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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진심이 닿다’(11) 대상관계이론 심리학자 멜라니 클라인의 ‘투사적 동일시’를 적용하면

발행일 : 2019-03-16 20:54:33

박준화, 최지영, 이영옥 연출, 이명숙, 최보림 극본, tvN 수목드라마 <진심이 닿다> 제11회, 제12회까지 등장인물의 관계성에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의 ‘투사’와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 개념을 적용하면, 이전과는 달리 최윤혁 변호사(심형탁 분)가 왜 단문희 변호사(박경혜 분)에게 관심을 가지고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대상관계이론, 멜라니 클라인의 투사적 동일시
 
멜라니 클라인은 투사가 투사적 동일시로 이어지는 것을 정립한 대상관계이론 심리학자이다. 투사는 자기 내면에 있는 스스로 견디기 힘든 부분을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가해 고통과 괴로움을 줄이려는 것이다. 자기 마음 안에 있는 것을 외부 세계에 있는 대상으로 돌리려는 무의식의 행위인데, 주로 죄의식, 열등감, 공격성, 수치심 등 직면하기 어려운 면들이 투사된다.
 
내가 투사한 대상을 내 마음이 투사한 상태로 그냥 두지 않고 투사한 것이 실제로 일어나도록 만드는 적극적인 투사를 멜라니 클라인은 투사적 동일시라고 명명했다. 내가 엄마를 미워하는데 미워하는 그 마음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엄마가 나를 미워한다고 내 마음을 무의식적으로 전가하는 것이 투사이다. 만약 투사를 했는데 엄마가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면 투사가 제대로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엄마가 미워할 만한 행동을 또다시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이 투사적 동일시이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투사적 동일시의 대표적인 네 가지 종류 :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 힘 투사적 동일시, 성적 투사적 동일시,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
 
투사적 동일시는 수많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네 가지는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 힘 투사적 동일시, 성적 투사적 동일시,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이다.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는 무의식적 상태에서 “나는 너 없이는 살 수가 없어”라고 의존하는 마음을 상대에게 전가해 상대방이 나를 도와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힘 투사적 동일시는 “너는 나 없이는 살 수가 없어”라는 힘의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전달해 상대방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두려고 하는 것을 뜻한다. 힘 투사적 동일시는 상대방을 불완전한 존재로 보며,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는 자기를 불완전한 존재로 본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성적 투사적 동일시는 나도 모르게 표현하는 유혹적인 몸짓과 움직임을 통해 상대방을 완벽하게 성적으로 각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성적 투사적 동일시를 당한 상대방은 스스로의 자발적 선택으로 행동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투사적 동일시를 행한 사람을 유혹했다는 인정하기 힘든 불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는 자기의 헌신과 공로를 상대방이 인지하게 한다. 상대가 자기에게 빚진 마음으로 늘 미안해하게 만드는데, 많은 자기희생적 행동을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를 행하는 경우가 많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단문희의 투사와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
 
<진심이 닿다>에서 올웨이즈 로펌 변호사인 단문희는 금사빠(금세 사랑에 빠지는 사람을 의미)이자 극소심한 돌아이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직업으로 볼 때 사회적 지위가 낮다고 볼 수는 없지만, 대인관계에 있어서 자신감이 없고 특히 이성을 대할 때 비대칭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단문희는 회사 근처 가게의 직원 및 주인, 택배 기사 등 주변 사람들에게 금세 사랑에 빠지고, 상대방이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아 금세 상처를 받는다. 단문희는 자신만 상대방을 좋아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매번 착각을 한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자신이 상대방에게 금세 사랑에 빠지는 것을 상대방이 자신에게 금방 사랑에 빠진 것으로 투사한 것이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강하게 끌리는데, 그런 모습을 당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자신감이 있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에게 끌린다는 투사를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이다.
 
단문희는 투사만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반응하지 않을 때 적극적인 투사적 동일시도 무의식적으로 사용한다. 자신에게 상대방이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그것을 인정하기 싫고 자신이 먼저 마음을 접고 싶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이 거절하게 만드는 행동을 단문희는 매번 해오고 있다. 시청자들이 볼 때도 저렇게 하면 싫어하겠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단문희는 반복적으로 했던 것이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단문희가 더 이상 투사와 투사적 동일시를 하지 않는 모습에, 의외의 매력을 느낀 최윤혁
 
필자는 <진심이 닿다> 제4회 리뷰에서 ‘제4회까지의 애정 라인, 썸 라인’을 살펴보며 일방통행 단문희와 일방통행 최윤혁이 엮이는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한 바 있다.
 
어느 순간 단문희가 최윤혁을 매력적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또다시 금세 사랑에 빠진 것은 별로 특별한 상황이 아니었다. 최윤혁이 자신에게 관심과 호감을 가진다고 투사와 착각을 한 것 또한 이전과 같은 패턴이었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그런데 이번에 단문희는 최윤혁이 자신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최윤혁이 단문희를 거절하도록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하는 대신에 먼저 자신의 마음을 접고 현실을 직시했는데, 그런 모습과 행동 속에 단문희의 적극성과 당당함이 드러났다.
 
최윤혁이 의뢰인에게 머리채를 잡힐 상황에서 단문희는 그 자리에 들어가 대신 머리채를 잡혔다. 예전 같으면 자신의 마음을 들킬까 두려워 그런 행동을 못했던 단문희는, 인정과 포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당당함을 보여준 것이다.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진심이 닿다’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평소와 다른 단문희의 모습에 최윤혁은, 자신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던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다며 단문희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매력을 찾게 된다.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당당한 모습을 보일 경우,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이 누구에게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좋은 예를 <진심이 닿다>는 단문희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투사와 투사적 동일시는 의식이 감당하기 힘들었을 때 무의식적의 선택으로 드러나는데, 자신의 마음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고 당당해질 경우 투사와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하지 않고도 좋은 관계성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단문희를 통해 알 수 있다. <진심이 닿다> 제13회부터 단문희가 더욱 당당하게 변신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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