짧은 시간 내에 숨겨둔 내면을 표출해 공감하게 만든 최재웅의 연기력에 감탄하게 된다.
 
◇ 평범함과 전지전능함을 모두 보여준 백승렬! 관객의 정서와 심판자의 정서를 동시에 보유하다!
 
<더 캐슬>에서 토니는 호텔 ‘캐슬’ 앞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며 하루를 보내는 소년이지만, 사람과 사건에 대한 핵심과 이면을 모두 꿰뚫고 있는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더 캐슬’ 백승렬(토니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더 캐슬’ 백승렬(토니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당신 여전히 좋은 사람이에요”라는 대사를 할 때 백승렬은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칭찬을 하는 외적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목소리를 통해 명확한 판단자라는 것 또한 드러낸다. 평범함과 전지전능함을 모두 보여주는 것이다.
 
백승렬은 토니가 관객의 정서와 심판자의 정서를 모두 가진 인물이라고 느끼게 만든다. 토니에도 잘 어울린다고 느껴지고, 최재웅, 김경수와도 멋진 케미를 보여주고 있다. 세 명의 배우는 무대 위에서 균형감을 유지하는데, 서로 배려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소화한 강혜인! 약함과 강함,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가해자가 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표현하다!
 
<더 캐슬>에는 세 명의 남자배우와 한 명의 여자배우가 등장한다. 캐리는 쫓기는 여자인데, 시카고에 오기 이전 사건으로 본인이 누군지 알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과, 홈즈가 준 막연했던 두려움, 홈즈가 시킨 일이 들통나지 않을까 하는 구체적인 두려움과 공포를 모두 가진 인물이다.

‘더 캐슬’ 강혜인(캐리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더 캐슬’ 강혜인(캐리 역). 사진=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제공>

강혜인은 공연 초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범죄를 저질러 현재는 쫓기는 피해자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생존을 위해서라면 은밀한 거래 등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캐릭터로 질주하는 모습 또한 보여준다.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도 마찬가지인데, 극 초반에는 아름답게 노래를 불렀다면, 홈즈의 일을 도우면서 질주할 때는 굵고 강하게 노래를 불러 내면의 변화를 제대로 전달했다.
 
<더 캐슬>에서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가해자가 되는 모습을 강혜인은 인상적으로 보여줬는데, 상황을 주도하거나 거부하는 인물이라기보다는, 일단 정해진 방향으로 가속해 질주하는 인물이라는 점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새로운 신분을 원하는 캐리에게 리플리 증후군이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하는데, 한 사람의 인생을 훔쳐 철저한 가면을 쓰려고는 하지만, 그 사람이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라 자신의 원래 모습을 숨기고 흔적을 없애고 싶어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강혜인은 대사를 할 때 이런 차이를 전달하는 디테일을 발휘했는데, 극 중에서 이상한 선택을 하면서도 캐리 자체가 이상한 사람은 아니라는 정서에 공감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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