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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아틱’ 느끼는 고통의 크기는 관객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

발행일 : 2019-03-23 09:00:00

조 페나 감독의 <아틱(Arctic)>에서 비행기 추락 사고 이후, 북극에 조난된 오버가드(매즈 미켈슨 분)는 언젠가 구조될 날이 올 것을 믿고 기다린다. 급격히 다가오는 극한의 상황과 서서히 다가오는 극한의 상황이 공존하고, 나를 구해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내가 구해야 한다는 책임으로 정서가 변화한다.
 
북극을 배경으로 한 극한 생존기 영화를 보면서 간접 경험하는 고통의 강도는 정말 다를 수 있는데, <아틱>은 드라마틱한 소설 같은 영화라기보다는 일기장 같은 영화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존영화를 보면서 아파하고 눈물 흘리다, 마지막 장면에서 왜 칸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10분간의 기립박수가 있었는지 공감하게 된다.

‘아틱’ 스틸사진. 사진=삼백상회 제공 <‘아틱’ 스틸사진. 사진=삼백상회 제공>

◇ 생존에 대한 기대감이 생존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바뀐다! 감정이입한 관객의 정서도 함께 이동한다!
 
<아틱>은 영화 초반에 내가 스스로 나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을 관객이 공감하게 만든다. 누군가가 나를 구해주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관객 또한 동의하며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저곳에 있다면 지금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영화 초반에 오버가드를 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오버가드는 추락한 헬기 속에서 생존자(마리아 델마 스마라도티르 분)를 발견한다. 생면부지의 조난자는 부상을 당해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을 하지도 못한다.

‘아틱’ 스틸사진. 사진=삼백상회 제공 <‘아틱’ 스틸사진. 사진=삼백상회 제공>

나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막막한 상황에서 누군가를 보살펴야 한다면? 나를 구해줄 것만 같았던 헬기의 추락과 함께, 영화는 오버가드와 관객들에게 새로운 상황과 질문을 던진다.
 
그 이전까지는 나의 생존을 위해 살아야 했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내가 살아야 하는 것이다. 명분과 책임이 주어지니 오히려 적극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모습은 인상적인데, 오버가드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사명감과 인간애 그리고 그것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체력이라고 생각된다.

‘아틱’ 스틸사진. 사진=삼백상회 제공 <‘아틱’ 스틸사진. 사진=삼백상회 제공>

<아틱>은 ‘휴머니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데, 평상시 인간답게 살 때의 휴머니즘과 극한의 상황에서의 휴머니즘의 적용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느끼게 한다.
 
◇ 관객에 따라 느끼는 고통의 크기는 크게 다를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고, 한다고 해서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하기 힘든 극한의 상황! 실제 저런 상황에 놓인다면 어떤 감정일까? 무서움, 두려움, 답답함, 외로움, 배고픔, 절망감, 혹은 또 다른 감정 중에서 어떤 감정이 가장 크게 작용할까?

‘아틱’ 스틸사진. 사진=삼백상회 제공 <‘아틱’ 스틸사진. 사진=삼백상회 제공>

<아틱>은 오버가드가 어떻게 조난됐는지 생략하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위험에 빠지게 된 과정 전부터가 아닌, 위험 상황부터 관객의 감정이입은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이 감정이입하는 오버가드의 감정은 각각 다를 수도 있다. 위험 속에서 오버가드는 무척 침착하다. 나는 저런 상황에서 침착하고 냉정할 수 있을까? 허둥대거나 지레 포기하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아틱>에서 오버가드는 눈앞에 닥친 급박한 위험과 서서히 펼쳐지는 고통을 모두 견뎌야 한다. 어느 시간에서는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천천히 진행된다. 실제로 조난당하면 저런 시간을 겪어야 할 것이다.

‘아틱’ 스틸사진. 사진=삼백상회 제공 <‘아틱’ 스틸사진. 사진=삼백상회 제공>

관객은 각자의 성향에 따라 그냥 버티면서 시간을 견디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도 있고, 내가 무언가 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 자체를 참을 수없이 힘들어할 수도 있다.
 
영화를 보면서 간접 경험하는 고통의 강도는 정말 다를 수 있다. 오버가드가 묵묵히 버티는 시간을 관객은 다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아틱>이 드라마틱한 소설 같은 영화라기보다는 일기장 같은 영화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틱’ 스틸사진. 사진=삼백상회 제공 <‘아틱’ 스틸사진. 사진=삼백상회 제공>

오버가드가 매 순간 치열한 생존의 사투를 벌이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본인이 북극에 있는 듯 생존의 사투를 느끼는 관객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대자연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보여준 영화! “당신은 혼자가 아니니까 괜찮아요”
 
<아틱>은 대자연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위대함을 동시에 보여준 영화이다. 대자연 앞에서의 무력감과 겸손함을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한 명의 인간이 위기 속에서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는지 희망을 가지게 만든다.

‘아틱’ 스틸사진. 사진=삼백상회 제공 <‘아틱’ 스틸사진. 사진=삼백상회 제공>

“당신은 혼자가 아니니까 괜찮아요”라고 오버가드는 반복해서 말하는데, 어린 여자에게 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다짐하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 속 선택의 순간에서, 살리기 위해 살아야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지 영화를 보면서 계속 생각하게 된다. 이 영화는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내 삶이 힘들다고 해도 저 사람보다 절망적일까? 내 삶을 극복하기 위해서 저 사람보다 더 노력하고 시도하기를 반복할 수 있을까? 칸국제영화제에서의 기립박수는 극한의 외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오버가드가 전달한 강한 내적 울림이 함께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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