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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더 길티’ 공무원으로 남을 것인가, 슈퍼 히어로가 될 것인가?

발행일 : 2019-03-24 13:34:08

구스타브 몰러 감독의 <더 길티(Den skyldige, The Guilty)>에서 재판 중 사건으로 경질돼 긴급 신고 센터에서 근무 중인 경찰 아스게르(야곱 세데르그렌 분)는 다음 날 예정된 최종 재판을 앞두고 일에 집중하지 못하다가 심상치 않은 신고전화를 받게 된다.
 
직감적으로 전화를 건 여성이 납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스게르는 피해자를 구출하기 위해 모든 절차를 무시한 채 사건에 뛰어드는데... 지금부터 모든 소리는 이 사건의 단서가 된다! 이 영화는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관객상을 수상했는데, 관객들은 왜 이 영화에 환호했을까? 공무원으로 남을 것인가, 슈퍼 히어로가 될 것인가?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 주인공이 한 명인 영화! 모든 소리가 사건의 단서가 된다! 소리가 주는 무서움과 두려움!
 
<더 길티>는 주인공이 한 명인 영화이다. 아스게르는 얼굴과 목소리가 모두 나오고, 납치된 이벤(제시카 디니지 분), 이벤의 전남편 미카엘(요한 올슨 분), 이벤의 딸 마틸데(카틴카 에버스-얀센), 경찰 라쉬드 (오마르 샤르가위 분) 등 다른 주요인물들은 목소리만 나온다.
 
비대칭적인 정보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관객들은 아스게르를 볼 때 시각과 청각을 모두 활용하는 텔레비전 같은 정서를 느낀다면, 다른 인물들의 목소리는 청각만 작용하는 라디오 같은 정서를 느낄 수도 있다. 아스게르가 보이는 라디오의 진행자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전화로만 연결한다고 비유할 수도 있다.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관객은 등장인물들에 대해 공통된 감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시각이 제공됐다가 제한했다가를 공존하기 때문에, 목소리만 나오는 사람들이 전화를 통해 말할 때 더욱 긴장하게 되는 것이다.
 
보이지 않으니까 더 무섭게 상상할 수 있다. 시각적으로 명료화되지 않기 때문에 더 두려운 것이다. 사람이 등장해 있으면 그 사람이 퇴장하기 전까지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이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연결된 전화는 언제 끊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무섭고 두려울 수 있다.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 불안감과 공포감! 어떤 정서가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인가?
 
불안감과 공포감은 같은 감정일까? 다르다면 차이는 무엇일까? 불안감과 공포감은 비슷한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다른 디테일과 성격을 가진 감정이다. 불안감은 어떤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서 마음이 편하지 않고 조마조마한 느낌이고, 공포감은 특정한 사물이나 사람에 대해 극렬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두려움이다. 즉, 불안감은 일어나기 전의 감정이고, 공포감은 실제로 마주쳤을 때의 감정이다.
 
<더 길티>에서는 어떤 정서가 더 강하게 작용할까? <더 길티>는 불안감을 계속 증폭하는 영화이다. 목소리의 긴박감, 제한된 정보와 하나씩 제공되는 단서! 전화는 언제 끊길지 모르고 언제 더 큰 사건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 <더 길티>에서 불안감의 시간은 길고, 공포감의 시간은 짧다고 볼 수 있다.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 선댄스영화제 관객들은 왜 이 영화에 환호했나? 공무원으로 남을 것인가, 슈퍼 히어로가 될 것인가?
 
<더 길티>는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관객상을 받은 작품이다. 우리나라 관객들 중에서 선댄스영화제 스타일의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이 많다. 게다가 선댄스영화제에서도 다른 수상 없이 관객상 수상작이라는 점은 <더 길티>에 대한 호기심을 높인다.
 
심사위원들이 볼 때 기존 영화 문법에는 부족함이 많지만 관객들에게는 어필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이 긴급 신고 센터에서 진행되고 얼굴이 등장하는 주요인물은 아스게르 단 한 명뿐이기 때문에, 1인극의 연극적인 느낌도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충분히 연극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되는 작품이다.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기존 스타일의 영화만 영화답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있는 관계자들에게는 상을 주기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영화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관객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추리소설과 같은 이야기, 남다른 방식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더욱 어필할 수 있는 영화이다. 선댄스영화제 관객들에게 이미 어필했고,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긴급 신고 센터라는 실내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촬영하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했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실제 영화를 보면 대화가 엄청 많은 소설을 오디오북으로 듣는 느낌도 든다.
 
아스게르와 사람들이 상황을 설명하며 묘사하는 통화를 들으며 관객은 계속 상상하게 되는데, 상상력이 좋은 관객, 빠른 시간 내에 시각화를 하는 관객일수록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아스게르의 시야로 진행되기 때문에 관객은 아스게르에게 감정이입할 수밖에 없고, 아스게르처럼 점점 더 초조해질 수 있다.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정해진 절차와 원칙, 규정을 지켜서 일을 해야 하는가? 그러다가 골든타임을 놓쳐도 되는가? 아니면, 피해자를 구출하기 위해서라면 절차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가? 매뉴얼대로 기다리기만 해야 할 것인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가? 공무원이 될 것인가, 슈퍼 히어로가 될 것인가? <더 길티>를 보면서 관객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관객들이 아스게르에게 흥분한 이유, 특히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이유는 ‘끝까지 구한다’, ‘적극적으로 구한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더 길티>에서 아스게르는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관객에게 영화적 트릭을 쓴 것이라고 볼 수도 있고, 반전 전후 아스게르의 심리상태에 정서적 개연성을 불어넣은 요소라고 볼 수도 있다. 정반대의 해석이 모두 가능한 것이다.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가에 대해 영화는 다시 한 번 깨닫게 만든다. 한쪽 말만 들으면 안 된다는 것, 양쪽 이야기를 다 듣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에 관객은 놀랄 수 있다.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면서도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게 만드는 요소 중의 하나이다.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더 길티’ 스틸사진. 사진=씨네룩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스게르의 자기개방도 주목할 포인트인데, 하나의 방향으로 직진만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아스게르의 심리는 몇 번 바뀐다. 스릴러 영화로 다른 사람의 사건을 쭉 해결하고 있었는데,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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